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인스 칼럼
추상화(抽象化)
핵심을 보는 눈, 조직과 문제를 잇는 사고의 힘
현실을 단순화하는 사고
추상화(Abstraction)는 복잡한 현실에서 핵심만 뽑아내는 사고의 도구다. 지도는 모든 지형을 담지 않아도 방향과 거리, 관계를 이해하는 데 충분하다. 문제를 핵심 중심으로 정리할 때, 우리는 복잡한 상황을 빠르게 이해하고 관리할 수 있다. 조직 내 소통도 같다. 핵심만 정리해 공통의 언어로 표현할 수 있을 때, 사람들은 서로 이해하고 협력할 수 있다.
추상화는 개인의 고민과 불안에도 적용된다. 사람은 모든 세부를 동시에 떠올리며 불안을 키우기 쉽다. 추상화가 제대로 작동하면, 핵심 문제와 본질적 원인만 남기고 나머지는 배경으로 처리할 수 있다. 중요한 것과 덜 중요한 것을 구분하고, 해결 가능한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을 나누면, 불필요한 걱정과 고민이 줄어든다. 이처럼 추상화는 핵심을 보는 눈으로서 개인과 조직 모두에 유용하다.
공통 개념과 사고 확장
추상화는 여러 사례에서 공통된 규칙이나 성질을 뽑아내는 일반화 과정이다. 우리는 경험을 통해 ‘의자’, ‘자동차’, ‘사람’ 같은 개념을 만들고 사고를 확장한다. 과학 법칙도 많은 현상에서 공통 원리를 추출한 결과다.
하지만 추상화를 제대로 하지 못하면 각자 다른 사례만 보고, 같은 말을 하면서도 서로 다르게 이해한다. 소통 단절의 문제는 언어가 아니라, 공통된 추상화의 부재에서 비롯된다. 핵심 개념을 잡아 공통 언어로 표현하는 것이, 조직과 문제를 잇는 사고의 힘이 되는 이유다.
모델과 AI의 추상화
모델링은 추상화의 대표적 응용이다. 디지털트윈이나 시뮬레이션 모델은 현실을 단순화한 추상적 표현이다. AI, 특히 빅데이터 기반 기계학습 모델도 데이터 속 패턴과 상관관계를 학습해 예측을 돕는다.
하지만 기계학습에는 한계가 있다. 관찰된 데이터에서 상관관계를 찾을 뿐, 인과관계나 본질적 구조를 이해하지 못한다. 아이스크림 판매와 익사 사고가 관련 있어도, 아이스크림이 익사를 유발한다고 알 수는 없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BAS(Big data + AI + Simulation) 접근이 필요하다. 데이터 기반 추상화에서 놓치는 구조적 인과나 원리를 원리 기반 모델과 시뮬레이션으로 보완하면, 단순 패턴을 넘어 현상 뒤의 본질 구조까지 볼 수 있다.
역할별 추상화와 협업
조직에서 소통과 협업이 잘 안 되는 이유는 각자의 추상화 수준 차이 때문이다. 의사결정자는 전체 목적을, 관리자는 전략과 구조를, 실무자와 개발자는 구체적 실행 방법을 본다.
각 수준이 연결되지 않으면, 위에서는 “왜”만 말하고, 아래에서는 “어떻게”만 고민하며 전체 목표를 놓친다. 역할별 추상화 수준을 이해하고 조율할 때, 조직은 단순한 집단이 아니라 함께 사고하고 성장하는 협업체가 된다.
한국에서 추상화가 오해받는 이유
한국에서는 ‘추상적’이라는 표현이 부정적 의미를 갖는다. 막연하고 현실과 동떨어진 것으로 오해된다. 교육과 조직 문화도 정답 맞히기와 단편 지식 습득에 초점이 맞춰져, 본질을 뽑아내는 추상화 훈련이 부족하다.
영어 Abstraction은 핵심 특성을 뽑아 일반화하는 긍정적 의미지만, 한국어 ‘추상적’은 ‘막연함’과 ‘현실과 거리감’으로 오해되기 쉽다. 이 차이가 조직과 개인 모두에서 추상화 활용을 어렵게 만든다.
철학과 예술로서의 추상화
피카소의 추상화(抽象畫)는 형태를 해체하고 본질적 감정과 구조를 표현했다. 예술과 철학에서 추상화는 단순히 현실을 넘어 본질을 보는 시도다. 이는 문제 해결, 모델링, AI, 협업, 그리고 개인의 고민까지 적용되는 공통된 사고 방식이다.
본질을 보는 힘
추상화는 혼란 속에서 질서를, 복잡 속에서 단순함을 찾아내는 사고의 힘이다. 핵심을 보는 눈으로 개인의 고민을 줄이고, 역할별 추상화를 통해 조직과 문제를 잇는다. 빅데이터 기반 AI의 한계를 이해하고 원리 기반 모델과 결합하면, 추상화는 단순 패턴을 넘어 현상의 본질 구조까지 포착할 수 있다.
한국어와 영어 의미 차이를 이해하고 올바른 추상화를 공유할 때, 우리는 막연함을 넘어 조직과 사고, 개인의 마음까지 연결하는 핵심 자원으로 활용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