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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인스 칼럼

시스템 엔지니어링 관점에서 본 AI와 생태계

‘베꼈다’는 논쟁이 놓치고 있는 더 중요한 질문.
모델을 논쟁하기보다, 시스템을 설계할 때다

구슬이 아무리 많아도 꿰지 않으면 보배가 되지 않는다. 이 단순한 진리는 기술과 산업, 그리고 사회 전체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각 분야의 기술이 아무리 뛰어나도 그것들이 하나의 목적 아래 연결되지 않으면 성과는 흩어지고 복잡성만 커진다. 우리가 말하는 ‘생태계(Ecosystem)’ 역시 마찬가지다. 시스템 엔지니어링 없이는 생태계는 성장할 수 있을지 몰라도 성숙하기는 어렵다.

 

각 분야별 생태계라는 착각

 

요즘 거의 모든 산업 분야에서 “생태계 조성”을 이야기한다. AI 생태계, 국방 생태계, 에너지 생태계, 의료 생태계. 그러나 현실을 들여다보면 각 주체는 각자의 목표와 성과 지표를 가지고 움직인다. 연구는 연구대로, 개발은 개발대로, 정책은 정책대로 분절된다. 이 상태에서는 기술이 쌓일수록 문제는 해결되기보다 얽히고, 엔트로피처럼 복잡성만 증가한다.

 

이는 생태계의 실패라기보다 시스템 부재의 결과다. 생태계는 자연스럽게 생겨나는 것이 아니라, 목적과 구조가 설계될 때 비로소 작동한다. 그 설계의 언어가 바로 시스템 엔지니어링이다.

 

 

시스템 엔지니어링이 없는 생태계의 한계

 

시스템 엔지니어링 없이 각 분야 생태계를 만들겠다는 것은 지도 없이 도시를 확장하겠다는 것과 같다. 건물은 늘어나지만 교통은 막히고, 책임은 불분명해지며, 사고가 나면 원인을 특정하기 어렵다. 부분 최적화는 늘어나지만 전체 최적화는 사라진다.

 

특히 AI처럼 동적이고 적응적인 시스템을 다루는 영역에서는 이 문제가 더 치명적이다. AI는 단일 제품이 아니라 데이터, 모델, 운영, 정책, 사회적 영향이 얽힌 복합 시스템이다. 이 구조를 시스템 관점 없이 다루면 성능 수치나 유사성 여부 같은 지엽적 논쟁에 매몰되기 쉽다.

 

AI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시스템의 일부다

 

AI는 목적 그 자체가 아니다. 목적을 효율적으로 달성하기 위한 기술이자 구성품이다. 국가대표 AI든, 산업용 AI든 먼저 정의돼야 할 것은 “무엇을 위해 쓰는가”다. 국민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함인지, 국가 안전을 확보하기 위함인지, 산업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함인지가 먼저 정리돼야 한다.

 

그 다음에야 운영개념(CONOPS), ROC(Required Operation Capability), 검증 요구사항이 나온다. 이 순서가 뒤바뀌면 기술은 남지만 책임질 수 없는 결과만 남는다. 이 관점에서 보면 “모델이 같으냐 다르냐”, “베꼈느냐 안 베꼈느냐”라는 논쟁은 본질이 아니다. 저작권 문제가 없다면 엔지니어링 관점에서는 거의 의미가 없다. 더 중요한 질문은 그 모델을 독자적으로 이해하고, 수정하고, 통제하고, 검증하고, 책임질 수 있느냐다. 즉, 모델 자체가 아니라 그것을 다루는 시스템 역량이다.

 

VUCA 시대, 왜 시스템 엔지니어링이 필수인가

 

VUCA가 심화될수록, 아는 것만으로 문제를 푸는 방식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문제는 단일 원인과 단일 해법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상호작용하는 요소들 속에서 예기치 않은 결과로 나타난다. 이때 분절적 사고와 분야별 최적화는 해결이 아니라 문제를 증폭시킨다.

 

시스템 엔지니어링은 인문학과 공학의 인터페이스이자, 문제를 입력받아 솔루션을 출력하는 초학제적 접근이다. 요즘 강조되는 ‘융합형 인재’의 본질 역시 여기에 있다. 여러 기술을 아는 사람이 아니라, 전체를 보고 관계를 정의하며 선택의 결과를 예측할 수 있는 사람이다.

 

 

해법: DBSE와 AI의 결합

 

이제 방향은 분명하다. 각 분야별 생태계를 이야기하려면 DBSE(Digital twin-Based Systems Engineering)를 공통 기반으로 적용해야 한다. 요구사항 정의부터 설계, 검증, 운영, 개선까지를 가상공간에서 연결하고, AI는 이 과정에서 판단과 시뮬레이션을 지원하는 도구로 활용돼야 한다.

 

AI를 잘 쓰는 것이 목적이 아니다. AI를 활용해 목적을 잘 달성하는 것이 목표다. 성능은 중요하지만 필수 조건은 신뢰성과 안전성이고, 효율성은 그 다음이다. 이는 기술 문제가 아니라 시스템 설계의 문제다.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논쟁이 던진 메시지

 

최근의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복제 논쟁은 기술적 시비처럼 보이지만, 시스템 관점에서는 중요한 질문을 던진다. 우리는 지금 AI를 모델 중심으로 보고 있는가, 시스템 중심으로 보고 있는가라는 질문이다.

 

이번 논쟁을 계기로 필요한 것은 어느 쪽이 더 잘했는지를 가르는 일이 아니라, 국가 AI 전략을 시스템 차원에서 재점검하는 일이다. 독자 모델이란 무엇인지, 어떤 목적을 위해 존재해야 하는지, 그리고 그 목적을 달성할 수 있도록 어떻게 검증하고 운영할 것인지에 대한 기준이 필요하다.

 

그 해법으로 DBSE 적용을 적극적으로 제안할 수 있다. 파운데이션 모델 개발과 운영 전 과정에 디지털트윈 기반 검증을 결합하고, AI를 시스템 안에서 시험하고 검증하는 구조를 갖추자는 것이다. 필요하다면 유연하게 피보팅할 수 있는 체계까지 포함해서 말이다.

 

생태계는 설계의 결과다

 

각 분야별 생태계는 구호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공통의 목적, 명확한 역할, 검증 가능한 기준, 그리고 이를 연결하는 시스템 엔지니어링이 있을 때 비로소 작동한다. 시스템 엔지니어링 없는 생태계는 가능할 수는 있어도 지속되기는 어렵다.

 

더불어 함께 잘 살아가기 위해서, 그리고 복잡성을 통제하기 위해서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더 많은 기술이 아니라 기술을 꿰는 능력이다. 이번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논쟁이 그 필요성을 다시 한번 일깨워준 계기가 되길 바라며, 그 출발점으로 DBSE를 본격적으로 적용하는 지혜로운 결정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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