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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인스 칼럼

실천적 의사결정을 위한 소버린 AI 구현방안

2025년 01월 07일

판단하는 AI, 기술 그 이상을 요구하다

AI는 지금 기술 진보의 최전선에 서 있다. 생성형 AI는 언어를 생성하고, 에이전트형 AI는 문제를 자율적으로 해결하며, 피지컬 AI는 물리적 환경과 상호작용한다. 최근에는 범용 AI(AGI)와 초지능(ASI)에 대한 논의도 활발하다.

그러나 지금 우리가 진정으로 고민해야 할 질문은 따로 있다.

AI는 과연 현실에서 실행 가능한 판단자가 될 수 있는가?

현실은 항상 불완전한 정보, 제한된 시간, 복잡한 제약 속에서 결정을 요구한다. 단순히 데이터를 처리하거나 언어를 생성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AI는 불확실한 환경에서도 실현 가능한 최선의 선택을 내릴 수 있어야 한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지향해야 할 실천적 의사결정형 AI, 그리고 소버린 AI의 진정한 방향이다.

‘도메인별 AI’가 아니라 ‘공통 기반 AI’로

오늘날 AI 개발은 산업, 의료, 국방 등 각기 다른 분야에서 별도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현실 세계는 그렇게 분리되어 있지 않다. 산업 설비는 의료 데이터를 참고하고, 국방 기술은 산업용 알고리즘과 연계되기도 한다.

서로 다른 도메인이라 해도, 그 기반에는 공통된 수학적 원리와 시스템 구조가 흐르고 있다.

따라서 AI를 도메인마다 처음부터 새로 설계할 것이 아니라, 공통 기반을 먼저 구축하고, 도메인 특화 요소를 그 위에 얹는 구조적 접근이 필요하다.

이런 구조는 개발 중복을 줄이고, 검증을 단순화하며, 확장성과 유지보수 측면에서도 전략적 우위를 제공한다.

공통 기반은 수학이다: 미분방정식, DEVS, 그리고 연동

이 공통 기반의 핵심은 수학적 모델링에 있다.

미분방정식은 연속적인 시간 흐름 속에서 시스템이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설명하며, 물리적·생리적·산업적 시스템을 이해하는 데 필수적이다.

DEVS(Discrete Event System Specification)는 이벤트 단위로 변하는 시스템을 포괄적으로 모델링할 수 있게 해준다.

연동(Federation) 구조는 다양한 모델과 시간 척도, 표현 방식을 가진 시스템을 하나로 통합하는 기술이다.

이 세 가지는 산업, 의료, 국방 등 모든 분야에서 공통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핵심 구조이며, 우리가 만드는 AI가 도메인을 넘나들며 통합적으로 판단할 수 있도록 해주는 기반이 된다.

실천적 AI를 위한 네 가지 조건

소버린 AI가 실행 가능한 판단자로 기능하기 위해서는 다음의 네 가지 능력이 요구된다.

  1. 제한된 합리성 수용

AI는 완벽한 정보가 주어지지 않은 상황에서도 의사결정을 내려야 한다. 따라서 휴리스틱, 강화학습, 인간 피드백 등을 통해 ‘실현 가능한 최선’을 찾아내는 실용적 판단력을 학습해야 한다.

  1. 시스템 사고와 동적 모델링

현실은 고정된 규칙의 집합이 아니라, 끊임없이 상호작용하는 복잡계다. 미분방정식과 DEVS는 이러한 복잡한 시스템을 동적으로 모델링하고,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하는 AI를 만드는 데 필수적인 도구다.

  1. 불확실성 하의 시나리오 탐색

우리는 미래를 완벽하게 예측할 수 없다. 다양한 가능성에 대비하기 위해, 몬테카를로 시뮬레이션 등의 방법으로 시나리오를 탐색하고, 확실성 대신 대비 가능성을 확보해야 한다.

  1. 전략적 상호작용 이해

의사결정은 단독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다양한 주체들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상황에서 AI는 게임이론과 행동게임이론 등을 활용해 상호작용의 결과를 예측하고 전략을 설계할 수 있어야 한다.

국가 차원의 투자, 어떻게 접근해야 하는가?

실천적 AI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국가 차원의 전략적 투자와 인프라 구축이 필수적이다. 단기적 성과에 매몰된 모델 개발이나, 경쟁적 데이터 쌓기만으로는 기술 주권을 확보할 수 없다.

국가 투자는 다음과 같은 방향으로 전환되어야 한다:

  1. 공통 기반 인프라 구축

미분방정식, DEVS, 연동 구조 등 공통 모델링 자산을 국가 주도로 개발하고, 시뮬레이션 툴체인을 오픈소스화하여 민간과 공유해야 한다. 이것이 곧 AI 주권의 토대가 된다.

  1. 도메인 특화는 공통 기반 위에

의료, 국방, 산업 등 개별 분야의 AI는 각자 독립적으로 만들 것이 아니라, 국가가 제공하는 공통 기반 위에서 특화 지식을 얹는 모듈형 구조로 유도해야 한다.

  1. 판단력 중심의 검증 체계

정확도 중심의 단편적 평가에서 벗어나, 실행 가능성, 시나리오 대응력, 전략적 상호작용 이해 등 판단력을 중심으로 한 공공 검증 메커니즘을 마련해야 한다. 이를 위한 테스트베드와 규제 샌드박스도 필요하다.

  1. 민·관·학 협력 거버넌스

공공의 책임성과 민간의 유연성을 결합한 협업 생태계를 만들어야 한다. 정부, 산업, 학계가 각자의 역할을 하면서도 하나의 목적을 향해 연동되는 구조가 요구된다.

결론: 대한민국형 소버린 AI, 그 실천적 방향

우리가 만들어야 할 AI는 단지 질문에 답하는 연산 기계가 아니다.

복잡한 현실을 이해하고, 인간과 함께 판단하며, 전략적으로 행동할 수 있는 실천적 동반자여야 한다.

이를 위해선 도메인마다 흩어진 AI가 아니라, 공통 수학 기반 위에 지식을 쌓아올리는 구조가 필요하다. 이것이 진정한 대한민국형 소버린 AI의 방향이며, 장기적 기술 주권을 위한 기반이다.

국가 차원의 투자는 이제, 단기적 모델 경쟁을 넘어, 판단 가능한 AI의 철학과 공통 기반을 세우는 데 집중해야 한다.

그 위에 산업, 의료, 국방 등 각 도메인이 얹혀질 때, 우리는 비로소 스스로 판단하고 실행할 수 있는 AI를 가지게 될 것이다.

남을 따라가지 말자. 우리의 방식으로, 우리의 AI를 만들자. 우리는 그 기술을 이미 가지고 있다. 이제, 실천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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