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인스 칼럼
앎과 모름, 그리고 AI
“AI 시대에 필요한 것은 기술보다도,
내가 ‘진짜로 아는가’를 묻는 힘이다.”
인공지능이 우리의 삶 속으로 깊숙이 들어왔다. 검색, 번역, 추천, 대화, 예측… 이제는 보고서도 쓰고, 진단도 내리고, 예술도 만든다.
그 어떤 기술보다 빠르게, 더 넓은 영역을 점령해가고 있다. 하지만 이 질문은 여전히 유효하다. 우리는 진짜 ‘알고’ 쓰는가? 아니면 ‘모르는 채’ 믿고 있는가?
정보는 많지만, 앎은 적다
오늘날 우리는 방대한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접한다. 그러나 정보가 많다고 해서 앎이 늘어나는 것은 아니다.
진짜 앎이란 단순한 기억이 아니라, 왜 그런지 설명할 수 있고, 어떻게 작동하는지 구조화할 수 있으며, 실제 문제 해결에 적용할 수 있는 상태다.
반대로 모름은 설명하지 못하면서 아는 척하는 상태, 의심 없이 받아들이는 상태, 모델도 맥락도 모른 채 따라 쓰는 상태다.
그리고 지금, 우리가 AI를 대하는 방식이 바로 그 모름의 위험을 드러낸다.
AI는 똑똑하다. 그런데 우리는?
AI는 패턴을 감지하고, 예측하고, 생성할 수 있다. 하지만 그건 대부분 확률적 계산의 결과일 뿐, 인간처럼 이해하거나 의미를 부여하는 과정은 없다.
문제는 여기에 있다. 우리가 그 차이를 모르는 채 AI를 쓸 때, AI가 낸 결과를 절대적 사실처럼 받아들일 수 있다는 점이다.
“AI가 그렇게 말했다”는 이유로, 질문하지 않고, 검토하지 않고, 설명조차 없이 판단하는 일. 그건 AI의 잘못이 아니라, 우리의 사고가 정지된 상태다.
모른다는 것을 모르는 위험
AI는 인간보다 빠르다. 그래서 우리는 자주 의존한다. 하지만 우리는 모델이 어떤 데이터로 훈련되었는지, 무슨 전제를 깔고 판단하는지, 어떤 상황에서 오류를 낼 수 있는지조차 제대로 모른다.
그 상태에서 AI가 내려준 판단을 맹신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진단이 잘못돼도, “기계가 한 거니까”라고 말하게 된다.
자동화된 편향을 발견하지 못한 채, 사회적 차별을 확대하게 된다. 책임을 스스로에게 두지 않고, 기술 뒤에 숨어버린다.
이것이 바로 ‘모르는 걸 모르는 상태’에서 AI를 쓰는 가장 큰 위험이다.
앎을 위한 기술, 기술을 위한 앎
AI는 도구다.
그리고 좋은 도구는 사용자의 앎에 따라 위험이 되기도 하고, 기회가 되기도 한다. 그래서 우리는 다시 앎으로 돌아가야 한다.
나는 지금 이 모델이 어떤 논리로 판단하고 있는지 아는가? 그 결과가 어떤 맥락에서 적절하고, 어떤 상황에서는 오용될 수 있는가?
이 시스템을 설명하고, 비판하고, 수정할 수 있는가? 이 질문에 스스로 ‘예’라고 답할 수 있을 때, AI는 더 이상 두려운 블랙박스가 아니라, 지혜를 확장해주는 도구가 된다.
마치며
AI는 인간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진짜로 무엇을 알고, 무엇을 모르는지를 돌아보게 만드는 거울이다.
앞으로 기술은 계속 진화할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사고를 멈추지 않는 한, AI는 우리의 앎을 가로막는 장벽이 아니라, 더 깊은 앎을 향한 디딤돌이 될 수 있다.
결국 중요한 것은 “AI가 뭘 아는가”가 아니라, “우리가 진짜 아는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