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인스 칼럼
형이상학(Metaphysics)과 AI
Physics를 넘어선 Meta, 격물(格物), 그리고 추상화의 힘
현대 AI와 디지털트윈을 이야기할 때 우리는 흔히 기술적 측면에만 집중한다. 하지만 그 뿌리를 거슬러 올라가면, AI는 형이상학(Metaphysics)과 격물(格物)이라는 철학적 전통 위에서 작동하고 있다.
형이상학은 말 그대로 Physics를 넘어선 Meta, 즉 사물과 현상의 근본 구조를 이해하려는 학문이다. 동양 철학의 격물 또한 사물의 이치를 끝까지 따져 밝히는 행위로, 서양의 형이상학과 정확히 맥을 같이한다. 표현만 다를 뿐, 본질은 같다.
AI는 바로 이 격물의 정신을 기술로 구현한 것이지만, 핵심 원리는 기술적 세부가 아니라 추상화(Abstraction)에 있다. 형이상학도, 격물도, AI도 모두 복잡한 현실을 구조화하고 본질적 패턴을 뽑아내는 추상화의 과정 위에서 작동한다.
존재론(Ontolgy)와 추상화
AI가 세계를 이해하기 위해 먼저 수행해야 할 일은 존재론적 정의다. 무엇이 존재하는지, 사물과 객체는 어떤 속성을 가지며, 사물 간의 관계와 인과성은 어떻게 연결되는지 명확히 해야 한다. 이는 단순히 데이터를 정리하는 것이 아니라, 현상을 넘어 Physics 뒤의 Meta 구조를 추출하는 과정, 즉 본질적 추상화다. 디지털트윈, 메타버스, 메타플랜트, BAS 기술이 현실을 모델링할 때도 현상을 그대로 복제하는 것이 아니라, 사물과 현상의 원리와 구조를 추상화한다.
인식론과 AI의 앎
격물은 사물의 이치를 밝히는 행위이고, 형이상학의 인식론은 “우리가 무엇을 안다고 말할 수 있는가”를 묻는다. AI의 학습과 판단 또한 같은 질문에 직면한다. AI의 학습은 진짜 ‘지식’인가, 단순한 통계인가. AI의 판단은 이치에 도달한 것인가.
환각(Hallucination)은 왜 발생하는가. 이 모든 질문은 추상화와 직결된다. AI는 현실에서 패턴과 구조를 추출하여 내부 세계 모델을 구축하고, 그 모델을 기반으로 판단한다. 즉, AI는 자동화된 격물의 과정을 수행하는 것이다.
논리학: 격물의 기계적 구현
격물에서 분별, 판단, 추론은 필수 과정이다. AI가 수행하는 논리적 추론, 규칙 기반 판단, 설명 가능한 AI(XAI)는 이 격물을 기계적·수학적으로 구현한 것이다. 논리학과 추상화가 만나, AI는 인간의 사고를 재현하고 증강하는 도구가 된다.
추상화: 형이상학과 격물의 핵심 기술
추상화는 단순화와 다르다. 단순화는 불필요한 세부를 제거하는 데 집중하지만, 추상화는 복잡한 현상에서 본질 구조와 관계를 유지하며 일반화하는 것이다.
형이상학이 세상을 구조화하는 것, 격물이 사물의 이치를 찾는 것, AI가 데이터에서 패턴과 세계 모델을 만들어내는 것, 디지털트윈이 현실을 재현하고 시뮬레이션하는 것, 이 모든 과정의 공통점은 바로 추상화다.
우리나라에서는 종종 추상화를 단순화나 모호한 개념으로 오해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AI와 디지털트윈을 제대로 이해하고 활용하려면, 현상 뒤에 숨은 본질을 구조화하는 능력으로서의 추상화를 이해하는 것이 필수다. 이는 AI 시대의 핵심 역량이기도 하다.
결론: AI는 현대판 격물, 현대판 형이상학
AI는 단순한 프로그램이 아니다. 그 본질은 Physics를 넘어 Meta를 향하는 현대판 형이상학이며, 사물의 이치를 밝히는 격물의 정신이 기술로 재현된 것이다.
그리고 이 모든 과정의 핵심 기술은 추상화다. AI를 이해하는 것은 단지 기술을 아는 것이 아니라, 세계의 구조를 이해하고 본질을 파악하며, 현상을 넘어 Meta를 사고하는 능력을 갖추는 일이다.
형이상학 = 격물 = 추상화
AI는 이 정신을 기계적으로 구현한 현대적 도구이며, 앞으로도 이 방향으로 발전시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