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인스 칼럼
한국형 AI와 소버린 AI-목적과 효과 중심으로 접근해야 한다.
2025년 11월 04일
대한민국은 지금 AI 주권 시대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정부는 ‘AI 3강’ 진입을 국가적 목표로 내세우며, 한국형 초거대 AI 개발 프로젝트를 본격화했다. 이에 SKT, 네이버, LG, 카카오 등 대표 ICT 기업들과 유망 스타트업들이 경쟁적으로 자체 LLM을 고도화하고 국산 AI 반도체 기업과 손잡으며 생태계 확장에 나서고 있다.
이 흐름 속에서 자주 언급되는 두 개념이 있다. 바로 ‘한국형 AI’와 ‘소버린(Sovereign) AI’다. 하지만 이 둘은 다르다. 혼용되거나 동일시되면 안 된다.
‘한국형 AI’는 우리 언어와 문화, 산업 구조에 특화된 모델을 의미한다. 한국어에 강하고, 우리 법과 제도, 산업 데이터에 맞춤형으로 작동하며, 공공·의료·국방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현장의 요구를 잘 반영하는 AI다. 다시 말해, ‘우리 현실에 잘 작동하는 AI’를 지향하는 것이다.
반면 ‘소버린 AI’는 그것보다 더 높은 차원의 요구를 담고 있다. 단순히 국산화된 기술이나 독자 모델을 갖는 걸 넘어서, 우리 스스로 통제할 수 있고, 위기 상황에서도 안정적으로 작동하며, 판단과 행동의 책임 주체가 명확한 AI를 말한다. 이는 국가 안보나 공공서비스처럼 고위험 분야에서 특히 중요하다.
이 두 개념을 제대로 구분하고 구현하기 위해선, 효율성(Efficiency) 중심의 성능 지표가 아니라, 효과성(Effectiveness) 중심의 평가 기준, 즉 MOE(Metrics of Effectiveness)가 필요하다.
MOE 관점에서 보면, 한국형 AI는 ‘잘 작동하느냐’가 핵심이다. 반면 소버린 AI는 여기에 더해, “위협 상황에서도 작동을 멈추지 않는가?”, “의도하지 않은 판단 오류나 정보 유출을 어떻게 막을 것인가?”, “신뢰성과 설명가능성은 충분한가?” 등 통제 가능성과 안정성, 책임성까지 포함된 효과성을 요구한다.
AI는 단순한 소프트웨어 도구가 아니다. 기존의 OS, DBMS, 브라우저처럼 수동적 역할에 그치지 않는다. AI는 OODA 루프 전 과정—관찰, 판단, 결정, 행동—에 관여하며 인간의 사고를 보조하거나 대체한다. 이런 점에서, AI의 보안성과 통제성, 설명가능성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이며, 이는 소버린 AI의 핵심 요건이 된다.
결론적으로, 한국형 AI는 목적 달성을 위한 ‘수단’이고, 소버린 AI는 그 목적을 책임 있게 달성하기 위한 ‘조건’이며, MOE는 이 모든 효과를 검증하는 기준이 되어야 한다.
대한민국이 AI 3강으로 나아가려면 단순히 성능 경쟁이 아니라, 누가 더 현명하게 통제하고, 더 책임감 있게 활용하느냐의 경쟁으로 전환해야 한다.
AI 주권은 기술이 아니라 의지와 설계, 그리고 효과 중심의 시스템적 사고에서 출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