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인스 칼럼
문제와 AI-문제가 뭔지도 모르고
AI에 의존하면 더 큰 문제가 생긴다
2025년 10월 27일
요즘 사회는 어떤 문제든 AI로 해결할 수 있을 것처럼 말한다.
효율을 높이고, 인력을 줄이고, 더 빠른 결정을 내리는 데 AI는 확실히 뛰어난 역할을 한다.
하지만 우리가 진짜 놓치고 있는 건 다른 데 있다. 과연 그 문제는 제대로 정의되었는가? 무엇을 해결하려는지, 정말 그게 ‘문제’인가?
문제 정의 없는 AI 활용은 결국 “문제가 뭔지도 모르고 문제를 풀려는 것”이나 다름없다. 질문을 잘못 던진 채 정답만 찾는 시험과 같고, 지도 없이 빠르게 달리는 자동차와도 같다.
속도는 빨라졌지만, 방향은 틀렸다. AI는 정해진 문제에 대해서는 탁월하다.
이미지 분류, 고장 예측, 번역, 요약, 추천 등 입력과 출력이 명확하고 패턴이 반복되는 문제는 AI가 인간보다 훨씬 잘 처리할 수 있다.
하지만 문제 자체가 모호하거나, 정답이 없거나, 가치 판단과 맥락 해석이 필요한 영역에서는 AI는 아무런 역할을 할 수 없다.
왜냐하면 AI는 ‘문제를 보는 눈’이 없기 때문이다. AI는 데이터를 학습한다.
하지만 데이터는 해답이 아니다. 그저 과거의 흔적일 뿐이다.
어떤 데이터를 모으고, 어떤 관점으로 해석할지 결정하는 것은 여전히 인간의 일이다.
그 판단이 빠지면, 데이터는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해답을 주기는커녕 잘못된 문제를 정교하게 포장하는 데 악용되기도 한다.
게다가, 우리는 진짜 문제를 보기 어려운 시대에 살고 있다. 눈앞에 펼쳐지는 수많은 이슈, 자극적인 뉴스, 스포츠나 연예, 사고 보도 등은
종종 중요한 문제로부터 우리의 시선을 돌린다. 그 사이에 구조적 불균형, 정책의 오류, 사회의 부조리는 조용히, 그리고 꾸준히 깊어진다.
기술이 문제가 아니라, 문제를 보지 못하는 인식의 감각이 더 큰 문제다.
문제를 제대로 인식하고 정의하지 않으면 AI는 엉뚱한 문제를 빠르고 정밀하게 ‘해결’해버린다.
그리고 그 해결이 오히려 더 큰 왜곡과 부작용을 낳는다.
AI가 위험한 게 아니라, AI를 무비판적으로 믿는 우리의 태도가 위험한 것이다.
기술보다 먼저 필요한 건 문제를 꿰뚫어보는 눈이다.
문제는 보이는 것이 아니라, 보려고 해야 보이는 것이다. 문제가 보이면, 방향이 보이고, 그제서야 AI는 진짜 쓸모 있는 도구가 된다.
AI는 문제를 푸는 손이지, 문제를 보는 눈이 아니다. 문제를 정의할 수 있어야 기술도 제대로 작동한다.
그렇지 않으면, 기술은 문제를 해결하는 게 아니라 문제를 더 정교하게 숨기는 역할을 하게 된다.
문제가 뭔지도 모른 채 문제를 풀려 한다면, 우리는 결국 더 큰 문제 속으로 스스로 들어가는 셈이다.
그래서 지금 필요한 것은, AI가 아니라, 문제를 보는 인간의 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