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인스 칼럼
설명 가능한 AI는 믿을 수 있을까?
소버린 AI, 신뢰와 통제를 위한 전제 조건
2025년 11월 04일
AI는 이제 단순한 데이터 처리 도구를 넘어, 의료 진단, 금융 심사, 법률 판단, 군사 작전 등 생명과 권한, 결정과 책임이 오가는 고위험 고책임 영역에 깊숙이 들어왔다. 특히 무인 전투체계나 자율 드론처럼 AI가 독립적으로 판단하고 행동하는 시스템이 확산되면서, 우리는 더 이상 이런 질문을 피할 수 없게 됐다.
“AI가 왜 그런 결정을 내렸는지 이해할 수 없다면, 과연 그 AI를 신뢰할 수 있을까?”
이 질문이 곧 설명 가능한 AI(Explainable AI, XAI) 논의의 출발점이다.
설명한다고 모두 믿을 수 있는 건 아니다
오늘날 ‘설명 가능한 AI’로 분류되는 기술 대부분은, 복잡한 딥러닝 모델의 결과를 사람이 납득할 수 있도록 시각적으로 해석해주는 도구에 가깝다. SHAP이나 LIME 같은 기법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입력값 중 어떤 항목이 예측 결과에 영향을 주었는지를 보여준다.
문제는, 이 설명이 실제 이유를 말하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복잡한 내부 구조를 단순화하고 요약한 ‘그럴듯한 해석’일 수 있다. 결국 “설명해준다”는 말이 곧 믿을 수 있다는 말은 아니다.
설명은 종종 사용자 중심으로 왜곡된다
AI의 설명은 흔히 사용자 친화적으로 설계된다. 이는 이해를 돕기 위한 장치지만, 그 과정에서 본질적인 복잡성이 삭제되거나 단순화되기도 한다.
설명을 들은 우리는 마치 AI의 판단을 ‘이해했다’고 느낄 수 있지만, 사실은 또 다른 해석 모델을 받아들인 것일 수 있다. 즉, 설명 역시 하나의 추정이며, 완전하지 않다.
무인체계에서의 설명 불가능은 곧 통제 불가능
이 문제가 가장 심각하게 드러나는 곳이 무인 무기체계다.
AI가 자율적으로 목표를 식별하고 공격하는 상황에서, 왜 그런 판단을 했는지 설명할 수 없다면, 현장 지휘관은 그 시스템을 신뢰할 수 없고, 국가는 그 AI를 책임 있게 통제할 수 없다.
설명할 수 없으면 통제할 수 없고, 통제할 수 없으면 신뢰할 수 없으며, 신뢰할 수 없다면 책임질 수 없다.
따라서 설명 가능성은 단순한 기술적 옵션이 아니라, 통제 가능성과 책임성의 전제 조건이다.
소버린 AI, 설명 가능성과 통제 가능성을 품어야 한다
‘소버린 AI’는 단지 AI 기술을 국산화하거나 독립적으로 보유하는 것을 넘어, 국가적 판단과 정책, 작전과 기술을 책임질 수 있는 AI여야 한다.
그렇다면 소버린 AI는 다음의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설명 가능성: AI의 판단 근거를 구조적으로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 신뢰성: 판단이 일관되고, 재현 가능하며 검증 가능해야 한다.
- 안전성: 오작동이나 예측 불가능한 사고를 사전에 차단할 수 있어야 한다.
- 효과성: 목표한 목적을 정확히 달성할 수 있어야 한다.
- 효율성: 자원과 시간을 최소로 사용해 최적의 성과를 낼 수 있어야 한다.
- 통제 가능성: 사람이 최종 판단과 책임을 질 수 있어야 한다.
이 요건을 갖춘 AI만이 진정한 의미의 소버린 AI, 즉 신뢰할 수 있고 책임질 수 있는 국가 AI가 될 수 있다.
기술을 믿기보다, 구조를 검증하라
설명 가능한 AI를 신뢰할 수 있느냐는 질문은 이렇게 바뀌어야 한다.
그 설명은 무엇을 기반으로 하고 있는가?
설명이 바뀌어도 판단은 일관되는가?
사람이 그 판단을 이해하고 통제할 수 있는가?
이 질문에 자신 있게 “예”라고 말할 수 없다면, 그 AI는 신뢰의 도구가 아니라 위험한 착각의 기술일 수 있다.
설명 가능한 AI는 처음부터 그렇게 만들어야 한다
신뢰할 수 있는 AI를 만들려면, 단지 기존 모델에 해석 도구를 덧붙이는 방식으로는 부족하다.
처음부터 설명 가능한 구조와 원리를 내장한 설계 철학이 필요하다.
이런 점에서, 이론과 개념을 연역적으로 모델링하고, 모르는 것만 데이터를 통해 귀납적으로 학습하는 BAS(Big data + AI + Simulation) 기반 모델링 기술은 설명 가능한 AI의 좋은 출발점이 된다.
결론 – 겉이 아니라 구조를, 해석이 아니라 원리를 보라
설명 가능한 AI를 믿을 수 있을까?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 우리는 AI를 단지 ‘잘 맞히는 기계’가 아니라, 신뢰할 수 있는 협력자이자 통제 가능한 판단 기계로 보아야 한다.
겉으로 드러난 설명이 아니라, 내부 구조와 판단 원리를 검증해야 하며, 결과 해석이 아니라 설계 철학과 통제 가능성을 점검해야 한다.
소버린 AI는 신뢰할 수 있고, 설명 가능하며, 안전하고, 효과적이며, 무엇보다 인간이 통제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럴 때 우리는 AI에게 중요한 결정을 맡길 수 있다. 그리고 그 결정에 책임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