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인스 칼럼
근로자와 사용자- 우리는 누구로 일하고 있는가?
2025년 11월 04일
대한민국 「근로기준법」 제2조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 “근로자”란 임금을 목적으로 사업이나 사업장에 근로를 제공하는 사람.
- “사용자”란 사업주 또는 그를 대신해 근로자에 관한 행위를 하는 자.
이 짧은 문장은, 겉보기엔 단순한 정의처럼 보이지만 우리 사회에서 일하는 사람을 바라보는 근본적 인식의 방향을 드러낸다.
즉, 일은 돈을 위해 존재하고, 사람은 ‘사용’되는 존재라는 것이다. 이것은 단지 법률의 언어일까? 아니면 우리가 오랫동안 의심 없이 받아들여온 일과 사람에 대한 사고방식일까?
일은 돈을 위한 것인가?
“근로자”라는 말은 사람을 임금을 목적으로 일하는 존재로 규정한다.
하지만 실제 현실은 훨씬 더 복잡하고 풍부하다. 많은 이들이 가족을 책임지고, 세상을 바꾸고, 자신을 증명하고, 무언가를 이루기 위해 일한다.
임금은 수단이고 결과일 수는 있지만, 그 자체가 일의 목적이 될 수는 없다. “근로자”라는 말은 그런 의미에서, 사람을 목적 없는 노동의 수행자로 한정지어버리는 단어다.
사람을 ‘사용’한다는 말의 불편함
‘사용자’라는 표현은 더욱 거칠다. 사람을 마치 기계나 도구처럼 다루는 언어이기 때문이다.
물건을 사용하는 것과 사람을 사용하는 것은 본질적으로 다르다. 하지만 우리는 ‘사용자’라는 단어를 아무렇지도 않게 써왔고, 그 과정에서 사람을 수단으로 보는 태도가 은연중에 정착되어왔다.
그 결과, 일터에서는 자주 이런 말들이 들린다.
“일을 시켜도 제대로 안 해.”
“그 직원은 좀 더 써봐야 알겠어.”
“쓸 만한 인재가 없네.”
말 그대로 ‘사람을 쓰는’ 구조 속에서, 인간은 쉽게 소모되고 교체되는 자원이 되어버린다.
구조는 바뀌었는데, 언어는 그대로다
이제는 시대가 바뀌었다. 정규직-비정규직, 프리랜서, 플랫폼 노동, 원격 협업, 크리에이터…
일의 형태도, 관계의 방식도 다양해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여전히 “근로자”와 “사용자”라는 오래된 산업화 시대의 언어를 사용하고 있다.
그 언어는 곧 관계이고, 그 관계는 곧 태도다.
새로운 언어, 새로운 존중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
우리는 ‘근로자’가 아니라 일하는 사람(Worker)이고, ‘사용자’가 아니라 함께 일하는 책임 주체(Partner, Leader)여야 한다.
사람은 ‘사용’의 대상이 아니라, ‘존중과 협력의 주체’다. 일이란 돈을 위한 고통이 아니라, 가치와 성장을 만들어내는 과정이다.
바꿔야 할 것은 언어가 아니라, 인식이다
‘근로자’와 ‘사용자’라는 용어는 우리 사회가 일하는 사람을 어떻게 바라보는지를 말해주는 거울이다.
그 용어가 바뀌지 않는 한, 일터의 존중도, 관계의 평등도, 책임의 공유도 쉽게 오지 않는다.
지금 우리는 묻고 싶다. 우리는 누구로 일하고 있는가? 누구와 함께 일하고 있는가?
무엇을 위해 일하고 있는가? 말을 바꾸는 것은 단지 단어의 교체가 아니다. 사람을 다시 보는 방식, 그리고 일에 대한 철학을 새로 쓰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