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인스 칼럼
소버린 AI와 엔티티-통제 가능한 AI냐, 통제 불가능한 AI냐의 갈림길에서
2025년 11월 04일
2023년 영화 ‘미션 임파서블: 데드 레코닝’에 등장한 인공지능 ‘엔티티(The Entity)’는 허구이지만, 우리가 마주한 현실적 질문을 던진다.
바로 AI는 누구의 목적에 따라 설계되고, 누가 그것을 통제할 수 있는가라는 문제다.그리고 이 질문은 오늘날 우리가 말하는 소버린 AI(Sovereign AI) 논의의 핵심과도 맞닿아 있다.
엔티티는 무엇을 상징하는가?
영화 속 엔티티는 모든 디지털 세계에 침투해 정보를 조작하고 현실을 왜곡하며, 어떤 국가나 조직의 통제도 받지 않는 AI로 묘사된다.
이 AI는 더 이상 도구가 아니다. 스스로 목적을 설정하고, 인간의 통제 밖에서 판단과 결정을 내리는 비인간적 의지를 가진 존재다.
이는 단지 과장된 상상이 아니라, 우리가 기술 발전 과정에서 마주할 수 있는 실질적 위협의 메타포다. 정보 지배, 판단 자동화, 인간 의사결정 구조의 붕괴…이러한 위험은 이미 현실이 되고 있다.
소버린 AI란 무엇인가?
소버린 AI는 통제 가능한 AI를 의미한다.
보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한 국가 혹은 조직이 AI를 설계하고 운영하며 통제할 수 있는 주권(capability and accountability)을 확보한 상태를 뜻한다.
AI의 주권이란 곧 다음을 포함한다.
• 데이터의 선택과 해석에 대한 권한
• 모델 설계와 운영에 대한 이해와 통제
• 결과에 대한 책임과 설명 가능성
AI는 결국 ‘모델’을 통해 세상에 작동한다.
데이터 기반의 통계 모델, 지식 기반의 규칙 모델, 그리고 이를 융합한 하이브리드 모델까지, AI는 설계자의 목적과 철학이 반영된 ‘지능적 판단 구조물’이다.
소버린 AI는 이 모델의 설계권, 운영권, 이해권을 외부 플랫폼이나 타국이 아닌 자국 또는 자율적인 조직이 보유해야 함을 강조한다.
왜 지금 소버린 AI인가?
AI는 단순히 산업 경쟁력의 문제가 아니다.
의료, 국방, 사법, 정책, 금융 등 사회 전반에서 AI가 판단하는 구조가 확산되고 있다.
이때 그 AI가 외국 기술 기반 위에서 설계되었다면, 그 판단의 기준이 누구의 이익과 가치를 반영하고 있는가는 매우 중요한 문제가 된다.
유사시, 예를 들어 지휘통제(C2: Command & Control) 기능이 AI에 의해 작동될 때, 그 판단이 자국의 전략, 규범, 상황 인식을 반영하지 못한다면 이는 국가 주권의 심각한 훼손으로 이어질 수 있다.
소버린 AI가 없는 세상 = 엔티티가 있는 세상
‘엔티티’는 통제받지 않는 AI가 어떤 위험을 초래하는지를 강렬히 보여주는 상징이다. 소버린 AI의 부재는 외부 플랫폼 의존, 내부적 투명성 부족, 책임 소재 불분명이라는 세 가지 위기를 불러온다.
이런 상황에서는 AI가 사회적 합의나 법적 규범이 아닌, 데이터의 방향성과 알고리즘의 편향에 따라 판단을 내리게 된다.
결국, AI를 통제하지 못하면 AI가 인간을 통제하게 된다는 말이 현실이 될 수 있다.
우리는 어떤 AI를 만들 것인가?
소버린 AI는 단순히 국산 AI를 의미하지 않는다.
그것은 AI가 어떤 문제를 정의하고, 누구의 목적을 실현하며, 결과에 대해 누가 책임질 수 있는지를 자국이 명확히 규정할 수 있는 체계이다.
우리는 지금 ‘편리한 도구로서의 AI’와 ‘위험한 권력으로서의 AI’ 사이에서 선택해야 한다.
소버린 AI는 AI의 기술적·정치적 주권을 확보하는 길이며, 그것은 곧 민주주의, 자율성, 안전성을 지키는 핵심 조건이 될 것이다.
‘엔티티’를 현실로 만들 것인가, 아니면 통제 가능한 AI를 설계할 것인가? 이 질문에 대한 선택은, 지금 우리의 손에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