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인스 칼럼
모델과 AI
AI 시대에 다시 묻는, 모델이란 무엇인가?
AI는 왜 만드는가?
2025년 11월 06일
1. 기술의 진보보다 앞서야 할 질문
최근 몇 년 사이, AI의 발전 속도는 상상을 초월한다. 생성형 AI는 인간처럼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고, 대화를 나눈다.
예전에는 사람만이 할 수 있다고 여겨졌던 영역까지 AI가 빠르게 침투하고 있다. 그러나 기술이 아무리 진보하더라도, 우리는 여전히 기본적인 질문을 던져야 한다.
AI는 과연 무엇을 기반으로 판단하고, 어떤 방식으로 세상을 이해하고 있는가? 그 중심에 바로 ‘모델’이라는 개념이 있다.
2. AI 모델이란 무엇인가?
AI 모델은 대규모 데이터를 학습해 입력에 대해 적절한 출력을 산출하는 함수 구조다.
겉으로 보기엔 마법 같지만, 실상은 현실을 단순화하고 핵심 구조를 포착하려는 하나의 ‘모델’에 불과하다.
전통적인 모델은 수학적 식이나 논리 구조로 명시적으로 표현된다면, AI 모델은 수많은 데이터를 통해 암묵적으로 학습된 구조를 갖는다.
즉, 방식은 달라도 본질은 같다. 현실을 해석하려는 틀, 바로 그게 모델이다.
3. AI보다 더 중요한 것: 모델에 대한 이해
문제는 AI 자체가 아니라, 모델을 이해하지 못한 채 AI를 사용하는 사람들이다.
AI를 만능 해결사처럼 여겨 결과를 무비판적으로 수용하거나, 모델에 대한 인식 없이 기술만 받아들이면 왜 그런 결과가 나왔는지 설명할 수 없고, 오류가 발생했을 때 원인조차 파악할 수 없다.
그렇게 되면 AI는 ‘똑똑한 도구’가 아니라 예측 불가능한 블랙박스가 된다.
4. 모델이란 무엇인가 – 본질을 향한 지적 구조
‘모델’은 단순한 도구가 아니다.
현실 세계의 복잡함을 단순화하고, 핵심 구조를 추상화하려는 사고의 틀이다. 물리학, 경제학, 공학 등 모든 학문은 모델링을 통해 본질을 탐구해 왔다.
AI 역시 그러하다.
중요한 것은 이 모델이 어떤 문제를 어떻게 정의하고, 무엇을 중심으로 학습하며, 어떤 결과를 도출하도록 설계되었는가를 인식하는 철학적 태도다.
5. AGI, ASI… 바벨탑의 현대적 버전?
최근에는 AGI(범용 인공지능), ASI(초지능)를 향한 시도도 활발하다. 이는 결국 세상의 모든 이치를 하나의 모델로 담아내려는 야심찬 계획이다. 감정, 윤리, 사회, 물리법칙까지 모두 통합적으로 구현하려는 시도다.
하지만 근본적인 질문은 여전히 남는다. 우리는 세상을 정말 모델로 온전히 담을 수 있는가? 아는 것은 유한하고, 모르는 것은 무한한데 과연 가능한 일인가? 이는 마치 고대의 바벨탑을 떠올리게 한다. 하늘까지 닿으려 했지만, 결국 자기 한계를 깨닫지 못한 인간의 오만이 탑을 무너뜨렸다.
AGI나 ASI 역시 모든 것을 아는 척 하려는 현대판 바벨탑은 아닐까?
6. 기술자들이 돌아보는 ‘현실’의 중요성
실제로 AI 개발의 선봉에 섰던 인물들도 이러한 한계를 경고하고 있다.
물리학을 포기하고 노벨물리학상을 받은 딥러닝의 선구자 제프리 힌턴은 AI가 인간 통제를 벗어날 수 있다고 우려하며, AI의 과도한 신뢰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웠다.
NVIDIA CEO 젠슨 황은 “다시 20대가 된다면 물리학을 공부하겠다”라고 말했다. 그는 AI가 현실 세계를 이해하고 작동하려면 ‘Physical AI’, 즉 물리 기반의 모델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기술의 본질이 결국 현실을 이해하려는 물리적·철학적 사고에 뿌리를 두고 있음을 말한다. AI 모델이 진짜 유의미해지려면, 데이터가 아니라 세계에 대한 본질적 통찰이 필요하다.
7. 공자의 지혜 – 무엇이 ‘아는 것’인가?
이 지점에서 우리는 오래된 동양의 지혜를 되새겨야 한다.《대학(大學)》은 참된 앎의 시작을 “격물치지(格物致知)”, 즉 사물의 이치를 궁구하여 앎에 이른다고 설명한다.
공자도 말했다. “아는 것을 안다고 하고,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하는 것, 이것이 참으로 아는 것이다.”
AI 시대에도 이 통찰은 변하지 않는다. 세상의 구조와 모델의 한계를 정확히 인식하고,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인정하는 겸허함이 없다면 우리는 결국 AI를 이해할 수 없고, 통제할 수도 없다.
8. 질문 없는 기술은 오만이다
우리는 이제 AI의 성능보다 더 중요한 질문을 던져야 한다.
“이 AI 모델은 어떤 현실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가?”
“그 모델의 전제는 무엇이고, 한계는 어디까지인가?”
“나는 모델이라는 개념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가?”
“나는 세상의 구조를 설명할 수 있는 물리적 감각과 철학적 태도를 갖고 있는가?”
“나는 나의 무지를 자각하고 있는가?”
AI가 아무리 발달해도, 모델을 이해하지 못한 사람은 그 기술을 결코 온전히 다룰 수 없다.
모델을 이해하는 자만이 AI를 도구로 삼아 세상을 바꾸고, 기술의 한계도 함께 이해하며 책임질 수 있다.
9. 모델을 이해하는 자만이 AI 시대를 이끌 수 있다
AI 시대의 리터러시, 그것은 단순한 도구 사용법이 아니다. 그것은 모델에 대한 인식이며, 그 뿌리는 현실과 자기 인식에 대한 겸허함이다.
그걸 모른다면, 우리는 또 다른 바벨탑 위에 서 있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탑은, 무지 속의 자신감이 쌓아올린 허상일 수 있다.
출처 : 브랜드뉴스(BRAND NEWS)(https://www.ibrand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