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인스 칼럼
검색과 R&D, 그리고 AI
AI를 넣어야 사업이 된다?
요즘 R&D 제안서에서 인공지능(AI)이 빠지면 사업을 따기 어렵다는 말이 심심찮게 들린다. AI는 생산성과 미래성을 상징하는 키워드가 되었고, 이제는 선택이 아니라 ‘기대사항’처럼 여겨진다.
문제는 이 흐름이 “AI를 넣는 것 자체”를 목적으로 오해하게 만든다는 점이다. 지금 우리가 던져야 할 질문은 “AI를 넣었는가?”가 아니라 “AI가 어떤 역할을 하며 어떤 효과를 내는가?”이다.
검색(Search)과 연구(Research)는 다르다
AI가 정보를 검색하고 정리해주는 기능은 매우 강력하다. 하지만 종종 이런 기능을 ‘리서치(Research)’라고 포장하는 마케팅이 연구개발 현장에까지 영향을 미친다. 검색(Search)은 존재하는 정보를 찾는 일이고, 연구(Research)는 새로운 지식을 창출하는 과정이다. 두 개념은 전혀 다르며, 혼동하면 R&D의 방향 자체가 흔들린다.
AI는 특허 분석, 기술문헌 정리, 실험 설계, 변수 최적화 등에서 연구자의 손발 역할을 하며 R&D 효율을 높인다. 하지만 문제를 정의하고, 우선순위를 정하며, 윤리적·전략적 판단을 내리는 일은 여전히 인간 연구자의 몫이다.
‘기존 데이터로 만든 AI 모델’의 한계
최근 운영 시스템이나 시뮬레이터에서 수집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AI 모델을 학습시켜 R&D에 활용하려는 시도가 많다. 하지만 AI는 과거 데이터 기반으로 패턴을 학습하므로 미래의 새로운 변수나 환경에 대한 일반화 능력이 제한적이다. 특히 기존 시뮬레이터에서 나온 데이터는 본래 모델의 가정과 제약 내에서 생성된 결과이기에 AI가 이를 학습해 만든 모델은 현실 전체를 반영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최근 주목받는 PINN(Physics-Informed Neural Network)은 물리 법칙을 신경망 학습에 통합하는 방법이다. 복잡한 물리 문제를 다루는 데 강점이 있으나, 학습 불안정, 경계 조건 처리 어려움, 고차원 문제 적용 한계, 과도한 계산 비용 등 해결 과제가 많다. 따라서 아직 완전한 ‘모델 신뢰도’ 보증 수단은 아니다.
BAS 모델링의 필요성: 빅데이터, AI, 시뮬레이션의 융합
복잡한 시스템을 다루는 R&D에서는 단일한 방법론보다 융합적 접근이 필요하다.
이때 주목할 개념이 BAS 모델링(Big data + AI + Simulation)이다. BAS 모델링은 시뮬레이션 모델을 가설적 모델로 두고, 실체계에서 수집된 운영 데이터를 AI로 학습하여 모델의 신뢰도를 점진적으로 향상시키는 방식이다.
즉, 데이터 기반 모델링의 현실성과 시뮬레이션 모델링의 예측 가능성을 상호보완적으로 융합하여, 기존 접근 방식의 한계를 극복한다.
이는 R&D에서 실험 비용과 시간, 위험 부담을 줄이는 동시에 예측 신뢰도를 높일 수 있는 전략적 방법이다.
디지털트윈과 가상실험, 그리고 ‘모델 신뢰도’
AI와 디지털트윈을 결합해 실험을 대체하거나 보완하려는 시도는 특히 국방 R&D에서 활발하다. 2023년 방위사업청은 디지털트윈 기반 가상실험을 무기체계 개발에 적극 활용하도록 지침을 수립했다. 이후 ‘국방분야 디지털트윈 적용방안 연구’, ‘AI와 디지털트윈을 활용한 무기체계 시험·평가 방안 연구’ 등이 진행 중이다.
미국도 이 흐름을 체계적으로 운영 중이다. DARPA, NASA, 미 국방부는 디지털 엔지니어링 전략을 기반으로 AI-시뮬레이션 설계 검증 체계를 구축했다. X-59 초음속기 개발 사례에서는 AI 기반 시뮬레이션으로 수백 차례 가상실험을 진행하고, 물리적 실험은 최소화한다.
하지만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모델 신뢰성이다. 모델이 현실과 얼마나 일치하는지, 극한 상황에서도 예측력이 유지되는지, 실측 데이터와 정합성은 충분한지에 대한 검증(Verification)과 실증(Validation) 없이는 가상실험은 단지 가상의 결과일 뿐이다.
도구보다 질문이 중요하다
기술은 매일 진화하고, AI는 연구자의 시간을 절약하는 훌륭한 파트너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아무리 정교한 도구라도 “왜 이 문제를 푸는가?”, “이 연구는 무엇을 위한 것인가?”라는 질문이 빠져 있다면, 그 기술은 방향을 잃는다.
우리는 지금 도구의 추가가 아니라 질문의 명료화가 필요한 시점에 서 있다. 검색과 연구는 다르고, AI는 연구자를 대신하는 존재가 아니라 곁에 있어야 한다. 진짜 혁신은 언제나 기술이 아니라 질문에서 시작된다.
출처 : 브랜드뉴스(BRAND NEWS)(https://www.ibrand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