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인스 칼럼
AI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유행하는 기술, 사라지는 본질, 반복되는 국가적 시행착오
AI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요즘 우리는 AI가 모든 문제를 해결해줄 것처럼 이야기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생성형 AI는 질문에 정확히 답하고, 데이터 분석 AI는 과거의 방대한 기록을 단숨에 정리해준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AI가 교통·도시·에너지·제조·국방 같은 국가적 난제를 해결해줄 것이라고 기대한다. 하지만 이 믿음은 절반만 맞다.
AI는 질문에는 답할 수 있지만, ‘문제’를 해결하는 존재가 아니다. 문제정의가 없고 시스템 구조의 이해가 없는 상태에서 기술만 투입한다면, 실패는 예정된 결말일 뿐이다.
기술 유행의 착각
최근의 투자 흐름은 더 극단적이다. 에이전트 AI, 피지컬 AI, AGI, ASI…
개념조차 정립되지 않은 용어들이 시장을 휩쓴다. 정부와 기업은 ‘선점’이라는 구호에 휩쓸려 막대한 예산을 쏟아붓는다.
얼마 전 손정의 회장이 대통령 면담에서 “ASI, ASI, ASI” 를 반복적으로 언급한 장면은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ASI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어떤 문제를 어떤 구조에서 해결하는지, 국가적 맥락에서 어떤 판단이 필요한지는 설명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그 단어는 그대로 정책과 전략 문서에 흡수된다. 기술 유행이 정책의 본질을 집어삼키는 대표적 모습이다.
국책 R&D가 반복해온 구조적 실패
이 문제는 특정 기업이나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국가의 국책 R&D 전체가 같은 패턴을 반복하고 있다. 자율주행, 스마트시티, UAM, 스마트건설, 스마트제조…수조 원의 예산이 들어갔지만 실질적 성과는 미미하다.
정부와 기관은 엔비디아 GPU·CUDA·Omniverse·Isaac Sim·Cosmos, 팔란티어 Gotham·Foundry, 쉴드AI Hivemind, 다쏘시스템 3DEXPERIENCE, 지멘스 Mindsphere, GE Predix 같은 플랫폼을 도입하면 “세계 최고 기술 기반을 갖췄다”고 홍보한다.
그러나 정작 해결된 문제는 없다. 이유는 단순하다. 문제를 정의하지 않은 채 기술만 가져왔기 때문이다.
문제정의의 부재가 만드는 함정
국가 프로젝트의 대부분은 “문제 자체를 모르는 상태에서 시작”한다. 자율주행 R&D는 ‘무엇을 자율화할 것인지’가 불명확하고, 스마트시티는 ‘도시의 어떤 문제가 얼마만큼 심각한지’를 모델링 없이 추진된다. UAM은 교통·운항·안전·수요·인프라·정책이 연동된 복합 시스템임에도 개념 검증 없이 기술과 기체 개발부터 시작한다. 스마트건설·스마트제조 역시 공정·작업·조직의 구조를 이해하지 못한 채 기술만 덧붙인다.
그러니 결국 국가의 R&D는 문제 해결보다 ‘성과 홍보’에 더 많은 에너지를 쓰고, 보고서에는 결과가 있지만 현실에는 아무것도 남지 않는다.
시스템적 접근의 절대적 필요성
이 모든 실패의 뿌리에는 시스템공학과 디지털트윈의 부재가 있다.
자율주행은 단순히 차량 문제가 아니라 도시 전체의 문제이며, 스마트시티는 에너지·교통·환경·인구·산업이 엮인 거대한 시스템이다. UAM은 항공 기술 문제가 아니라 도심 인프라와 정책·안전·수요가 모두 맞물린 복합 시스템이다.
이런 문제는 AI 모델의 정확도로 해결할 수 없다. 문제를 정확히 정의하고, 시스템을 모델링하며, 디지털트윈 기반 가상실험으로 정책과 기술을 검증하는 과정이 필수적이다.
이 토대가 없으면 방향만 있고 방법은 없고, 실행은 있지만 검증은 없으며, 예산은 쓰지만 성과는 사라진다.
기술은 도구일 뿐, 해답이 아니다
엔비디아·팔란티어·쉴드AI·다쏘시스템·지멘스·GE는 세계 최고의 기술을 제공한다.
그러나 아무리 훌륭한 도구라도 문제정의·시스템공학·디지털트윈 기반의 구조가 없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
좋은 망치를 사왔다고 해서 집이 스스로 지어지지 않는 것과 같다.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도구가 아니라 문제를 구조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능력과 방법론이다.
결론: AI는 문제를 해결하는가?
결론은 명확하다. AI는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다.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인간의 사고, 시스템적 이해, 문제정의와 구조화된 접근이다. AI는 그 과정을 가속하는 강력한 도구일 뿐이다.
문제를 정의하고, 구조를 모델링하고, 디지털트윈 기반 시뮬레이션으로 최적해를 찾는 과정이 먼저다.
이 토대 없이 AI·AGI·ASI를 아무리 외쳐도 국책 R&D와 산업 현장은 앞으로도 같은 실패를 끝없이 반복할 것이다.
진짜 AI 시대는 문제의 본질을 정확히 정의할 수 있는 국가, 조직, 사람에게서 시작된다. 기술은 그 다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