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인스 칼럼
젠슨 황 CES
2026 키노트가 던진 진짜 질문,
AI는 어디로 갈까?
CES 2026 무대에 선 젠슨 황은 기술 발표자가 아니라 방향을 제시하는 사람처럼 보였다. 1시간 30분 동안 이어진 그의 기조연설은 신제품 소개라기보다 하나의 세계관 선언에 가까웠다. 이 방대한 연설을 관통하는 질문은 단순하다. AI는 지금 어디까지 왔고, 앞으로 어디로 가고 있는가.
그의 대답은 명확했다. AI는 더 이상 소프트웨어의 문제가 아니다. AI는 이제 현실 세계를 이해하고 다루기 위한 새로운 컴퓨팅 체계로 이동하고 있다.
플랫폼 전환은 동시에 일어나고 있다
젠슨 황은 컴퓨팅 산업이 주기적으로 플랫폼 전환을 겪어왔음을 상기시킨다. 메인프레임에서 PC로, 인터넷과 클라우드를 거쳐 모바일로 이어진 흐름이다. 하지만 이번 변화는 다르다. 하나가 아니라 두 개의 전환이 동시에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하나는 AI 중심 플랫폼 전환이다. 애플리케이션은 더 이상 코드 위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모델 위에 만들어지고, 학습과 추론을 통해 매 순간 새롭게 생성된다. 다른 하나는 컴퓨팅 스택 자체의 전환이다. CPU에서 GPU로, 컴파일에서 생성으로, 정적 실행에서 문맥 기반 추론으로 바뀌고 있다. 이는 단순한 기술 교체가 아니라 지난 10여 년간 구축된 거대한 컴퓨팅 인프라를 다시 설계하는 일이다.
AI의 중심은 모델이 아니라 추론이다
2025년을 돌아보며 젠슨 황이 강조한 것은 스케일링 그 자체가 아니었다. 그가 반복해서 언급한 핵심은 추론, 즉 Reasoning이다. 학습된 지식을 나열하는 AI를 넘어, 실시간으로 생각하고 문제를 분해하며 계획을 세우는 AI가 등장했다는 것이다.
이 지점에서 에이전틱 AI가 모습을 드러낸다. 에이전트는 질문에 답하는 존재가 아니라 목표를 이해하고, 도구를 선택하며, 필요한 정보를 찾아 실제 작업을 수행한다. AI는 더 이상 정답을 예측하는 기계가 아니라, 일을 처리하는 주체로 이동하고 있다.
오픈 모델은 이상이 아니라 전략이다
이번 연설에서 또 하나 주목할 부분은 오픈 모델에 대한 태도다. 젠슨 황은 다양한 오픈 모델과 데이터 공개를 당당하게 이야기한다. 이는 이상주의적 선택이 아니다. AI가 모든 산업으로 확산되기 위해서는 개방이 필수적이라는 현실 인식이다.
모델이 개방될수록 더 많은 실험과 응용이 가능해지고, 그 결과는 결국 더 큰 컴퓨팅 수요로 이어진다. 엔비디아가 진짜로 구축하려는 것은 특정 모델의 지배력이 아니라, AI가 작동하는 문명의 인프라다.
Physical AI, 현실을 다루는 AI의 조건
CES 2026의 진짜 화두는 피지컬 AI다. 언어와 이미지, 텍스트를 이해하는 AI를 넘어, 세상의 법칙을 학습하는 AI에 대한 이야기다. 자율주행, 로보틱스, 공장, 에너지 영역에서 데이터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현실은 통계가 아니라 물리 법칙으로 움직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젠슨 황은 월드 파운데이션 모델을 강조한다. 현실을 그대로 복제한 가상 세계에서 수없이 실험하고 검증하는 방식이다. 이 지점에서 분명해진다. 시뮬레이션 없는 AI는 물리 세계에서 판단할 수 없다.
Vera Rubin이 상징하는 것
차세대 슈퍼칩 베라 루빈은 단순한 성능 경쟁의 결과물이 아니다. 칩, 메모리, 네트워크, 냉각, 스토리지를 하나의 시스템으로 공동 설계한 결과다. 이는 무어의 법칙을 넘어, 시스템 아키텍처 전체로 성능과 경제성을 끌어올리겠다는 선언이다.
엑셀과 명령어 이후의 인터페이스
젠슨 황이 말한 “엑셀과 커맨드라인의 종말”은 사용자 인터페이스 변화만을 뜻하지 않는다. 문제를 정의하는 방식의 변화다. 사람이 모든 변수를 입력하던 시대는 지나가고, 이제 사람은 목적과 맥락을 말한다. AI는 계획하고 실행하며 검증한다. 이는 자동화가 아니라, 판단 구조 자체의 변화다.
이 연설이 대한민국에 던지는 질문
여기서 질문은 자연스럽게 한국으로 향한다. 우리는 이 변화 앞에서 무엇을 하고 있는가. 지금까지 한국의 AI 논의는 모델 성능과 파라미터, 국산화 여부에 지나치게 집중되어 있었다. 하지만 젠슨 황의 메시지는 다르다. 중요한 것은 모델 그 자체가 아니라, AI가 판단할 수 있는 환경과 체계를 갖추었는가 하는 점이다.
피지컬 AI 시대에 경쟁력을 갖추려면 데이터만으로는 부족하다. 가상실험과 시뮬레이션, 디지털트윈, 그리고 시스템 엔지니어링 역량이 핵심이 된다. 이는 반도체 몇 개 더 확보하고 초거대언어모델 국산화한다고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다. 산업과 국방, 에너지와 도시 문제를 실제로 실험하고 검증할 수 있는 구조를 갖추어야 한다는 의미다.
우리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나
이제 선택은 분명하다. AI를 ‘답변 잘하는 도구’로 남길 것인가, 아니면 ‘현실에서 판단하는 지혜의 도구’로 발전시킬 것인가.
우리가 가야 할 길은 명확하다. 빅데이터와 학습 중심 접근을 넘어, 디지털트윈과 시뮬레이션 기반의 의사결정 체계를 국가와 산업 전반에 구축해야 한다. 그래야만 AI는 예측을 넘어, 책임 있는 선택을 할 수 있다.
젠슨 황의 CES 2026 키노트는 기술 트렌드 설명이 아니다. 지금 방향을 바꾸지 않으면 따라갈 수 없다는 경고다. AI는 이미 다음 단계로 가고 있다.
이제 남은 질문은 하나다.
우리는 거기에 설 준비가 되어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