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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인스 칼럼

선무당과 피지컬 AI

데모의 시대를 넘어 구조·검증·생태계의 시대로

지난 2월 16일, 중국 국영방송 CCTV의 춘절 갈라 무대에 첨단 AI 로봇이 등장했다. 수억 명이 지켜보는 국가 행사에서 로봇은 정교한 동작과 안정적인 퍼포먼스를 선보였고, 그 장면은 기술과 국가 서사가 결합된 상징처럼 받아들여졌다. 많은 이들이 감탄했다. 그러나 우리는 묻지 않을 수 없다. 그것은 모라벡의 역설을 깨뜨린 역사적 돌파였는가, 아니면 철저히 통제된 환경에서 연출된 안정성의 과시였는가.

 

알파고의 충격, 다른 해석

 

2016년, AlphaGo와 이세돌의 대결은 한국에서 먼저 열렸다. 세계적 충격은 우리 땅에서 시작됐다. 우리는 그 사건을 역사적 이벤트로 기억한다.

 

그러나 이후 커제는 이렇게 말했다. “인류가 수천 년간 검증해 온 전술이 틀릴 수 있다.” 이 말은 단순한 패배 소감이 아니라 판단 구조의 전환 선언이었다.

 

같은 충격이었지만 해석은 달랐다. 우리는 장면을 기억했고, 중국은 구조를 재설계했다. 그 이후 중국은 AI를 산업·제조·안보 전략으로 통합했다. 발전의 차이는 기술 이전에 문제 정의와 전략적 해석에서 갈렸다고 볼 수 있다.

 

 

 

데모와 운용의 간극

 

자율주행 시범 주행, 자율운항 선박, 군집 드론 쇼, 스마트시티 시연. 우리는 인상적인 데모를 반복해서 보아왔다. 기술은 분명 진전했다.

 

그러나 시범과 상용, 데모와 운용 사이에는 여전히 간극이 존재한다. 무대는 통제된 공간이다. 변수는 최소화되고, 동작은 설계되며, 실패 가능성은 제거된다. 이는 고도의 기술 통합을 보여주지만, 일반화된 현실 환경을 증명하는 것은 아니다.

 

피지컬 AI의 진짜 시험장은 예측 불가능한 환경이다. 긴 꼬리 상황, 분포 이동, 센서 오류, 통신 지연, 인간의 비정형 행동 속에서 얼마나 안정적으로 적응하는가가 본질이다.

 

모라벡의 역설은 깨졌는가

 

한스 모라벡이 지적한 것은 불가능이 아니라 난이도의 비대칭이었다. 인간에게 쉬운 감각·운동·맥락 판단은 기계에게 구조적으로 어려운 영역이라는 통찰이었다.

 

춘절 갈라의 무대는 기술 돌파의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감지–판단–행동 루프의 통합 수준은 분명히 향상되었다. 그러나 무대는 복잡하지만 불확실성은 낮다. 모라벡의 역설이 겨냥한 핵심은 예측 불가능성에 대한 일반화 능력이다.

 

돌파의 방향은 보였지만, 구조적 난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

 

 

생태계의 힘과 구조의 차이

 

AI는 단일 기술이 아니라 거대한 산업 생태계다. 연산 인프라, 반도체, 소프트웨어, 데이터, 제조, 표준이 서로 얽혀 있다. NVIDIA가 형성한 생태계는 그 상징적 사례다.

 

플랫폼 위에 올라타는 것과 플랫폼을 설계하는 것은 다르다. 중국이 휴머노이드에 집중하는 것은 기술 과시가 아니라 제조·AI·반도체를 수직 통합하려는 전략적 선택으로 읽힌다. 생태계를 장악하면 속도가 붙고, 속도가 붙으면 격차는 확대된다.

 

그러나 생태계에 편승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내부에 축적된 검증 자산과 구조 설계 역량이 없다면 종속적 소비자가 될 뿐이다.

 

선무당의 위험

 

기술 충격은 종종 과신을 낳는다. 개념 연구 없이 확장하고, 사전 검증 없이 배치하며, 시스템 공학적 접근 없이 운영하는 태도는 위험하다. “선무당이 사람 잡는다”는 속담은 기술 시대에도 유효하다.

 

AI는 문제 해결을 잘한다. 그러나 문제 정의가 틀리면 더 빠르게 틀린 답을 낸다. 피지컬 AI에서는 그 오판이 곧 물리적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기술이 위험한 것이 아니라 구조 없이 사용하는 태도가 위험하다.

 

 

그래서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지금 필요한 것은 더 화려한 데모가 아니다. 더 많은 GPU도 아니다. 먼저 무엇을 자동화할 것인지, 어떤 환경에서 어떤 책임을 지고 운용할 것인지 명확히 정의해야 한다. 기술이 아니라 서비스와 임무 단위로 접근해야 한다.

 

DBSE(Digital twin-Based Systems Engineering)는 요구사항에서 운용까지 일관된 책임 구조를 설계하게 한다. 디지털트윈 기반 가상실험은 긴 꼬리 상황을 사전 검증하고, 운용 이후에는 데이터를 반영해 사후 최적화를 가능하게 한다.

 

그리고 RTA(Run-Time Assurance)는 운용 중 안전 보증 계층이다. AI의 판단이 안전 경계를 벗어날 경우 실시간으로 개입해 제한하거나 중단한다. 사전 검증은 예측된 위험을 줄이고, RTA는 예측하지 못한 위험을 통제한다.

 

이 세 가지가 연결되어야 피지컬 AI는 데모를 넘어 시스템이 된다. 동시에 생태계 위에 올라타되, 시나리오 라이브러리와 검증 기준, 안전 보증 로직 같은 핵심 자산은 내부에 축적해야 한다. 그것이 전략적 주체성을 확보하는 길이다.

 

감탄 이후의 선택

 

알파고는 한국에서 먼저 싸웠다. 그러나 그 충격을 어떻게 해석하고 구조화했는지가 이후의 방향을 갈랐다. 지금 피지컬 AI 역시 같은 갈림길에 서 있다. 우리는 또 한 번 기술의 화려한 장면에 감탄하고 있는가, 아니면 구조와 생태계를 동시에 설계하고 있는가.

 

피지컬 AI의 시대는 더 빠른 연산의 시대가 아니다. 더 단단한 시스템 설계, 더 엄격한 검증, 더 치밀한 안전 보증, 그리고 전략적 생태계 통합을 요구하는 시대다. 진짜 경쟁은 데모의 화려함이 아니라, 운용 가능한 구조를 누가 먼저 완성하느냐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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