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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인스 칼럼

기술과 서비스

“된다”에서 “계속 된다”로, 그리고 AI 시대의 설계 주권

CES가 보여주는 미래, 그리고 남는 질문

 

CES 무대는 늘 미래로 가득하다. 메타버스가 세상을 바꿀 것이라 했고, 자율주행은 곧 완전 무인이 될 것이라 했으며, UAM은 도심의 하늘길을 열 것이라 했다. 휴머노이드는 인간 노동을 대체할 준비가 된 듯 보였다. 이제는 피지컬 AI가 대세라고 말한다. AI가 화면을 넘어 도로와 공장, 그리고 하늘까지 현실 세계를 직접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선언이다.

 

그러나 몇 년이 지나면 우리는 다시 묻게 된다. 그 미래는 어디까지 왔는가. 왜 일상은 생각보다 천천히 변하는가. 이 질문은 기술이 부족해서 생기는 것이 아니다. 기술과 서비스는 서로 다른 차원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메타버스가 남긴 교훈: “된다”와 “계속 된다”의 차이

 

메타버스는 기술적으로 충분히 구현되었다. 가상 공간은 정교했고, 아바타는 자연스러웠으며, 몰입감도 나쁘지 않았다. 기업과 정부는 앞다투어 플랫폼을 만들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자 질문이 달라졌다. 사람들이 매일 접속할 이유는 무엇인가. 지속 가능한 경제 구조는 무엇인가. 기존 플랫폼보다 더 나은 가치는 무엇인가.

 

기술은 존재했지만 반복 사용을 설계하지 못했다. 가능성은 있었지만 서비스 구조는 약했다. 메타버스는 “된다”를 보여주었지만 “계속 된다”를 만들지 못했다. 이 교훈은 피지컬 AI를 바라보는 지금, 더 무겁게 다가온다.

 

피지컬 AI: 평균 성능을 넘어 예외를 다루는 기술

 

자율주행과 휴머노이드, UAM은 단순한 디지털 서비스가 아니다. 이들은 물리 세계와 직접 상호작용하며, 오류가 곧 사고와 손실로 이어질 수 있는 영역에 놓여 있다.

 

AI는 데이터를 통해 평균을 학습하지만 현실은 평균이 아니라 예외로 움직인다. 기상 변화와 센서 오류, 통신 지연과 인간의 돌발 행동은 언제든 시스템을 흔들 수 있다.

 

기술이 특정 조건에서 작동하는 “점(point)”이라면, 서비스는 모든 조건을 감당해야 하는 “시스템(system)”이다. 점의 성능을 높이는 것만으로는 반복 가능성과 신뢰를 만들 수 없다.

 

 

시스템 엔지니어링: 기능이 아니라 구조를 설계하다

 

그래서 필요한 것이 시스템 엔지니어링이다. 피지컬 AI는 알고리즘 경쟁이 아니라 통합 설계의 문제이며, 센서와 인지, 판단과 제어, 통신과 운영, 규제와 보험까지 연결된 복합 구조를 요구한다.

 

무엇을 달성해야 하는지 정의하고, 어떤 조건에서 작동해야 하는지 명확히 하며, 실패 모드를 구조화하고, 리스크를 줄이고, 확장 시 복잡도의 변화를 예측하는 일은 기능 개발이 아니라 구조 설계의 영역이다. 기술 개발이 기능을 만든다면, 시스템 엔지니어링은 반복 가능한 구조를 만든다.

 

디지털트윈: 실패를 미리 경험하는 실험실

 

그러나 설계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검증이 필요하다. 현실에서 모든 예외를 경험할 수는 없고, 모든 실패를 실도로와 실제 공장에서 반복할 수도 없다.

 

디지털트윈 기반 모델링·시뮬레이션은 현실 시스템을 가상에 복제해 예외 상황을 반복 실험하고, 실패를 충분히 경험하며, 확장 시 안정성을 예측할 수 있게 한다. AI가 판단을 수행한다면, 디지털트윈은 그 판단을 검증하는 실험실이다. AI가 평균을 개선한다면, 디지털트윈은 리스크를 줄인다. “계속 된다”는 말은 이러한 구조적 검증 위에서만 가능하다.

 

 

AI는 도구가 아니라 판단 구조다

 

AI는 단순한 생산성 향상 도구가 아니라 산업과 사회의 판단 구조를 형성하는 기술이다. 피지컬 AI가 교통과 제조, 에너지와 국방에 스며들수록 AI는 산업의 중추 신경계가 된다.

 

그 판단 구조를 스스로 설계하고 검증하지 못한다면 우리는 기술의 사용자로 남을 수는 있어도 구조의 설계자가 되기는 어렵다. AI 시대의 경쟁은 모델의 크기만이 아니라 판단을 통제하고 검증할 수 있는 구조를 누가 갖느냐의 문제로 이동하고 있다.

 

불굴의 의지와 속도에서 설계의 시대로

 

우리는 불굴의 의지와 속도로 한강의 기적을 이루었다. 빠르게 추격하고, 압축 성장하며, 남이 만든 길을 누구보다 효율적으로 따라잡았다. 그 전략은 정답이 있는 산업에서 강력했다.

 

그러나 피지컬 AI는 정답이 정해지지 않은 영역이다. 남의 모델을 빠르게 도입한다고 서비스가 완성되지는 않는다. 이제는 추격자가 아니라 설계자가 되어야 한다. 보여주는 단계에서 반복 가능성을 설계하는 단계로 전환해야 한다.

 

결론: 설계가 곧 주권이다

 

메타버스가 보여준 것은 기술의 가능성과 서비스의 지속성 사이의 간극이었고, 피지컬 AI는 그 간극을 더욱 선명하게 드러낸다. 더 똑똑한 모델을 넘어 더 정교한 시스템 설계로, 기능 중심 사고에서 구조 중심 사고로 이동해야 한다.

 

기술은 미래를 보여준다. 설계는 미래를 일상으로 만든다. 그리고 그 일상을 스스로 설계할 수 있는 능력이 곧 AI 시대의 주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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