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인스 칼럼
2025 UAM 세계 최초 상용화
AI도, 디지털트윈도 저절로 좋아지지 않는다.
2025년의 어느 아침을 떠올리며
2025년의 어느 아침, 서울 도심의 버티포트에서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UAM(Urban Air Mobility)에 탑승한다. 출근길 교통 체증은 눈에 띄게 줄고, 도심 간 이동 시간은 절반으로 단축된다. 관제 시스템은 안정적으로 운항을 관리하고, 사고는 발생하지 않는다. 시민은 안전을 신뢰하고, 기업은 수익 모델을 확보하며, 산업은 새로운 생태계를 형성한다.
이것이 정부가 말했던 “2025년 세계 최초 UAM 상용화”의 모습이었다. 기술이 삶을 실제로 바꾸는 장면이었다. CES 2025는 그 기대를 충분히 충족시킬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현실은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했다.
선언은 쉬웠고, 구조는 어려웠다
기술은 준비되어 있었다. 실증도 진행되었고, 운영개념(CONOPS)과 요구 운용능력(ROC)도 정리되었다. 항속거리와 배터리 성능 같은 성능지표(MOP)는 개선되고 있었고, AI 기반 관제와 디지털트윈 기반 시뮬레이션도 도입되었다.
겉으로 보면 부족해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며 드러난 질문은 단 하나였다. 그 모든 것이 하나의 구조로 연결되어 있었는가. 그리고 그 구조의 성공을 끝까지 책임질 주체는 분명했는가. 성능은 좋아졌는데, 효과는?
UAM 상용화의 목적은 명확하다. 도심 이동 시간을 줄이고, 교통 혼잡을 완화하며, 안전을 구조적으로 확보하고, 산업을 지속 가능한 생태계로 만드는 것이다. 이것이 효과지표, 즉 MOE(Measure of Effectiveness)다.
그러나 우리는 배터리 성능이 얼마나 향상되었는지, 통신 지연이 몇 밀리초 줄었는지, 알고리즘 정확도가 몇 퍼센트 올라갔는지에 더 익숙했다. 이는 성능지표, 즉 MOP의 개선이다.
MOP는 좋아질 수 있다. 하지만 MOE가 개선되지 않으면 상용화는 성공이 아니다. 성능은 높아졌지만 시민의 삶이 달라지지 않았다면, 그것은 성공처럼 보이는 실패다.
우리는 혹시 성능의 숫자에 취해 효과의 본질을 놓치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AI와 디지털트윈의 착각
AI를 도입하면 정확도는 올라가고 계산 속도는 빨라진다. 디지털트윈을 구축하면 가상 환경에서 다양한 시나리오를 시험할 수 있다. 기술적으로는 분명 진전이다.
그러나 이 도구들이 목적을 대신하지는 않는다. AI는 계산을 돕는 도구이고, 디지털트윈은 검증을 돕는 도구다. 무엇을 개선할 것인지, 어떤 효과를 달성할 것인지가 명확하지 않으면 기술은 방향을 잃는다. 구조가 불명확하면 AI는 복잡성을 증폭시키고, 디지털트윈은 정교한 가상세계에 머무른다. 기술은 책임을 대신하지 못한다.
복합 시스템과 책임의 공백
UAM은 기체, 통신, 관제, 인프라, 인증, 정책이 얽힌 복합 시스템이다. 여러 기관이 각자의 역할을 수행한다. 이 구조에서는 누구도 “내가 최종 책임자다”라고 말하기 어려워진다. 각 기관은 “자기 역할은 다했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시스템은 완성되지 않는다. 결정은 미뤄지고, 일정은 지연된다.
책임을 피한다고 위험이 사라지지는 않는다. 그 위험은 기업과 국민에게 이전될 뿐이다. 기업은 정책 신호를 믿고 투자한다. 상용화가 지연되면 손실은 기업이 먼저 감당한다. 그리고 그 비용은 산업 경쟁력 저하와 세금 부담이라는 형태로 국민에게 돌아온다. 책임 회피는 위험 회피가 아니다. 단지 위험의 주체를 바꿀 뿐이다.
DBSE, 구조와 책임을 세우는 방법
이 반복을 끊기 위해 필요한 접근이 DBSE(Digital twin-Based Systems Engineering)다. 운영개념을 출발점으로 ROC를 정량화하고, 기관별 MOP를 설계 변수로 연결하며, 그 결과가 MOE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를 하나의 모델 안에서 통합적으로 관리하는 방식이다.
디지털트윈은 그 구조 안에서 가상 검증을 수행하고, AI는 다목적 최적화를 계산한다. 요구–기능–아키텍처–성능–효과를 끝까지 연결하고, 극한 상황까지 반복 실험하며, 통합적으로 검증해야 한다.
그리고 그 결과에 대해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 한다. 일정은 선언이 아니라 검증의 결과여야 한다. 연도를 먼저 약속하고 구조를 나중에 맞추는 방식은 산업과 기업 모두에게 부담을 남긴다.
다시는 반복하지 않으려면
유사한 일이 재발하지 않으려면 기술을 더 도입하는 것으로는 부족하다. AI를 더 붙이고 디지털트윈을 더 정교하게 만든다고 저절로 나아지지 않는다. 문제는 기술의 양이 아니라 구조의 순서다.
연도 선언보다 조건 검증이 먼저이고, MOP 개선보다 MOE 달성이 먼저이며, 협업을 말하기 전에 최종 책임이 명확해야 한다. 운영개념을 분명히 하고, ROC를 정량화하며, DBSE로 통합 검증과 최적화를 거친 뒤에야 일정은 발표되어야 한다.
세계 최초는 선언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검증과 책임 위에서만 만들어진다. 구슬은 이미 충분하다. 이제 제대로 꿰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