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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인스 칼럼

디지털트윈과 시뮬레이션에 대한 오해

AI 시대, 보이지 않는 본질을 다시 바라보다

겉모습만 보고 ‘시뮬레이션’을 안다고 착각하는 문제

 

요즘 많은 사람들이 시뮬레이션을 단순한 화면 속 애니메이션 정도로 오해한다. 컴퓨터에 숫자 몇 개 넣고 마우스를 몇 번 클릭하면 현실이 저절로 재현되는 것처럼 생각하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시뮬레이션은 원래부터 ‘보이지 않는 구조와 원리를 수학적으로 모델링하고, 가상의 실험을 통해 판단과 결정을 돕는 지혜의 도구’였다. 즉, 시뮬레이션의 핵심은 겉으로 보이는 그래픽이 아니라 모델의 품질, 특히 올바른 문제 정의, 가정의 타당성, 모델의 검증과 신뢰성이다.

 

검증되지 않은 모델로 시뮬레이션을 돌리면 어떻게 될까? 답은 간단하다. 결과가 정교해 보일수록 더 위험해진다. 수치가 많고 그래프가 멋질수록 사람들은 더 쉽게 속기 때문이다. 그래서 잘못된 모델은 잘 만든 거짓말과 같다. 그리고 이 거짓말이 중요한 의사결정에 사용된 순간, 현실에서의 피해는 돌이킬 수 없게 된다.

 

 

디지털트윈은 시뮬레이션의 또 다른 이름이 아니다

 

최근 디지털트윈이 여러 산업에서 유행처럼 쓰이고 있다. 하지만 디지털트윈은 3D GIS나  CAD 모델을 예쁘게 띄워놓는 것이 아니고, IoT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연결하는 것도 본질이 아니다. 디지털트윈의 핵심은 현실 시스템에서 풀기 어려운 문제를 가상실험으로 풀어내는 능력, 그리고 현실과 가상을 연동해 더 나은 판단과 결정을 가능하게 하는 구조적 지능에 있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현실 데이터를 조금 넣었다고 해서 그것이 디지털트윈이라고 주장한다. 또 어떤 사람들은 ‘데이터만 충분하면 현실이 그대로 재현된다’고 믿는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데이터는 현실의 일부분만 반영할 뿐이고, 데이터만으로는 원인을 알 수 없다. 결국 디지털트윈도 시뮬레이션과 마찬가지로 모델링의 품질, 가정의 타당성, 검증된 구조적 지식이 핵심이다. 그리고 이 본질을 놓치면 디지털트윈도 결국 값비싼 시각화 도구로 전락한다.

 

AI가 모든 것을 해결한다는 착각

 

생성형 AI가 등장하면서 사람들은 AI와 데이터를 과신하는 경향이 더 심해졌다. 질문을 하면 답을 잘하니까, 마치 AI가 문제까지 해결해줄 것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AI는 본질적으로 데이터를 기반으로 패턴을 찾아내는 도구다. 데이터에 없는 것은 절대 알 수 없고, 구조와 원리를 이해하기보다는 통계적 유사성을 찾는 데 최적화되어 있다.

 

 

그래서 현실 문제를 해결할 때 AI는 답을 말해주는 도구로는 훌륭하지만, 문제의 구조를 밝히고 정확한 결정을 내리는 도구로는 제한적이다. AI가 잘못된 데이터나 잘못된 질문을 만나면, 틀린 답을 더 빠르고 그럴듯하게 만들어낸다. 즉, AI도 ‘잘 만든 오류’를 생산할 수 있다.

 

이 점에서 디지털트윈 기반의 시뮬레이션은 AI의 한계를 보완하는 역할을 한다. 시뮬레이션은 원리와 구조를 명확히 드러내고, AI는 데이터의 패턴을 찾아낸다. 이 두 가지가 BAS(Big data + AI + Simulation)처럼 결합될 때 비로소 우리는 현실을 더 깊게 이해하고, 미래를 더 정확하게 예측하며, 복잡한 문제를 슬기롭게 해결할 수 있다.

 

 

본질은 ‘도구’가 아니라 ‘문제 정의’와 ‘모델의 품질’

 

시뮬레이션도, 디지털트윈도, AI도 결국 도구일 뿐이다. 문제를 정의하지 못한 사람에게는 어떤 도구도 쓸모가 없다. 그리고 잘못된 모델은 더 큰 오류를 만들어낸다. 본질적인 질문은 다음과 같다.

 

“우리는 무엇을 알고 있고, 무엇을 모르는가?

 

그리고 무엇을 가정했고, 그 가정은 현실에서 타당한가?”

 

이 질문을 명확히 할 때 비로소 디지털트윈은 현실 문제를 해결하는 가상 실험실이 되고, 시뮬레이션은 판단을 돕는 지혜의 도구가 되며, AI는 인간의 인지를 보완하는 유능한 조력자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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