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인스 칼럼
정성·정밀·정직(精誠·精密·正直)
숫자와 도구를 넘어 목적과 맥락을 읽는 지혜와 시스템 사고
정밀, 숫자를 넘어 맥락으로
내가 다닌 고등학교 교훈인 정성·정밀·정직 중, ‘정밀’은 늘 어렵게 느껴졌다. 숫자 하나, 수치 하나가 틀리면 결과가 달라지는 세상에서 정밀함은 꼭 필요한 덕목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깨달았다. 정밀이란 단순한 계산이 아니라, 현상을 이해하고 오차의 원인을 찾아내며, 복잡한 현실에서 핵심을 추출하고 목적에 맞게 추상화하는 능력이다.
컴퓨터와 AI, 로봇의 등장으로 정밀함은 훨씬 쉽게 확보할 수 있지만, 무엇을 왜 측정하고 어떤 목적을 달성할지 정의하는 것은 여전히 인간의 몫이다.
숫자에 갇힌 사회와 정답 맞추기의 그림자
우리는 숫자를 사랑한다.
“몇 퍼센트 줄었다”, “몇 위다”, “성장률이 얼마다.”
하지만 그 수치가 어떤 맥락과 전제에서 나온 것인지는 잘 묻지 않는다.
정답 맞추기 교육의 영향으로 ‘과정’보다 ‘결과’를, ‘이유’보다 ‘정답’을 중시하도록 길들여졌다. 그래서 어떤 수치를 보면 그 의미보다 먼저 “이게 맞냐, 틀리냐”를 따지게 된다. 이런 사고에서는 복잡한 문제를 단순화하기는커녕, 단순한 수치에 갇히게 된다.
NASA와 INCOSE가 제시한 MBSE·디지털트윈 효과 수치도 마찬가지다. 비용 절감 55%, 품질 향상 40%는 조건부 최대효과이지 보편적 진리가 아니다. 복잡도가 높고 모델 기반 설계와 검증이 체계화될수록 효과는 극대화되지만, 잘못 적용되면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도 있다.
즉, 수치는 맥락 속에서 해석될 때 비로소 의미를 갖는다.
감사와 평가, 목적 중심 사고의 필요성
감사나 평가도 비슷하다. 점수나 체크리스트에 집중하면 감사의 본래 목적인 개선과 성장을 놓치게 된다. 형식적 점검과 평가에 그치면 조직은 복지부동에 빠지고, 개인은 자괴감만 쌓이게 된다. 숫자와 결과만 보는 문화가 목적 중심 사고를 막는 대표적 사례다.
MBSE와 디지털트윈을 조직에 적용할 때도, 단순한 도구 활용이나 형식적 보고서에 그치면 기대 효과는 실현되지 않는다. 진짜 가치는 문제 정의 → 목표 설정 → 모델 기반 검증 → 최적 해법 도출이라는 흐름을 완전히 이해하고 적용할 때 나온다.
AI 시대의 인간 지혜
AI가 제공하는 데이터는 도구일 뿐이다. 정확한 수치를 의심하는 데서 지혜가 나오는 것이 아니라, 그 수치가 무엇을 의미하며, 어떤 목적을 향해 쓰여야 하는지를 이해하는 데서 지혜가 나온다.
AI, MBSE, 디지털트윈은 모두 복잡한 현실을 목적 중심으로 설계하고 검증하는 도구다. 하지만 도구의 효율을 극대화하는 것은 인간의 판단과 경험이다. 정답보다 중요한 것은 ‘이 답이 왜 필요한가’를 묻는 힘이며, 그 물음이 정답 중심 사회를 지혜 중심 사회로 바꾸는 첫걸음이다.
정성·정밀·정직, 도구와 목적을 연결하는 길
정밀은 머리로만 하는 일이 아니다. 정성이 없으면 집중할 수 없고, 정직하지 않으면 진짜 오류를 볼 수 없다. 추상화를 통해 핵심만 보고, 세부는 목적에 맞게 조절할 줄 알아야 비로소 정밀함이 완성된다.
MBSE와 디지털트윈도 목적과 문제 정의, 검증 중심 사고 속에서만 효과를 발휘한다. 정성·정밀·정직은 따로 떨어진 단어가 아니라, 진심으로 정확함과 의미를 추구하는 하나의 길이다. 감사, 평가, AI, 시스템 엔지니어링, 디지털트윈 모든 활동은 목적과 맥락 속에서 해석될 때 비로소 의미가 있다.
이 세 가지가 어우러질 때, 우리는 단순한 계산을 넘어 세상을 제대로 읽고, 목적에 맞는 지혜로운 결정을 내릴 수 있다.
한국생산기술연구원(이하 생기원)이 3월 12일(화), 천안 희망나눔홀에서 ’24년도 제3회 경영전략회의를 개최했다. 회의 진행에 앞서, ‘자율제조 세미나 시리즈’ 첫번째 순서로 KAIST 김탁곤 명예교수(한국디지털트윈연구소 CTO)가「디지털트윈을 활용한 스마일 생산기술 가치 사슬의 부가가치 구연 방안」을 주제로 강연해 주목을 받았다.
한편, 이상목 생기원장을 비롯 주요 보직자 100여 명이 참석한 이번 회의는 본부별 추진 중인 주요 업무와 계획에 대한 논의 및 토론, MTP 관련 추진현황 보고 및 논의 등으로 진행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