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인스 칼럼
성공한 실패
진짜 혁신은 '성공한 실패'를 줄이는 것에서 시작된다
사전적으로 성공은 목적한 바를 이룬 것이고, 실패는 목적을 이루지 못한 것이다. 정의는 단순하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이 정의가 자주 왜곡된다. 일정은 맞췄고, 예산은 집행했으며, 요구된 산출물도 제출했다. 법규와 지침을 준수했고 평가도 통과했다. 그래서 우리는 성공이라고 말한다.
그런데 정작 해결하려던 문제는 줄지 않았고, 위험은 낮아지지 않았으며, 현장은 달라지지 않았다면 그것은 무엇인가. 형식은 성공이지만 목적은 달성하지 못한 상태, 이것이 ‘성공한 실패’다.
왜 성공한 실패가 반복되는가
성공한 실패는 개인의 부주의라기보다 구조의 결과다.
첫째, 우리는 완료를 성공으로 정의한다. 일정 준수와 예산 집행, 산출물 제출이 관리 지표가 되면서 수행의 성공이 목적의 성공을 대체한다.
둘째, 요구사항과 법규를 절대 기준으로 삼는다. 법과 지침을 따르는 것은 당연히 필요하다. 그러나 그것은 절차의 적합성을 보장할 뿐, 목적 달성을 자동으로 보장하지는 않는다. 요구사항 자체가 현실 문제와 어긋나 있다면, 그것을 완벽히 구현해도 효과는 나오지 않는다. 규정을 지켰다는 사실은 책임을 설명해 줄 수는 있어도, 문제를 줄여주지는 않는다.
셋째, Verification(검증)은 하지만 Validation(타당성 확인)은 충분히 하지 않는다. “요구사항대로 만들었는가”는 확인하지만, “이 요구사항이 정말 문제 해결에 맞는가”는 깊이 묻지 않는다. 설계 단계에서 가정과 인과구조를 충분히 검증하지 않으면, 실행 이후에는 되돌리기 어렵다.
넷째, 발주자·수행기관·평가자가 각자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면서도 형식 중심의 체계를 강화한다. 발주자는 집행 가능성과 책임성을 고려하고, 수행기관은 평가 지표에 맞추어 산출물을 최적화하며, 평가자는 정해진 기준에 따라 판단한다. 누구도 악의를 가지지 않았지만, 효과보다 형식이 우선되는 구조가 만들어진다. 성공한 실패는 합작품이다.
법제화하면 해결될까
그렇다면 사전 검증과 최적화를 법으로 의무화하면 해결될까. 설계 전에 효과 검증을 의무화하고, 리스크 분석과 대안 비교를 법에 명시하며, 사후 최적화를 강제하면 성공한 실패는 줄어들 것처럼 보인다.
분명 법제화는 필요하다. 최소한 “하지 않아도 되는 구조”를 막아주기 때문이다. 사전 검증을 하지 않으면 착수할 수 없고, 사후 데이터를 제출하지 않으면 종료할 수 없는 체계는 일정 수준의 질을 보장한다.
그러나 법은 필요조건일 뿐 충분조건은 아니다. 법이 생기면 그 법을 충족하는 문서와 절차가 생긴다. 사전 검증 보고서를 작성하고, 효과 지표를 설정하며, 최적화 계획을 제출할 수 있다. 문제는 그것이 실질적 논리 검증이 아니라 형식적 충족으로 변질될 위험이다.
“사전 검증을 했는가”가 아니라 “사전 검증 문서를 냈는가”로 바뀌는 순간, 성공한 실패는 사라지지 않는다. 오히려 더 정교해질 수 있다. 결국 법은 틀을 만들 수 있지만, 목적 달성을 대신해 주지는 않는다.
무엇을 어떻게 바꿔야 하는가
첫째, 성공의 정의를 다시 세워야 한다. 성공은 완료가 아니라 목적 달성, 더 정확히는 효과의 증명이어야 한다. 발주 단계에서부터 “무엇을 납품할 것인가”가 아니라 “어떤 문제를 얼마나 줄일 것인가”를 명확히 해야 한다. 성공기준을 정량적으로 명확히 하는 일은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반드시 해야할 일이다.
둘째, 사전 검증을 단순 체크리스트가 아니라 구조적 논리 검증으로 만들어야 한다. 요구사항과 목적의 인과 연결을 명확히 하고, 가정과 리스크를 드러내며, 대안을 비교해야 한다.
셋째, DBSE(Digital Twin-Based Systems Engineering)와 같은 구조적 접근이 필요하다. 현실 시스템을 모델로 표현하고, 가정과 인과관계를 드러내며, 사전 가상실험을 통해 효과를 예측하고 검증해야 한다. 이는 법을 어기는 것이 아니라, 법을 지키면서도 목적 달성을 확인하는 방법이다.
넷째, 사후 검증과 지속적 최적화를 병행해야 한다. 환경은 변하고 가정은 흔들린다. 실제 운용 데이터를 통해 모델을 수정하고, 성과와 효과의 차이를 분석하며,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 검증은 일회성이 아니라 순환 구조여야 한다.
다섯째, 법제화는 하되 형식이 아니라 인과논리와 효과 검증을 요구해야 한다. 단순 제출이 아니라 독립적 검증과 책임 있는 승인 체계를 두어야 한다. 법+구조+책임+학습이 결합될 때 비로소 제도는 살아 움직인다.
성공은 선언이 아니라 증명이다. 실패는 목적을 향한 과정이다. 진짜 실패는 시도조차 하지 않는 것이다. 그러나 성공처럼 기록되는 실패는 가장 위험하다. 그것은 혁신을 가장한 퇴행을 만든다.
이제 질문을 바꿔야 한다. 우리는 법대로 했는가를 증명하려는가, 아니면 목적을 이루었는가를 증명하려는가. 진정한 혁신은 성공한 실패를 줄이는 것, 바로 거기서부터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