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인스 칼럼
거대담론과 디테일
혁신은 왜 거대담론과 디테일 사이에서 실패하는가
많은 혁신이 좌초하는 이유는 거대담론과 디테일이 서로 다른 세계에서 따로 움직이기 때문이다. 정책은 “DX와 AX”, “스마트 제조”, “AI 국가전략”, “AI 과학기술기술강군” 같은 거대한 방향을 말하지만, 현장은 예산·시간·데이터·조직문화·제약조건 속에서 매우 구체적인 문제로 싸운다.
결국 방향은 멋있지만 실행이 안 되고, 현장은 노력하는데 성과가 나오지 않는 구조적 실패가 반복된다.
EA·SE·M&S가 한국에서 정착하지 못한 이유
한국은 EA(Enterprise Architecture), 체계공학(SE), M&S(Modeling Simulation)를 여러 차례 추진했지만 실제 확산에는 실패했다.
이유는 명확하다.
정책과 기술을 잇는 ‘모델 기반 구조’가 없었기 때문이다. EA는 문서로 끝났고, SE는 절차로만 남았으며, M&S는 실험실 안에 고립되었다. 결국 비전은 떠 있고 기술은 흩어져 전체 최적화는 이뤄지지 않았다.
해외는 왜 성공했는가 – UAF·MOF·MBSE 기반의 구조적 접근
반면 NASA와 INCOSE, 미국 DoD는 UAF, SysML, MOF, MBSE, UML/SysML 같은 국제 표준을 활용해 정책-기획-설계-시험-운용까지를 하나의 일관된 모델과 데이터 구조로 통합했다.
그 결과 NASA는 재작업률 40% 감소, 비용·일정 30% 절감이라는 구체적 성과가 있다고홍보하고 있다. 효과는 이미 국제적으로 검증되었다.
어설프게 적용하면 왜 오히려 역효과가 나는가
문제는 많은 조직이 겉모양만 따라 하고 본질을 놓친다는 것이다. 도구만 배우거나, 절차만 외우거나, 문서로만 정리하면 기존 방식보다 더 복잡해지고 더 느려진다. 이것이 EA, SE, M&S가 한국에서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고 오히려 “비효율의 상징”이 된 이유다.
이 현상은 신기술에서도 그대로 반복된다. 메타버스는 정책 주도형으로 과열되었다가 사실상 실패한 테마가 되었고, 요즘 뜨는 에이전트 AI, 피지컬 AI, AGI, ASI도 명확한 개념과 구조 정립없이 유행어 중심으로 흘러간다면 실패할 가능성을 충분히 안고 있다. 아직 실패한 것은 아니지만, 같은 길을 걸으면 메타버스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
DBSE는 거대담론과 디테일을 실체로 연결하는 유일한 구조
DBSE(디지털 기반 시스템 엔지니어링)는 정책의 방향과 현장의 디테일을 하나의 구조에서 움직이게 만드는 방식이다.
거대담론은 요구·제약·모델로 변환되어 아래로 내려가고, 현장의 변화는 다시 상위 판단의 근거로 올라오며, 모든 계층과 모든 관점이 디지털 쓰레드로 연결된 폐쇄루프를 형성한다.
현장에서 실험이 어렵거나 불가능한 문제도 가상실험을 통해 미리 검증·최적화할 수 있어 실패 리스크와 시행착오를 획기적으로 줄인다.
DBSE가 필요한 이유 – 사람과 교육이 핵심이다
DBSE는 단순히 좋은 도구나 절차가 아니라 사고방식·추상화·구조화 능력이 핵심이다. 따라서 DBSE에 대한 교육과 인력 양성이 시급하다.
모델링·시뮬레이션·시스템 사고·디지털 쓰레드 이해가 부족하면 문서 중심 EA의 실패, ‘절차만 있는 SE’의 실패, 유행 테마로 끝난 메타버스의 실패를 반복할 수밖에 없다.
결론 – 혁신의 성패는 거대담론과 디테일을 잇는 구조에 달려 있다
거대담론은 방향을 제시하고, 디테일은 현실을 움직인다. 둘을 정확하게 이어주는 공통 언어와 구조가 DBSE다.
정책과 기술이 서로 충돌하지 않고 실체로 연결될 때 혁신은 비로소 말이 아니라 결과가 된다.
DBSE는 그 연결을 가능하게 하는 가장 현실적이고, 검증된, 그리고 시급히 확산되어야 하는 해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