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인스 칼럼
제2의 차이나 쇼크,
우리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나
가격 경쟁이 끝난 자리에서 판단의 경쟁이 시작됐다,
지혜가 필요하다.
제2의 차이나 쇼크는 단순한 무역 갈등이나 특정 국가의 산업 공세가 아니다. 이는 세계 산업 질서 자체를 바꾸는 구조적 충격이다.
값싼 노동력을 앞세웠던 과거와 달리, 이번 충격의 핵심에는 국가가 주도하는 자동화, 피지컬 AI, 대규모 보조금이 결합된 과잉 생산 체제가 있다.
이 체제는 시장의 자율 조정 기능을 약화시키고, 전 세계 산업 전반에 디플레이션 압력과 생태계 붕괴 위험을 동시에 확산시키고 있다.
이 변화를 제대로 이해하려면 제1의 차이나 쇼크와의 차이를 분명히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제1의 차이나 쇼크는 비용의 문제였다
2000년대 초반의 제1의 차이나 쇼크는 비교적 명확한 구조를 가졌다. 중국의 저임금 노동력이 글로벌 시장에 본격적으로 편입되면서 선진국의 저숙련 제조업 일자리가 빠르게 잠식되었다. 이는 큰 충격이었지만, 동시에 대응 전략도 비교적 분명했다. 산업 고도화, 기술 집약 산업으로의 전환, 서비스 산업 확대라는 선택지가 존재했다.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당시 시장의 기본 규칙이 유지되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경쟁력 없는 기업은 퇴출되고, 새로운 산업이 자리를 잡는 조정 메커니즘이 작동했다. 고통은 컸지만, 시간은 적응을 허락했다. 제1의 차이나 쇼크는 본질적으로 비용 격차와 산업 이전의 문제였다.
제2의 차이나 쇼크는 구조의 문제다
지금의 상황은 전혀 다르다. 제2의 차이나 쇼크는 노동비용이 아니라 생산 방식 자체가 바뀌는 데서 출발한다. 자동화와 피지컬 AI는 인간의 숙련 축적 속도를 압도하고, 국가 보조금은 시장의 실패 신호를 차단한다. 그 결과 과잉 생산은 누적되고, 가격은 왜곡되며, 정상적인 경쟁은 성립하기 어려워진다.
이는 특정 산업의 이전 문제가 아니다. 전 산업에 걸쳐 수익 구조가 붕괴되고, 무엇을 만들어도 남지 않는 구조가 확산되고 있다. 더 싸게 만드는 문제가 아니라, 만들어도 의미가 없어지는 문제가 핵심이다. 제2의 차이나 쇼크는 산업 경쟁의 문제가 아니라 판단 체계의 위기다.
가격 경쟁은 해법이 아니다
이런 상황에서도 여전히 생산성 향상과 비용 절감을 해법으로 제시하는 목소리가 있다. 그러나 자동화와 보조금이 결합된 체제를 민간의 효율성만으로 따라잡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가격은 전략이 아니라 결과다. 가격으로 싸우는 순간 이미 주도권은 상대에게 넘어간다.
더 위험한 것은 검증되지 않은 기술 낙관론이다. AI를 도입하면 해결될 것이라는 기대, 자동화를 하면 경쟁력이 생길 것이라는 믿음은 현실을 가리지 못한다. 기술은 판단을 대신해주지 않는다. 잘못 정의된 문제 위에 얹힌 첨단 기술은 가장 비싼 실패를 만든다.
예측의 시대는 끝났다, 미리 해보는 시대다
제2의 차이나 쇼크가 위험한 이유는 속도와 규모 때문이다. 사후 대응은 이미 늦다. 변화의 속도는 인간의 직관과 경험을 넘어섰고, 한 번의 실패는 치명적일 수 있다. 이 시대에 필요한 것은 더 정교한 예측이 아니라, 가상에서 먼저 실패해보는 능력이다.
