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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에서 지혜로

이해에서 지혜로

 

얀 르쿤의 경고, “현재 AI는 곧 한계에 도달한다”

 

“지금의 거대언어모델(LLM)은 5년 후면 고물이 될 겁니다. 진짜 인간 수준의 지능을 원한다면, 지금과 같은 AI에 의존하지 마세요.”

 

딥러닝의 선구자이자 튜링상 수상자인 얀 르쿤(Yann LeCun) 교수가 2025년 서울에서 열린 AI 프론티어 국제 심포지엄에서 던진 경고다. 그는 현재의 생성형 AI가 세상을 단순히 데이터로 모사할 뿐, 근본적인 구조와 의미를 이해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르쿤은 AI가 인간처럼 세상을 ‘이해’하려면, 단순한 예측을 넘어 세상의 관계와 구조를 스스로 학습하는 새로운 접근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 방법 중 하나로 공개된 JEPA(Joint Embedding Predictive Architecture)가 있다.

 

JEPA는 기술적 세부를 알지는 못하지만, 핵심 목적은 명확하다. AI가 데이터 속 숨은 의미 구조와 관계를 스스로 학습하도록 돕는 아키텍처다. 쉽게 말하면, JEPA는 AI에게 단순한 ‘복사기’가 아닌 세상을 이해하고 맥락을 파악할 수 있는 눈을 달아주는 장치다. 시각적 패턴이나 텍스트 데이터를 통합하고, 이를 통해 미래 상태나 연관성을 예측하도록 학습함으로써, 단순한 통계적 재생산을 넘어선 인지적 이해를 가능하게 한다.

 

이해하는 AI, 지혜를 위한 학습

 

오늘날 대부분 AI는 데이터를 보고 패턴을 반복 학습하는 수준에 머문다. 글을 쓰거나 이미지를 생성할 때도 과거 데이터를 조합하는 수준을 벗어나지 않는다. 그러나 인간은 사물의 모든 세부를 기억하지 않는다. 우리는 핵심적인 관계와 의미 구조를 이해하고, 그로부터 판단을 내린다.

 

물리적 현상은 비교적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다. 중력이나 전자기 법칙처럼 수학적 모델이 잘 정의된 영역에서는 AI가 높은 정밀도로 미래 상태를 계산할 수 있다. 그러나 인간의 행동과 사회적 상호작용은 수학적 법칙으로 완전히 예측할 수 없다. 다만, 패턴과 경향, 조건과 맥락을 분석하면 어느 정도 예측과 대응이 가능하다.

 

JEPA와 유사한 접근법은 AI가 단순히 데이터를 복제하는 것이 아니라 현상 뒤에 숨은 원리와 관계를 학습하도록 한다. 이는 단순한 계산을 넘어, 현실 세계에서 적용 가능한 지능과 판단력을 갖춘 AI로 나아가는 핵심 단계다.

 

 

BAS: 데이터를 넘어 이치와 원리로

 

김탁곤 교수가 제시한 BAS(Big data + AI + Simulation)는 AI를 단순한 학습 도구가 아니라, 현상을 이해하고 실제로 검증할 수 있는 지혜의 도구로 확장한다. BAS의 핵심은 원리 기반 모델링(Principle-based Modeling)이다. 여기서 ‘원리’는 단순한 물리 법칙을 넘어 인간의 행위, 의도, 사회적 상호작용까지 포함한다.

 

BAS는 데이터를 보조적으로 활용하지만, 그 중심에는 판단과 결정을 위한 지혜가 있다. 현실의 복잡한 문제를 가상 실험(Virtual Experiment)으로 단순화하여, 이치가 실제로 작동하는지를 검증한다. 즉, BAS는 정확한 예측이 어려운 인간 행동이나 사회 현상에서도, 가능한 시나리오를 검토하고 전략을 준비할 수 있는 능력을 AI에게 부여한다.

 

새로운 접근법의 상호보완성

 

세상을 이해하는 AI와, 이해한 내용을 검증하고 지혜로 만드는 AI는 서로를 보완한다. 단순히 데이터를 이해하는 것만으로는 현실 세계에서 적용 가능한 판단력이 부족하다. 반대로 검증만 강조하면 AI는 방향을 잃는다. 따라서 현상을 이해하고 원리를 학습하며, 이를 실제로 검증하는 통합적 접근법이 필요하다. JEPA는 세상을 이해하는 기반을 제공하고, BAS는 그 이해를 현실에서 검증하는 지혜를 제공한다.

 

즉, JEPA와 BAS는 각각 눈과 실험실과 같은 관계다. 눈이 없으면 실험이 방향을 잃고, 실험이 없으면 눈으로 본 것의 의미를 확인할 수 없다. 이 둘이 만나야 AI는 단순한 계산 기계를 넘어 지혜로운 판단자로 진화할 수 있다.

 

 

소버린 AI: 기술 주권을 넘어 지혜 주권으로

 

르쿤은 AI가 세계 공통 자원이 되어야 하며, 오픈소스로 공개될 때 혁신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글로벌 AI 생태계가 특정 국가 중심으로 재편되는 현실을 경고했다. 이는 단순한 기술 경쟁이 아니다. AI의 가치 주권(Value Sovereignty), 즉 사회가 가진 이치와 기준에 따라 판단할 수 있는 능력과 권한이 핵심이다.

 

이제 AI는 단순히 국산화나 기술 개발 수준을 넘어, 자율적 판단과 지혜를 갖춘 주권적 지능으로 나아가야 한다. 데이터를 이해하고 원리를 검증하는 새로운 접근법이 바로 그 길을 열어준다.

 

맺으며: AI는 이제 이치를 배워야 한다

 

데이터는 경험을 제공하지만, 이치는 방향을 제시한다. 현상을 이해하고, 그 이해를 실제로 검증하며, 판단과 결정을 내릴 수 있는 능력이 AI의 다음 단계다. JEPA와 BAS와 같은 접근법은 단순히 정보를 처리하는 AI에서 벗어나 지혜로운 판단자로 진화하게 만든다. AI의 진화는 더 정밀한 데이터가 아니라, 원리와 이치를 학습하고 지혜를 통합하는 능력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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