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인스 칼럼
비용 관점에서 본 휴머노이드
싸다고 싼 게 아니다.
휴머노이드 로봇을 둘러싼 논의는 늘 가격에서 시작한다. 20만 달러가 2만 달러로 내려갈 수 있는가, 인간 두 명의 인건비를 대체할 수 있는가, 투자 회수 기간은 몇 개월인가. 숫자는 명확해 보이고 계산은 간단해 보인다. 그러나 시스템 엔지니어링 관점에서 보면 이 논의는 가장 중요한 질문을 빠뜨리고 있다. 싸다고 정말 싼 것인가.
단가는 비용이 아니다
휴머노이드의 구매 가격은 시작점일 뿐이다. 유지보수, 소프트웨어 업데이트와 재학습, 다운타임 손실, 안전 인증과 보험, 사고 발생 시 책임 비용, 조직 전환과 교육 비용까지 포함해야 총소유비용(TCO)이 드러난다.
피지컬 AI는 판단이 곧 물리적 행동으로 이어진다. 오류는 화면 속 메시지가 아니라 현실의 손실이다. 품질과 신뢰성이 확보되지 않으면 낮은 단가는 착시에 불과하다. 실질 비용은 단순한 가격이 아니라 구조를 가진다.
실질 비용 = 총소유비용 ÷ 효과성
효과성이 낮으면 아무리 싸도 결국 비싸다.
기술이 좋아도 효과가 좋아지는 것은 아니다
기술은 성능을 높인다. 그러나 효과성은 목적 달성 수준이다. 성능은 “얼마나 잘 작동하느냐”이고, 효과성은 “그래서 목적이 달성되었느냐”다. 둘은 다르다.
초정밀 동작이 가능해도 공정이 정렬되지 않으면 생산성은 오르지 않는다. AI 모델이 고도화되어도 운영 프로세스가 불안정하면 다운타임만 늘어난다. 성능이 높아질수록 사고 규모도 커질 수 있다. 기술은 필요조건이다. 그러나 효과는 설계의 결과다.
자동화를 위한 자동화의 함정
산업 역사에는 “자동화를 위한 자동화” 사례가 적지 않다. 기존 구조의 문제를 해결하지 않은 채 그 위에 자동화를 얹었고, 결과는 비용 증가와 복잡성 확대였다. 불안정한 공정에 고속 자동화를 적용하면 불량도 더 빠르게 늘어난다.
휴머노이드도 같은 함정에 빠질 수 있다. 사람 중심으로 설계된 공정, 숙련자의 암묵지에 의존하는 작업, 예외 처리에 기대는 운영 구조를 그대로 둔 채 로봇만 투입하면 경제성은 오히려 악화된다.
자동화의 목적은 기술 도입이 아니다. 목적 달성을 위한 구조 재설계다. 수단이 목적이 되는 순간, 비용은 폭증한다.
시간은 경제성을 검증한다
경제성은 정적인 숫자가 아니다. 시간 속에서 드러난다. 초기에는 고장률이 높고 조직은 낯설며 프로세스는 불안정하다. 시간이 지나며 데이터가 축적되고 알고리즘이 개선되며 운영 구조가 안정된다. 규제와 보험 체계도 점차 정착된다.
경제성은 다음과 같은 함수다.
경제성(t) = f(효과성(t), 비용(t))
가격은 빠르게 떨어질 수 있다. 그러나 신뢰성과 책임 구조는 시간이 필요하다. 시간이 지나 효과성이 검증될 때에만 비용은 실제로 낮아진다.
거스를 수 없는 것은 자동화 압력이다
노조의 반발은 일자리 대체에 대한 우려에서 출발한다.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라는 선언은 자동화를 운명처럼 말한다. 그러나 거스를 수 없는 것은 자동화 압력이지, 휴머노이드라는 특정 형태는 아니다.
휴머노이드는 필연이 아니라 선택이다. 구조를 바꿀 수 있다면 전용 자동화가 더 경제적일 수 있다. 구조를 바꾸기 어려운 구간에서만 휴머노이드는 대안이 된다.
잘못된 구조 위에 얹으면, 아무리 싸도 결국 비싸다.
그래서 DBSE가 필요하다.
문제는 단가가 아니라 시스템이다. 문제는 기술이 아니라 효과성이다.
휴머노이드를 도입하기 전에 우리는 모델링해야 한다. 어떤 임무를 수행하는가, 어떤 환경에서 운용되는가, 예외 상황은 어떻게 처리되는가, 인간의 역할은 어떻게 바뀌는가, 전체 비용은 시간에 따라 어떻게 변하는가.
DBSE(Digital twin-Based Systems Engineering)는 현실 시스템을 디지털 트윈으로 옮기고 가상실험을 통해 효과성과 비용을 사전에 검증하는 접근이다. 실패를 현실에서 치르기 전에 모델에서 검증한다. 기술 성능이 아니라 시스템 효과를 기준으로 선택한다.
특히 국방, 원자력, 항공, 의료, 사회 인프라 같은 Mission Critical 분야에서는 이 접근이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싸게 도입했다가 사고 한 번이면 모든 계산은 무의미해진다.
결론
휴머노이드는 싸질 수 있다. 기술도 더 좋아질 것이다. 그러나 싸다고 싼 게 아니다. 기술이 좋다고 효과가 자동으로 좋아지는 것도 아니다. 정말 싼 선택은 목적을 가장 잘 달성하고, 위험을 가장 낮추며, 시간이 지나도 지속 가능한 구조를 만드는 선택이다. Mission Critical 분야에서는 더욱 그렇다.
자동화는 목적이 아니라 수단이다. 그 수단이 목적이 되는 순간, 비용은 폭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