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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인스 칼럼

양질의 데이터와 AI

현상을 모을 것인가, 이치를 이해할 것인가

최근 국내에서 “GPU 26만 장 확보”라는 소식이 화제가 되었다. 누군가는 이제 한국도 초거대 AI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을 기반을 마련했다고 말한다.

 

하지만 중요한 질문이 빠져 있다. GPU에 무엇을 학습시킬 것인가? 바로 이 지점에서 ‘양질의 데이터’라는 말이 다시 등장한다.

 

데이터 이야기를 시작하기 전에 먼저 물어야 한다. 데이터는 무엇을 담고 있으며, 데이터만으로 AI가 세상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을까?

 

데이터는 본질의 일부가 현상으로 드러난 것일 뿐이다

 

세상 모든 시스템은 본질과 이치에 따라 움직인다. 하지만 우리가 손에 넣는 데이터는 본질 자체가 아니라, 본질이 작동한 뒤 나타나는 표면적 결과다.

 

사람이 움직인 흔적은 남지만, 그 사람이 왜 그렇게 움직였는지는 데이터에 없다. 차량의 속도와 위치는 기록되지만, 그 도로가 왜 막히는지, 매출 수치가 의미하는 고객의 의도는 숫자 속에 자동으로 포함되지 않는다.

 

데이터는 그림자다. 그림자만 보고 실체를 완전히 복원할 수 없듯, 현상만 쌓아서는 본질을 이해하기 어렵다. 데이터 중심 접근은 본질을 놓치기 쉽고, 결국 GIGO(Garbage In, Garbage Out)의 함정에 빠지기 쉽다.

 

 

데이터 문제는 현실 제약조건이다

 

데이터는 항상 불완전하고 편향되어 있다. 센서와 기록에는 노이즈가 있고, 맥락과 이유는 잘 드러나지 않는다.

 

하지만 이것을 단순히 한계로만 볼 것이 아니라 현실 제약조건으로 받아들이고, 그 안에서 설계와 학습을 최적화해야 한다. 부족하거나 불완전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도메인 지식과 이치, 시뮬레이션을 활용해 AI가 본질을 이해하도록 만드는 것이 핵심 전략이다.

 

그렇다면 ‘양질의 데이터’란 무엇인가

 

데이터 그 자체에는 선악이 없다. 문제는 그 데이터가 이치를 드러내는가, 혹은 왜곡하는가에 달려 있다. 이치가 보존된 데이터는 본질에 다가가도록 돕고, 이치를 잃은 데이터는 잘못된 결론으로 우리를 이끈다.

 

결국 양질의 데이터란 인과관계를 흐리지 않고, 맥락을 잃지 않으며, 의미 있는 신호가 노이즈에 묻히지 않은 데이터다.

 

반대로 산업 현장에서 흔히 마주하는 데이터는 편향, 불완전, 맥락 삭제, 의미와 무의미 혼합으로 가득하다. 이런 데이터가 아무리 많아도 좋은 AI를 만들 수 없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으며, GIGO의 전형적 사례다.

 

그럼에도 모두가 데이터만 강조하는 이유

 

이치와 도메인 지식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럼에도 산업과 정책, 기업은 끝없이 데이터만 외친다. 이유는 단순하다. 데이터는 수집이 쉽다. 센서를 달아두면 자동으로 쌓이고, 서버를 늘리면 저장된다.

 

반면 이치를 정립하는 일은 어렵고 시간이 오래 걸린다. 또한 데이터 기반 모델은 겉보기 성능이 빠르게 나온다. 이치를 이해하지 못해도 패턴만 맞추면 정확도처럼 보이는 결과가 나온다.

 

정책과 투자의 구조 역시 데이터 중심이다. 데이터센터, 데이터 레이크, 레이블링은 예산 집행과 성과 보고를 명확하게 만든다. 이런 구조에서는 “세상의 이치를 모델링하자”는 제안이 뿌리내리기 어렵다.

 

 

지식을 활용하면 AI는 ‘외우는 AI’에서 ‘이해하는 AI’로 진화한다

 

데이터 중심 AI는 패턴을 외운다. 패턴 기반 AI는 조금만 다른 상황에서도 쉽게 오작동하며, 편향도 그대로 흡수한다. 왜 그런 결론에 도달했는지 설명하기 어렵다. 반면 지식과 이치를 반영한 AI는 원리로 판단한다. 새로운 상황에도 강하고, 인과 구조로 편향을 줄이며, 결과뿐 아니라 이유까지 설명할 수 있다.

 

에이전트 AI와 피지컬 AI로 진화할수록, 이치 기반 학습의 중요성은 더욱 커진다. 현실과 상호작용하며 판단하는 AI는 단순 패턴이 아니라 원리와 구조를 기반으로 해야 안전하고 안정적이다.

 

지식을 활용한 AI는 훨씬 적은 데이터로도 정확하고 안정적인 성능을 낸다. BAS(Big data + AI + Simulation) 접근은 데이터로 현상을 관찰하고, 시뮬레이션으로 이치를 재현하며, AI가 그 위에서 학습하게 한다. 현상과 본질, 관찰과 원리, 데이터와 이치를 연결하는 방식이 진짜 AI 진화의 핵심이다.

 

대한민국이 AI 3강을 실현하려면

 

AI 3강을 달성하려면 단순히 하드웨어와 데이터에 의존해서는 불가능하다.

 

첫째, 데이터 품질을 혁신하고 현실 제약조건을 고려해야 한다. 산업 현장, 공공 데이터, 연구 데이터를 이치 중심으로 수집하고, 편향과 노이즈를 최소화해야 한다.

 

둘째, 도메인 지식과 원리 기반 AI를 체계적으로 개발해야 한다. 단순 패턴 학습이 아닌, 원리로 판단하고 설명 가능한 AI를 구축해야 한다.

 

 

셋째 모델링시뮬레이션(M&S)과 디지털트윈 기술을 활용해 현실과 가상을 연결해야 한다. 부족하거나 왜곡된 데이터 문제를 극복하고, AI가 새로운 상황에서도 올바른 판단을 내리도록 만들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에이전트 AI와 피지컬 AI를 포함한 실세계 적용 능력을 확보해야 한다. AI가 단순히 외우는 수준에 머물지 않고, 현실과 상호작용하며 안정적·안전하게 판단하도록 만드는 것이 필수적이다.

 

이 모든 전략은 데이터와 이치를 연결하는 능력 위에서만 가능하다. 하드웨어와 데이터만으로는 GIGO를 반복하며 AI의 본질을 놓치게 된다.

 

결론: GPU보다 중요한 건 ‘무엇을 학습시키느냐’이다

 

약 13조원(?)이 투자되는 GPU 26만 장은 AI 발전 인프라지만, 그 위에 올릴 데이터와 이치가 없다면 AI는 현상을 외우는 수준에 머문다.

 

AI의 품질을 결정하는 것은 데이터를 얼마나 많이 모았는가가 아니라, 그 데이터가 본질과 이치에 접근하도록 설계되었는가이다.

 

대한민국이 AI 3강을 실현하려면, 데이터 중심에서 이치 중심, 그리고 데이터를 이치와 연결하는 AI로 나아가야 한다.

 

그 방향을 잡지 못하면 아무리 하드웨어가 발달해도 우리는 또 한 번 AI의 본질을 놓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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