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인스 칼럼
시스템 모델링 시뮬레이션
균형을 잃은 시대, 복잡함을 단순하게 이해하는 지혜의 도구
AI 전문가인 맹성현 태재대 AI융합전략대학원장은 “우린 이미 간단한 AI에 의해 조련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유튜브나 SNS 알고리즘이 우리의 취향을 학습하고 맞춤형 콘텐츠만을 추천함으로써, 사람들은 자신이 보고 싶은 정보만 보게 되고, 확증편향과 필터버블 속에 빠져 균형을 잃어가고 있다.
그 결과, 세상을 균형 잡힌 시각으로 바라보지 못한 채, AI의 위험만을 두려워하거나 AI의 장밋빛 환상만을 좇는 양극단의 생각이 확산되고 있다.
맹 교수의 지적은 단순히 미디어 소비의 문제가 아니라, AI 시대의 사고 구조 자체가 한쪽으로 기울고 있음을 경고한다. 한쪽 시각에 갇힌 사람은 복잡한 세상을 단순히 흑백논리로 나누며, 데이터 몇 개로 세상을 설명하려 하지만, 세상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시스템은 연결이고, 모델링은 이해의 시작이다
시스템은 단순한 기계나 기술 구조가 아니다. 사람도 시스템이고, 가정도 시스템이며, 기업·도시·국가·지구·우주까지 모두 하나의 시스템이다. 이들은 각각 독립적인 존재 같지만, 사실은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상호작용하며 끊임없이 변화한다.
따라서 시스템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부분이 아니라 전체적 관점(holistic view)이 필요하다. 이 복잡한 시스템을 이해하기 위한 첫걸음이 바로 모델링(Modeling)이다. 모델링은 현실의 복잡한 시스템을 단순화하여 본질을 드러내는 과정이다. 이는 단순히 복제하거나 축소하는 작업이 아니라, 원리와 구조를 명확히 파악하고, 시간과 상태에 따라 변화하는 시스템의 동작을 표현하는 지혜의 행위다.
왜 모델링 시뮬레이션인가?
LLM 등 빅데이터 기반의 생성형 AI는 방대한 데이터를 학습해 언어적 패턴과 통계적 관계를 모사한다. 이런 접근은 정적 시스템(static system)에는 효과적이지만, 시간·상태·상호작용에 따라 끊임없이 변화하는 동적 시스템(dynamic system)을 다루기에는 한계가 있다.
현실의 대부분 시스템은 동적이다. 사람의 사고와 감정, 시장의 흐름, 도시의 에너지망, 국가 간의 외교 관계까지 – 모두 시간과 상황에 따라 변하며, 하나의 원인으로 결과를 단정할 수 없다. 따라서 우리는 단순한 데이터 기반 예측을 넘어, 원리 기반 모델링과 시뮬레이션을 통해 동적 변화를 이해하고 대응할 수 있어야 한다.
좋은 모델은 간단명료하고, 재현 가능해야 한다
좋은 모델은 완전성, 검증가능성(재현가능성), 일반성을 갖추어야 한다. 완전성은 본질을 빠짐없이 포함하는 것이고, 검증가능성은 같은 조건에서 같은 결과를 재현할 수 있는 것을 뜻한다. 일반성은 누가 해도 같은 결론에 이를 수 있는 객관성을 의미한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은 간단명료함(simplicity) 위에 세워져야 한다. 복잡한 현상을 단순하게 표현하되, 본질은 잃지 않는 것 – 그것이 모델링의 핵심이다.
걱정한다고 걱정이 없어지지 않는다
“걱정한다고 걱정이 없어지지 않는다.”
하지만 모델링 시뮬레이션을 통해 검증하고 분석하며 최적화한다면, 걱정의 근거는 사라질 수 있다. 시스템의 작동 원리를 명확히 이해하고, 다양한 상황을 가상 실험해보면, 막연한 불안 대신 객관적인 판단이 가능해진다.
이는 단지 기술적 이점이 아니라, 인간의 감정과 사회적 갈등을 줄이는 지혜의 방법이기도 하다. 복잡한 세상을 이해하지 못할 때 싸움이 생기지만, 시스템을 이해하면 갈등의 원인과 해결책이 명확해지기 때문이다.
VUCA 시대, 지혜로운 균형의 도구
지금 우리는 변동성(Volatility), 불확실성(Uncertainty), 복잡성(Complexity), 모호성(Ambiguity)이 공존하는 VUCA 시대에 살고 있다. 이런 시대에 필요한 것은 속도보다 지혜로운 균형감각이다. 균형을 잃은 사고와 정책, 편향된 정보 소비는 문제를 더 키울 뿐이다.
시스템 모델링과 시뮬레이션은 이러한 불확실성과 복잡성을 보이는 것으로 바꾸는 도구다. 눈에 보이지 않던 관계를 구조로 표현하고, 가정과 가설을 검증하며, 결과를 예측하고 최적화하는 과정에서 우리는 세상을 더 깊이 이해하고 지혜롭게 대응할 수 있다.
결국, 시스템 모델링 시뮬레이션은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인간의 이성과 지혜를 회복하는 문제다. AI가 만든 세상 속에서 길을 잃지 않기 위해, 우리는 다시 모델링과 시뮬레이션을 통해 균형 잡힌 사고의 시스템을 회복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