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나은 삶을 꿈꾸는 인간

우리는 살아가며 종종 더 나은 삶을 꿈꾼다.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사회, 정의롭고 공정한 시스템, 서로를 존중하는 공동체. 이처럼 우리가 바라는 가장 바람직한 상태를 흔히 ‘이상(理想)’이라고 부른다. 그러나 이상은 자주 오해받는다. 때로는 현실을 모르는 철없는 꿈으로, 때로는 허황된 공상이나 환상으로 치부되곤 한다.

이유는 명확하다. 이상은 상상이나 환상, 망상, 공상, 허상과 구분되지 않은 채 섞여 사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겉보기에는 모두 현실을 벗어난 어떤 이미지나 생각처럼 보이지만, 그 본질은 전혀 다르다.

현실을 벗어난 생각들, 그 다양한 얼굴

‘상상’은 현실을 바탕으로 새로운 가능성을 떠올리는 능력이다. 창의성의 원천이며, 혁신의 씨앗이다. 반면, ‘공상’은 즐거움을 위한 상상이다. 현실 가능성과는 거리가 있지만, 해를 끼치지 않는 오락적 사고다. 우리가 문학이나 게임 속에서 경험하는 세계가 여기에 속한다.

‘환상’은 감정과 욕망이 만들어낸 왜곡된 이미지다. 대상을 실제보다 미화하거나 이상화하면서, 현실과는 다른 세계를 마음속에 만들어낸다. 사랑에 빠진 사람이 상대를 완벽하게 보는 것처럼, 환상은 때때로 위안이 되기도 하지만, 현실을 판단하는 데에는 방해가 된다.

보다 위험한 것은 ‘망상’이다. 망상은 근거 없는 확신과 자기중심적인 믿음에서 출발한다. 현실을 왜곡하고, 검증되지 않은 신념에 집착하면서 스스로를 고립시키기도 한다. 정신질환의 증상으로 분류되기도 하는 이유다.

여기에 더해 ‘허상’은 겉으로는 있어 보이지만 실제로는 실체가 없는 거짓된 이미지다. 외형만 번듯하지만 내용은 없는 상태, 혹은 착각에서 비롯된 가짜 믿음을 의미한다.

이 모든 개념들이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는 특징은 현실과의 단절이다. 가능성이나 방향이 없는 채 머릿속에서만 맴도는 생각들이다. 그래서 그것들이 현실에서 작동하려고 하면 실패하거나, 오히려 해가 되기도 한다.

이상(理想)은 다르다

그러나 ‘이상’은 다르다. 이상은 이치에 맞는 가장 바람직한 상태를 의미한다. 그것은 현실에는 아직 없을지 모르지만, 반드시 실현 가능해야 한다. 실현을 전제로 하지 않은 이상은 이상이 아니라, 공상 또는 허상일 뿐이다.

진정한 이상은 단지 떠올리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현실로 끌어내기 위한 노력을 포함한다. 그래서 이상은 현실로부터 도망치기 위한 탈출구가 아니라, 현실을 넘어서는 이성적 나침반이다.

이상 실현의 3가지 조건

첫째, 이상은 명확하게 정의되어야 한다. 말로만 좋은 것이 아니라, 구체적인 개념과 구조로 설명되어야 한다.

둘째, 이상은 모델링과 가상실험을 통해 검증될 수 있어야 한다. 복잡한 현실을 단순화하고 다양한 시나리오를 가정해보며 가능성을 시험해야 한다.

셋째, 실행 가능한 전략과 자원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계획이 현실로 이어지기 위해선 구체적인 실행 방안이 필요하다. 이상은 단지 생각으로 존재하지 않는다. 움직이고, 부딪히고, 조정하면서 현실 위에 하나씩 쌓아올려야 한다.

이상을 왜곡하지 않으려면

이상을 이루겠다고 하면서 현실을 외면하거나, 과학적 검증 없이 감정에만 의존하면 그것은 망상이나 환상이 되기 쉽다.

또한, 근거 없는 희망이나 외형만 그럴듯한 기대는 허상이나 공상에 머물게 한다. 따라서 이상은 반드시 현실과 연결되고, 이치에 맞으며, 실행 가능해야 한다. 이상은 목표이자 방향이고, 판단의 기준이 되어야 한다.

현실이 되는 이상

이상은 상상처럼 창의적일 수 있고, 공상처럼 즐거울 수 있으며, 때론 환상처럼 매혹적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 모든 특성에도 불구하고, 이상은 단호하게 현실을 향해 나아가야 한다. 그것이 이상을 이상답게 만드는 조건이다.

우리는 이상을 꿈꾸되, 그 이상이 환상이 되지 않도록 이성을 갖추고, 허상이 되지 않도록 구조를 만들며, 망상이 되지 않도록 현실과 대화해야 한다.

마무리하며

이상을 실현한다는 것은 단순히 머릿속의 그림을 실체화하는 일이 아니다. 그것은 가능성을 정의하고, 방향을 설정하며, 구체적인 실천으로 한 걸음씩 다가가는 과정이다. 이상은 그렇게 현실이 된다. 그리고 그 현실은, 다시 누군가의 새로운 이상이 된다. 이상을 실현한다는 것은, 감정이 아니라 이치에 따라, 생각이 아니라 실천으로 나아가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