디지털트윈 기반 가상실험은 가능성을 점치는 도구가 아니다. 선택의 결과를 미리 확인하는 도구다. 생산 전략, 공급망 재편, 투자 판단, 정책 효과를 현실에서 실험하는 것은 이제 감당할 수 없는 위험이다. 가상에서 충분히 해보고, 검증된 것만 현실로 가져오는 방식만이 이 속도를 따라갈 수 있다.
BAS는 기술 조합이 아니라 판단의 구조다
빅데이터와 AI는 여전히 중요하다. 그러나 데이터는 과거를 설명하고, AI는 반복된 패턴을 학습할 뿐이다. 구조가 바뀌는 미래를 다루기 위해서는 시뮬레이션이 필수다. 빅데이터, AI, 시뮬레이션이 결합된 BAS는 기술 스택이 아니라 의사결정의 틀이다.
이 틀 안에서 판단은 빨라지는 것이 아니라 덜 틀리게 된다. 제2의 차이나 쇼크 시대의 경쟁력은 속도가 아니라 정확도다. 얼마나 빨리 결정하느냐보다, 얼마나 많은 잘못된 결정을 사전에 제거하느냐가 생존을 가른다.
제품의 경쟁에서 지혜의 경쟁으로
과잉 생산의 시대에 제품은 빠르게 평준화된다. 오늘의 경쟁력은 내일이면 사라진다. 반면 의사결정 능력은 쉽게 복제되지 않는다. 앞으로 살아남는 기업과 국가는 더 많은 제품을 파는 주체가 아니라, 더 나은 선택을 가능하게 하는 주체가 될 것이다.
디지털트윈 기반 지혜서비스는 답을 대신 내려주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답을 찾게 만드는 구조를 제공한다. 자동화와 보조금으로는 따라올 수 없는 영역이 바로 여기에 있다.
시스템 엔지니어링이 경쟁력이 되는 이유
이번 충격은 개별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시스템의 문제다. 부분 최적화는 전체 실패로 이어지고, 단기 성과는 장기 리스크를 키운다. 지금 필요한 인재는 도구를 잘 다루는 사람이 아니라, 문제를 정의하고 가정을 세우며 실험과 검증의 책임을 질 수 있는 시스템 엔지니어다.
디지털트윈 기반 시스템 엔지니어링 역량은 기업 차원을 넘어 국가 전략 자산이 되어야 한다. 이것이 없다면 어떤 첨단 기술도 방향을 잃고, 어떤 산업 정책도 지속될 수 없다.
우리의 국가대표 AI는 어디로 가고 있나
제1의 차이나 쇼크 이후 우리는 기술 고도화와 산업 전환을 이야기했다. 그리고 지금, 제2의 차이나 쇼크 앞에서 다시 AI를 말하고 있다. 그러나 이제는 분명히 물어야 한다. 우리는 무엇을 위한 AI를 만들고 있는가.
국가대표 AI가 더 큰 모델, 더 많은 데이터, 더 빠른 추론 속도에만 머물러 있다면 방향을 점검해야 한다. 지금 필요한 AI는 생산 경쟁을 부추기는 AI가 아니라, 잘못된 결정을 미리 걸러내고 실패를 가상에서 먼저 겪게 해주는 AI다.
진짜 국가대표 AI는 질문에 답을 잘하는 AI가 아니라 질문 자체를 바로 세우게 만드는 AI다. 결과를 예측하는 AI가 아니라 결과를 미리 겪어보게 하는 AI다. 더 많이 만들게 하는 AI가 아니라 덜 틀리게 선택하도록 돕는 AI다.
제2의 차이나 쇼크는 묻고 있다. 우리는 또다시 남이 만든 게임의 규칙을 따라갈 것인가, 아니면 우리가 필요한 판단의 도구를 만들 것인가.
우리의 국가대표 AI는 과연 어디로 가고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