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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인스 칼럼

함수와 AI

현상과 본질

 

우리가 세상을 바라볼 때, 눈에 보이는 것은 현상이다. 비 오는 날의 우산 판매량, 하루 동안의 교통량, 온라인 쇼핑 데이터 등은 쉽게 관찰할 수 있다. 하지만 그 뒤에는 우리가 쉽게 볼 수 없는 본질과 원리가 숨어 있다. AI가 아무리 발전해도, 우리가 직접 볼 수 있는 것은 여전히 현상과 상관관계일 뿐이다. 눈앞의 데이터만으로는 숨은 이유를 알 수 없다.

 

함수: 보이지 않는 원리를 표현하는 언어

 

그래서 인간은 이를 이해하고 다루기 위해 함수라는 수학적 틀을 만들어냈다. 함수는 단순히 “입력 → 출력”이라는 규칙을 정의하는 것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관계와 원리를 수학적으로 표현하는 언어다.

 

예를 들어, 뉴턴의 법칙은 우리가 눈으로 볼 수 있는 물체의 운동이라는 현상을 통해, 보이지 않는 힘과 질량의 원리를 함수로 표현했다. AI 모델 역시 마찬가지다. 데이터라는 현상 속에서 패턴을 찾아 함수 형태로 근사함으로써, 우리는 눈에 보이지 않는 관계를 이해하고 예측할 수 있다.

 

 

상관관계와 인과관계

 

현실에서 처음 마주하는 것은 대부분 상관관계다. 두 변수가 함께 움직이는 경향성은 쉽게 드러나지만, 그것이 곧 인과관계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예를 들어, 여름철 아이스크림 판매량과 익사 사고가 동시에 증가한다고 해서, 아이스크림이 익사의 원인일 수는 없다. 상관관계는 단순히 “같이 움직이는 현상”이고, 인과관계는 “왜 그런 결과가 생겼는가”를 설명하는 본질이다.

 

문제는 사람들이 상관관계를 인과로 착각할 때 발생한다. 학교 성적과 사교육 시간의 상관관계를 보고 “사교육만 늘리면 성적이 오른다”고 단정하면, 실제로 중요한 요인인 학습 태도, 교사의 질, 가정환경 등을 놓치게 된다. 사회 정책에서도 비슷하다. 단순한 상관만 보고 정책을 설계하거나 의사결정(意思決定)하면, 의도와 달리 문제는 더 커지고 개선은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간다.

 

AI와 함수

 

AI는 이러한 상관관계를 함수 형태로 흉내 내는 데 탁월하다. 빅데이터와 기계학습으로 만들어진 모델은 입력과 출력 사이의 근사 함수다. 데이터 속 패턴을 학습하여 결과를 예측하지만, 그 함수가 진짜 인과 관계를 담고 있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고객 행동 데이터를 학습한 AI가 “특정 버튼을 많이 누른 고객은 이탈 확률이 높다”고 알려줄 수 있다. 하지만 이것을 그대로 믿고 버튼을 없애면, 고객 경험은 더 나빠지고 오히려 이탈은 늘어날 수 있다. AI가 보여주는 것은 상관관계 기반의 근사치일 뿐, 그 안에 숨은 인과를 담고 있지는 않다.

 

 

함수와 AI의 역할

 

함수와 AI의 관계를 이렇게 정리할 수 있다. 함수는 세상의 관계를 표현하는 가장 기본적인 틀이고, AI는 그 틀을 데이터라는 재료로 채워 넣는 도구다. 하지만 AI가 만들어낸 함수는 불완전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함수 자체가 아니라, 그 함수를 어떻게 해석하고 활용하는가이다.

 

AI 시대의 인간의 역할

 

AI 시대에 필요한 지혜는 단순히 데이터를 함수로 바꾸는 능력이 아니다. 그 속에서 상관의 그림자와 인과의 본질을 가려내고, 보이지 않는 원리를 이해하며, 잘못된 판단을 예방하는 힘이 필요하다. 우리가 AI와 더불어 살아가며 잃지 말아야 할 인간의 역할은 바로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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