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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인스 칼럼

0과 ∞ 사이

2025년 10월 27일

디지털트윈 기반 시스템 공학(DBSE)의 필요성과 가능성

 

우리는 지금, 그 어느 때보다 복잡한 세상에 살고 있다.

 

기후 위기, 자연 재해, 기술 발전의 속도, 사회적 갈등, 제도와 정책의 한계는 더 이상 각각의 독립적인 문제가 아니다. 이 모든 문제는 유기적으로 얽혀 있으며, 하나의 복합 시스템(System of Systems, SoS)을 구성한다. 우리가 직면한 문제들은 이 복잡한 시스템의 조화(Harmony)가 깨질 때 발생한다.

 

세상은 사람(People), 사람이 만든 제품(Products), 그리고 그것을 움직이는 프로세스(Processes)가 자연 환경과 상호작용하면서 작동하는 거대한 시스템이다. 이 시스템은 구성요소 간의 상호작용뿐 아니라, 운용환경 속에서 자연과 다른 시스템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끊임없이 변화하고 진화한다.

 

이 세 요소가 조화를 이루지 못하면 시스템은 흔들리고, 이상과 현실 사이에는 언제나 간극(Gap)이 생긴다. 문제 해결은 이 간극과 현실적 제약조건을 인식하고, 그 사이에 다리를 놓는 시도에서 시작된다.

 

하지만 문제 해결은 결코 단순하지 않다. 우리가 아는 것은 유한하고, 모르는 것은 무한하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알면 알수록 더 많이 모른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아무리 많은 데이터를 수집하고, 정교한 AI 모델을 학습시켜도 그 자체만으로는 문제의 본질을 온전히 파악하기 어렵다. 이는 우리가 언제나 제한된 정보와 단편적인 현상 속에서 복잡한 현실을 바라보기 때문이다.

 

한편, 인간의 이성과 직관에 의존해 원리 기반으로 시스템을 개념화하려는 접근 역시 한계를 가진다. 사람의 추상화 능력과 개념화 역량은 유용하지만, 때로는 현실과 멀어지는 위험도 동반한다.

 

결국 중요한 것은 겸허함이다. 아는 것은 아는 것으로, 모르는 것은 모른다고 인정하고, 아는 것은 상수, 모르는 것은 미지수로 두고 그들 간의 관계를 방정식으로 만들면, 변수값을 바꿔가면서 모르는 미지수 값을 추론할 수 있다. 이것이 참된 앎의 시작이자, 문제 해결의 첫걸음이다.

이러한 인식 위에서 우리는 새로운 접근이 필요하다는 것을 절실히 깨닫게 된다.

 

그것이 바로 BAS — Big Data + AI + Simulation이다.

데이터 기반의 관찰, 인공지능을 통한 패턴 인식, 그리고 시뮬레이션을 통한 가상 실험을 융합함으로써, 복잡한 현실을 실험 가능한 형태로 다룰 수 있게 된다. 이 접근의 중심에는 디지털트윈 기반 시스템 공학(DBSE: Digital twin-Based System Engineering)이 있다.

 

DBSE는 시스템의 구성 요소를 정의하고, 그 상호작용을 모델링하며, 현실에서 반복하거나 통제하기 어려운 상황을 가상 공간에서 실험하고 검증할 수 있도록 한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전제는 이것이다.

시스템은 유한하고, 경계가 있다. 이 경계에서는 다른 시스템과의 상호작용이 일어난다. 시스템을 제대로 실험하고 개선하려면 그 범위와 경계를 명확히 정의해야 한다. 정의되지 않은 시스템은 실험할 수 없고, 실험할 수 없는 시스템은 개선할 수 없다.

 

0과 무한대(∞)는 수학적으로는 존재하지만, 현실에서는 관측되지 않는 추상 개념일 뿐이다. 그들은 인간이 복잡한 세계를 설명하기 위해 만든 도구이지, 실체는 아니다. 우리가 다뤄야 할 것은 완벽하게 정의된 시스템이 아니라, 충분히 정의 가능한 수준의 시스템 모델이다.

 

이 모델을 디지털 공간에서 구체화한 것이 바로 디지털트윈이며, 이를 통해 우리는 현실 시스템만으로는 접근하기 어려운 문제들을 보다 안전하고 효과적으로 실험하고 예측할 수 있다.

 

이것은 단순한 기술의 문제가 아니다. 기술 개발, 정책 수립, 산업 설계, 연구 수행, 공공 서비스 운영 등, 사회 전반에 걸쳐 시스템적 사고와 검증 기반 접근을 요구하는 모든 영역에 DBSE는 복잡한 문제를 다루기 위한 새로운 틀과 실험 기반 방법론을 제시한다.

 

정책–계획–지휘통제–실행은 하나의 시스템이다.

 

정책은 목적 지향적으로 수립되어야 하고,

계획은 그 정책을 실현 가능한 형태로 구체화해야 하며,

지휘통제는 계획의 일관된 실행을 보장해야 하고,

실행은 끊임없이 피드백을 받아 시스템적으로 개선되어야 한다.

 

이 원리는 정치, 군사, 경제, 사회, 정보, 인프라 등 모든 분야에 적용된다.

복잡성은 피할 수 없다. 그러나 우리는 이 복잡함을 구조화할 수 있다. 정의 가능한 시스템으로 모델링하고, 가상 실험을 통해 수많은 가능성을 검증하며, 모르는 것을 줄여가며 더 나은 결정을 내릴 수 있다.

 

여기서 꼭 기억해야 할 것이 있다. 상상은 무한하지만, 현실은 제약조건이 있다. 우리는 이상을 추구할 수 있지만, 그것을 현실로 실현하기 위해선 반드시 주어진 제약을 고려해야 한다. 하지만 그 제약조건들을 정확히 이해하고, 시스템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면, 우리는 상상을 현실로 전환할 수 있는 실질적 힘을 얻게 된다.

 

이것이 바로 0과 ∞ 사이, 우리가 문제를 풀 수 있는 유일한 공간이다.

그리고 그 공간을 이해하고 다룰 수 있는 도구가 바로, 디지털트윈 기반 시스템 공학(DBSE)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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