아인스 칼럼
디지털트윈 이야기 51부
무안공항 사고로 본 복합 시스템 사고 예방과 대응
2025년 11월 06일
“세상은 점점 더 복잡해지고 있다.”
이 문장은 이제 상투적인 말처럼 들리지만, 그 의미는 갈수록 뼈아프게 다가온다.
기후 위기, 기술 혁명, 지정학적 불안, 초연결된 경제와 사회.
우리가 마주하는 문제들은 더 이상 단순한 인과관계로 설명되지 않는다.
결정은 많고, 변수는 넘쳐난다. 정답은 없고, 실행 가능한 선택만이 존재한다. 바로 이런 맥락에서 중요한 키워드는 ‘실천적 의사결정’이다.
제한된 합리성과 AI
심리학자 허버트 사이먼은 인간이 모든 정보를 갖고 완벽한 결정을 내릴 수 없다는 점에서 ‘제한된 합리성(Bounded Rationality)’을 제시했다. 이 말은 곧, 실제 세계에서의 판단은 언제나 불완전한 정보와 제한된 시간, 제한된 계산 능력 안에서 이루어진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AI는 어떤가?
데이터를 대량으로 학습하고, 빠르게 연산하는 AI는 이 한계를 극복할 수 있을까?
그렇지 않다. 오늘날의 딥러닝 기반 AI는 여전히 과거의 데이터를 학습해 미래를 예측하는 ‘통계적 기계’에 머물러 있다.
문제는 현실이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는 데 있다.
왜 AI에게 실험이 필요한가?
오늘날의 AI는 대부분 과거 데이터를 학습해 미래를 추론한다. 그러나 현실은 과거의 연장이 아니다. 전혀 새로운 상황, 예측 불가능한 변수, 예상치 못한 상호작용이 수시로 등장한다.
딥러닝 모델은 보지 못한 데이터에는 약하고, ‘상황 간 전이’에 둔감하다.
게다가 현실에서 우리가 원하는 것은 단순한 예측이 아니다. 우리는 AI가 판단하고, 선택하고, 실행하며, 결과를 반영해 학습하길 바란다.
이런 AI를 만들기 위해 필요한 것이 바로 ‘실험 가능한 환경’, 즉 시뮬레이션과 시스템적 사고다.
복잡한 환경, 복잡한 판단
실제 세계는 하나의 입력이 하나의 결과로 이어지는 선형 체계가 아니다. 수많은 행위자, 상호작용, 지연효과, 피드백 루프가 얽힌 복잡계(complex system)다.
이를 모델링하기 위해서는 DEVS(Discrete Event System Specification, 이산 사건 시스템 형식론) 같은 시스템적 표현이 필요하고,
에이전트 기반 시뮬레이션, 몬테카를로 실험, 게임이론적 구조 등 ‘실험 가능한 설계 환경’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특히 에이전트 AI나 Physical AI는 환경과 상호작용하며 실시간으로 판단해야 하므로, 단순 학습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시도하고 실패하고 학습하며 조정하는 실천적 경험이 필수다.
AGI의 전제: 실험하는 지능
우리는 종종 AI의 미래로 AGI 또는 ASI를 이야기한다. 그러나 그러한 지능은 데이터만으로 탄생하지 않는다.
AGI가 되기 위해서는 상황 인식, 가설 설정, 행동 선택, 결과 해석, 전략 조정이라는 일련의 실천적 사고 과정을 수행할 수 있어야 한다.
이는 인간이 ‘살면서 배운다’고 말하는 그 과정과 다르지 않다. 즉, 실험 없는 AI는 절대로 실천적 지능에 도달할 수 없다.
결론: AI는 데이터보다 실험에 배워야 한다
우리는 이제 AI를 더 이상 단순한 예측 엔진으로 다룰 수 없다. AI가 정말로 복잡한 현실에서 함께 판단하고, 함께 실천할 파트너가 되길 원한다면, 그것은 데이터 학습만으로는 부족하다.
AI는 현실을 실험하고, 실패를 경험하고, 결과를 분석하며, 새로운 선택을 시도하는 존재가 되어야 한다.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의미의 실천적 AI이며,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이다. 딥러닝은 AI의 눈을 열어주었지만, 실험은 AI에게 세상을 살아갈 다리를 놓아준다.
복잡한 세상에선 정답이 아니라, ‘실천 가능한 선택’을 만드는 것이 지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