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인스 칼럼
우리가 놓치고 있는 것들
드러난 현상 너머의 본질을 읽고 미래를 실험하는 능력
요즘 AI에 대한 논의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산업 경쟁력, 국가 전략, 군사력까지 거의 모든 영역에서 AI가 핵심이라는 이야기가 이어진다. 어떤 이는 미래 억지력의 중심이 핵이 아니라 AI가 될 것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이러한 문제의식 자체는 틀리지 않다. AI는 분명 세상을 바꾸고 있다. 그러나 이 논의 속에서 우리가 종종 놓치고 있는 것이 있다.
우리는 너무 쉽게 드러난 것에만 집중한다는 점이다. 기술이 등장하면 그 기술 자체에 관심이 쏠리고, 눈에 보이는 성능과 결과를 중심으로 평가한다. 그러나 드러난 것은 어디까지나 현상의 일부일 뿐이다. 중요한 것은 그 뒤에 숨어 있는 본질과 맥락이다.
드러난 사실을 단서로 그 뒤에 있는 구조를 이해해야 한다. 그래야 지금 일어나고 있는 변화의 의미를 제대로 읽을 수 있다.
기술보다 먼저 필요한 것
AI가 중요하다는 주장에는 많은 사람이 동의한다. 그러나 기술이 곧 문제 해결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기술은 도구일 뿐이다. 더 중요한 질문은 언제나 이것이다.
무엇을 위해 기술을 사용하는가. 특히 국방이나 산업 시스템처럼 복잡한 영역에서는 이 질문이 더욱 중요해진다. 전투력이나 산업 경쟁력은 하나의 기술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미션이 있고, 그 미션을 수행하기 위한 운영개념(CONOPS)이 있으며, 그에 맞는 시스템 설계가 이루어지고, 운용과 검증을 통해 완성된다.
무기체계, 사람, 조직, 전술, 정보가 결합된 복합 시스템(System of Systems) 이 작동할 때 비로소 실제 능력이 만들어진다.
AI 역시 이 구조 속에서 의미를 갖는다. 미션과 운영개념이 없는 AI는 기술 시연에 머물 뿐 실제 능력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그래서 최근 국방 분야에서 강조되는 개념이 미션 엔지니어링(Mission Engineering) 이다. 기술을 먼저 정하는 것이 아니라, 미션을 정의하고 그 미션을 달성하기 위한 시스템 구조를 설계하는 접근이다.
현실 세계로 들어온 AI
AI는 이제 단순한 소프트웨어가 아니다. AI는 로봇이 되고, 드론이 되고, 무인체계가 되어 현실 세계에서 움직인다. 공장에서 설비를 제어하고, 물류 시스템을 운영하며, 전장에서 실제 장비를 통제한다.
이른바 피지컬 AI 시대다. 이때 AI의 오류는 단순한 계산 오류로 끝나지 않는다. 그것은 물리적 충돌이나 작전 실패 같은 현실의 위험으로 이어질 수 있다. 그래서 최근 세계적으로 강조되는 개념이 Run-Time Assurance(RTA) 다.
AI가 판단을 내리더라도 시스템이 그것을 실시간으로 감시하고 통제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는 의미다. 결국 이 역시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시스템 설계의 문제다.
미래는 예측이 아니라 실험으로 준비된다
또 하나 우리가 자주 놓치는 것이 있다. 미래는 단순한 예측으로 대비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현실 세계에서는 모든 가능성을 직접 시험할 수 없다. 전쟁도, 도시 운영도, 산업 시스템도 마찬가지다. 실제 환경에서 모든 상황을 경험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래서 필요한 것이 가상실험이다. 현실 시스템을 가상환경에 재현하고,’다양한 상황을 실험하고, 성과를 평가하고, 설계를 반복적으로 개선하는 과정이다.
이것이 바로 디지털트윈 기반 가상실험이다. 드러난 현상을 통해 보이지 않는 구조를 이해하고, 그 구조를 기반으로 미래의 가능성을 미리 실험해 보는 것이다. 그렇게 준비할 때만 실제 상황이 발생했을 때 즉각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이 만들어진다.
우리가 놓치고 있는 것
우리는 지금 기술의 속도에 압도되고 있다. 새로운 기술이 등장할 때마다 그 기술 자체에 집중한다. 그러나 기술은 문제 해결의 출발점이 아니다.
출발점은 언제나 이해와 설계다. 드러난 현상을 단서로 보이지 않는 본질과 맥락을 읽고, 그 구조를 바탕으로 미래의 가능성을 미리 실험하며 대비하는 것. 이것이 복잡한 세상을 다루는 방법이다.
VUCA 시대에 필요한 것은 더 많은 기술이 아니라 더 깊은 이해와 설계 능력이다. 그리고 바로 그 이유 때문에 디지털트윈 기반 가상실험이 필요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