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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인스 칼럼

생각의 디지털트윈

AI의 한계를 넘어, 생각을 실험하는 기술

생각이 흔들릴 때 문제가 생긴다

 

사람이 겪는 대부분의 걱정과 고민은 상황이 어려워서가 아니라, 생각이 정리되지 않아서 생긴다. 무엇이 문제인지, 무엇을 알고 무엇을 모르는지, 어떤 선택지가 있는지 구분되지 않으면 생각은 맴돌고 감정만 증폭된다. 둘 이상이 모이면 상황은 더 복잡해진다. 각자의 머릿속에 서로 다른 미래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결국 싸움의 원인은 생각이 달라서가 아니라, 생각을 비교하고 검증할 수 있는 공통의 틀이 없기 때문이다.

 

생각은 감정의 부산물이 아니다. 생각은 선택을 가능하게 하고, 선택의 결과를 미리 가늠하게 하며, 후회를 줄이기 위한 도구다. 즉 생각의 본질은 예측이 아니라 실험에 가깝다.

 

 

인간은 지능을 외부로 확장해 왔다

 

인류는 늘 자신의 한계를 도구로 확장해 왔다. 계산 능력은 주판과 계산기를 거쳐 컴퓨터로 확장되었고, 기억 능력은 기록과 사진기, 녹음기, 디지털 메모리로 확장되었다. 이 도구들은 인간을 대신하지 않았다. 인간이 더 잘 판단할 수 있도록 기반을 넓혀주었을 뿐이다.

 

인공지능 역시 이 연장선에 있다. 인공지능은 인간 지능 전체의 복제물이 아니라, 반복 경험과 패턴 인식에 기반한 학습 기반 인간 지능을 기계적으로 확장한 기술이다. 그래서 AI는 빠르고 정확하지만, 본질적으로 과거에 묶여 있다.

 

AI의 강점과 한계는 동시에 존재한다

 

AI는 방대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생성과 예측을 잘한다. 그러나 데이터가 없는 상황, 구조가 바뀐 문제, 아직 한 번도 일어나지 않은 미래 앞에서는 무력해진다. AI는 목적을 스스로 정의하지 못하고, 가정을 바꿔가며 따져보지도 못한다. 질문을 받으면 답은 잘하지만, 어떤 질문을 해야 하는지는 스스로 결정하지 못한다.

 

이 지점에서 분명해진다. AI는 생각을 대신하는 존재가 아니라, 생각의 한 부분을 가속하는 도구다.

 

 

생각의 핵심은 개념과 추상화다

 

생각의 출발점은 계산이 아니라 개념이다. 무엇을 문제로 볼 것인지, 어디까지를 포함하고 어디서 단순화할 것인지 결정하는 과정이 바로 추상화다. 이 추상화가 잘못되면 아무리 많은 데이터와 계산을 동원해도 답은 엉뚱해진다.

 

그래서 생각은 학습과 다르다. 학습은 과거를 정리하는 일이고, 생각은 아직 오지 않은 미래를 가정하고 따져보는 일이다.

 

모델링과 시뮬레이션은 생각의 형식화다

 

모델링은 머릿속 생각을 구조로 바꾸는 과정이다. 암묵적인 가정을 드러내고, 개념 간 관계를 명확히 한다. 시뮬레이션은 그 구조 위에서 여러 선택을 시험해보는 행위다. 실제로 해보지 않아도, 해본 것처럼 실패와 성공을 반복할 수 있다.

 

이 관점에서 보면 모델링과 시뮬레이션은 단순한 기술이 아니다. 그것은 생각을 외부로 꺼내어 반복 가능하게 만든 생각의 형식이자  확장이다.

 

디지털트윈은 생각의 디지털 복제본이다

 

디지털트윈은 현실 시스템의 모형이면서 동시에, 그 현실을 바라보는 우리의 사고방식이 담긴 결과물이다. 어떤 가정을 두었는지, 무엇을 중요하게 보았는지, 어떤 미래를 상정했는지가 그대로 드러난다.

 

그래서 디지털트윈은 개인의 생각을 공유 가능한 대상으로 바꾼다. 서로 다른 의견은 말로 싸우기 전에, 모델 위에서 먼저 부딪힐 수 있다. 감정은 줄고, 검증은 늘어난다.

 

 

디지털트윈 기반 가상실험은 AI의 한계를 넘어선다

 

여기서 중요한 전환점이 생긴다. 디지털트윈 기반 가상실험은 AI의 성능을 조금 더 키워주는 기술이 아니다. 그것은 AI가 닿지 못하는 영역을 열어주는 기술이다.

 

AI가 과거로부터 배운 예측을 제시하면, 디지털트윈은 그 예측이 어떤 가정 위에서 성립하는지를 시험한다. 가정을 바꾸고, 조건을 흔들고, 아직 데이터가 없는 상황까지 밀어 넣어본다. 이 과정에서 AI의 답은 검증되고, 때로는 반박된다.

 

그래서 디지털트윈은 AI의 하위 기술이 아니라, 오히려 상위의 사고 환경에 가깝다. AI를 맹신하지 않고, AI를 실험 대상으로 올려놓는 장치다.

 

예측을 넘어, 예상하고 실험하는 시대로

 

AI는 예측을 잘한다. 디지털트윈은 예상하고 실험하게 한다. 이 둘이 결합될 때 인간은 단순히 맞히는 존재가 아니라, 선택의 결과를 미리 살아보고 결정하는 존재가 된다.

 

걱정이 줄어드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불확실성이 사라져서가 아니라, 불확실성을 다루는 방법이 생기기 때문이다. 갈등이 줄어드는 이유도 마찬가지다. 생각이 같아져서가 아니라, 생각을 비교하고 검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디지털트윈의 본질은 기술이 아니다. 생각을 실험 가능하게 만드는 것, 그리고 그 생각 위에 AI를 올려놓는 것. 그 지점에서 비로소 인간의 지능은 다음 단계로 확장된다. 에이전트 AI, 피지컬 AI로 나아가기 위한 핵심기술이다.

 

만약 모델링 시뮬레이션과 디지털트윈을 어설프게 이해한 채 피지컬 AI를 만들면 어떻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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