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인스 칼럼
독자 파운데이션 모델 1차 발표회 후기
성능을 넘어, 국가의 판단을 바꾸는 AI를 향해
지난 12.30(화)에 개최된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1차 발표회는 기술 성과를 자랑하는 자리가 아니었다. 오히려 질문이 남는 자리였다. 우리는 왜 국가대표 AI를 만드는가, 그리고 그 AI는 무엇을 바꾸어야 하는가라는 질문 말이다.
이번 발표회를 통해 분명해진 사실이 있다. 이제 우리에게 부족한 것은 기술이 아니라 방향이다. 모델의 규모와 성능, 학습 인프라는 이미 빠르게 성장했다. 그러나 그 AI가 국가의 의사결정 방식과 국민의 삶을 실제로 바꿀 수 있는가라는 질문 앞에서는 아직 답이 선명하지 않다.
국가대표 AI는 무엇이 달라야 하는가
민간 AI는 성능과 시장성으로 평가받는다. 더 빠르고, 더 싸고, 더 많이 쓰이면 성공이다. 그러나 국가대표 AI는 다른 기준이 필요하다. 국가는 민간이 다루기 어려운 영역, 즉 장기적이고 공공적이며 실패 비용이 큰 문제를 책임져야 하기 때문이다.
재난 대응, 국방과 안보, 의료와 복지, 교육, 산업 정책 같은 영역에서 AI가 단순히 말을 잘하는 도구에 머문다면 국가가 직접 나설 이유는 없다. 국가대표 AI는 답을 만들어내는 존재가 아니라, 선택의 결과를 비교하고 판단의 질을 높이는 존재여야 한다.
답변을 넘어서 판단을 돕는 AI로
지금의 대규모 언어모델은 놀라울 만큼 유창하다. 그러나 말을 잘하는 것과 판단을 잘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정책과 제도, 국가 전략의 영역에서는 그럴듯한 문장이 아니라, 여러 선택지 중 무엇이 더 나은지, 그 선택이 가져올 단기 효과와 장기 리스크는 무엇인지를 가늠하는 능력이 핵심이다.
이 지점에서 생성형 AI는 명확한 한계를 드러낸다. 판단을 돕기 위해서는 가설을 세우고, 그 가설을 현실에 적용했을 때 어떤 결과가 나오는지를 미리 시험해볼 수 있어야 한다. 결국 AI는 디지털트윈과 시뮬레이션, 가상실험과 결합될 때 비로소 국가의 의사결정 도구로 진화한다.
한국디지털트윈연구소가 개발한 WAiSER와 같은 접근이 중요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AI가 제시한 시나리오를 가상환경에서 검증하고 비교할 수 있을 때, 국가는 말이 아니라 근거를 가지고 판단할 수 있다. 이것이 ‘지혜로운 AI’의 출발점이다.
정책과 법제도, 이제는 미리 실험해야 한다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야 한다. 국가대표 AI가 진정한 게임 체인저가 되려면, 정책 결정과 법제도 혁신 이전에 가상실험을 통해 효과를 검증하고 최적화하는 절차가 제도화되어야 한다.
정책과 법은 한 번 시행되면 되돌리기 어렵고, 실패 비용은 국민에게 전가된다. 그럼에도 우리는 오랫동안 먼저 결정하고 나중에 보완하는 방식을 반복해왔다. 이는 기술 부족의 문제가 아니라, 의사결정 구조의 문제다.
디지털트윈 기반 가상실험은 예측이 아니라 ‘미리 해보는 것’이다. 어떤 정책이 어떤 계층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단기 효과와 장기 리스크는 무엇인지, 대안 간의 차이는 무엇인지 사전에 비교할 수 있게 해준다.
이제는 주요 정책과 제도 개편에 대해 가상실험과 시나리오 검증을 의무화하는 법제화 논의가 필요하다. 이것이야말로 국가대표 AI가 국민 행복과 국가 발전에 기여하는 가장 현실적인 경로다.
성능 경쟁이 아닌 효과 경쟁으로
이번 1차 발표회는 분명 의미 있는 출발이었다. 동시에 경고이기도 했다. 성능과 규모 경쟁에 머문다면 국가대표 AI는 글로벌 빅테크를 따라가는 또 하나의 모델로 끝날 가능성이 크다. 그 길에서는 우리가 이길 수 없다.
이제 질문은 달라져야 한다. 최고 모델 대비 성능이 몇 퍼센트인가가 아니라, 이 AI로 인해 어떤 사회적 비용이 줄어드는가, 어떤 불확실성이 관리 가능해지는가, 어떤 국민의 불안이 사라지는가를 물어야 한다.
판단의 시대를 여는 AI를 기대하며
국민 행복과 국가 발전에 기여하는 AI는 화려하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조용히 사회를 바꾼다. 재난 대응이 빨라지고, 정책 실패의 확률이 낮아지며, 국방과 산업 전략이 감이 아니라 근거로 움직이게 된다. 국민이 느끼는 변화는 ‘AI가 대단하다’가 아니라 ‘세상이 덜 불안해졌다’일 것이다.
성능의 시대는 지나가고 있다. 이제는 판단의 시대다. 국가대표 AI가 그 전환의 중심에 설 수 있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