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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인스 칼럼

공학과 엔지니어링은 왜 다른가?

앎과 실천, 사고와 지혜의 간극

많은 사람들이 공학(工學)과 엔지니어링(Engineering)을 같은 말로 생각한다. 대학 전공 이름도 “기계공학”, “전기공학” 등이고, 영어로는 “Mechanical Engineering”, “Electrical Engineering”이라고 표기되니 외형상 차이가 없어 보인다. 그러나 두 단어 사이에는 본질적인 차이가 있다. 공학은 지식을 배우고 이해하는 학문이라면, 엔지니어링은 그 지식을 현실 문제 해결에 적용하는 실천적 과정이다.

 

공학은 ‘이해’의 학문이다

 

공학은 자연과 사회의 원리를 이해하기 위한 학문이다. 철학과 과학, 수학을 기반으로 세상의 현상을 분석하고 설명한다. 전자공학은 전자의 흐름을 이해하고, 기계공학은 힘과 운동의 원리를 탐구한다. 공학은 “왜 그런가?”를 묻는 학문으로, 세상의 이치를 밝히고 원리를 체계화하는 데 중심을 둔다.

 

 

엔지니어링은 ‘실행’의 기술이다

 

엔지니어링은 그 이해를 바탕으로 실제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이다.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설계하고, 구현하고, 검증하며, 최적화하는 모든 과정이 엔지니어링이다. 공학이 원리를 배우고 이해하는 것이라면, 엔지니어링은 그 원리를 현실에 적용하여 세상을 바꾸는 과정이다.

 

아는 것과 하는 것의 간극

 

많은 사람이 공학을 배워도 엔지니어링을 잘하지 못하는 이유는 복합적이다. 역사적·문화적 배경과 교육 방식, 사고 훈련 부족이 함께 작용한다. 19세기 일본이 서양의 Engineering을 ‘공학(工學)’으로 번역하면서 ‘배우는 학문’이라는 의미가 강조되었고, 한국도 이를 그대로 받아들이면서 Engineering이 가진 실천적·창의적 의미가 희미해졌다.

 

오늘날 교육은 여전히 암기와 지식 습득 중심이 많고, 실험과 문제 해결 중심의 학습은 부족하다. 학생들은 기술과 도구를 배우지만, 무엇이 필요한지, 무엇을 원하는지를 정의하고 목적 중심적으로 활용하는 능력은 충분히 훈련받지 못한다. 도구는 단지 목적을 이루기 위한 수단일 뿐인데, 많은 경우 목적 없이 도구 자체로 혁신하려는 오류가 발생한다.

 

 

사고를 통합하는 시스템적 접근

 

현실 문제는 단일 요소가 아니라 상호 연결된 복잡계다. 부품 하나의 변화가 전체 성능에 영향을 미치고, 한 시스템의 결정이 다른 시스템에 의도치 않은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따라서 엔지니어링은 단순한 모델링이나 시뮬레이션만으로는 부족하다. 시스템 사고를 통해 요소 간 관계, 상호작용, 피드백, 전체 최적화를 고려해야 한다.

 

추상화와 개념화로 문제의 핵심을 정의하고, 모델링·시뮬레이션으로 가상 실험과 최적화를 수행하며, 시스템 사고로 전체 관점에서 통합하고 조율하는 과정이 엔지니어링의 핵심이다. 컴퓨터, AI, 디지털트윈 같은 도구와 기술은 이를 돕는 수단이며, 목적 없는 도구 활용은 오히려 문제를 왜곡할 수 있다.

 

철학에서 시스템공학, 디지털트윈까지

 

엔지니어링은 단순히 기술을 다루는 것이 아니다. 철학으로 방향을 잡고, 과학으로 원리를 이해하며, 수학으로 문제를 정의하고, 소통으로 관계를 연결하며, 공학으로 기술을 만들고, 시스템공학으로 전체를 통합해 문제를 해결해야 비로소 완성된다.

 

오늘날은 디지털트윈과 같은 가상실험 기술이 엔지니어링의 필수 도구로 자리 잡고 있다. 현실 시스템을 그대로 재현한 디지털 환경에서 실험하고 최적화함으로써, 위험과 비용을 줄이고, 설계와 운영의 신뢰성을 높일 수 있다. 암기와 지식 습득 위주의 공학 교육을 넘어, 실험과 체험 중심의 엔지니어링 교육과 함께, 디지털트윈 기반 문제 해결 능력이 시급하다. 지식은 쌓을 수 있지만, 지혜와 문제 해결 능력은 목적 중심적 사고와 실천적 경험에서만 나온다.

 

초연결, 초지능, 초실감 기술의 출현으로 VUCA가 심화되고 있는 지금, 우리는 왜 모델 기반 시스템 엔지니어링(MBSE)과 디지털트윈에 주목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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