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인스 칼럼
시스템 엔지니어링 관점에서 본 휴머노이드
CES 2026, 중국의 속도, 그리고 우리가 놓치고 있는 선택의 문제
휴머노이드는 늘 미래의 상징처럼 등장한다. 걷고, 뛰고, 인간을 닮은 동작을 수행하는 모습은 기술 진보를 직관적으로 보여준다. CES2026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전시장에는 수많은 휴머노이드가 등장했고, 각국은 저마다 자신들의 기술력을 과시했다. 그러나 시스템 엔지니어링 관점에서 CES 2026은 기술의 진보보다, 각 나라가 휴머노이드를 어떻게 ‘다르게 이해하고 있는지’를 더 분명히 보여준 자리였다.
CES 2026이 던진 질문: 움직임이 아니라 성능이다
CES 2026에서 현대자동차는 차세대 휴머노이드 아틀라스를 전시하며 의미심장한 메시지를 던졌다.
“걷고 쿵푸만 해서는 의미 없다”는 발언은, 휴머노이드를 기술 과시의 대상이 아니라 현장에서 실제로 일을 할 수 있는 시스템 요소로 보아야 한다는 경고였다.
이때 우리는 질문을 던져야 한다. 왜 휴머노이드에서는 움직임 그 자체가 아니라 작업 성능과 신뢰성이 중요한가. 왜 ‘할 수 있느냐’보다 ‘계속할 수 있느냐’가 기준이 되는가. 이 질문이 바로 시스템 엔지니어링의 관점이다. 시스템에서 중요한 것은 단발성 퍼포먼스가 아니라, 반복 가능성과 고장률, 유지보수성, 안전성, 그리고 기존 구조와의 통합 가능성이다.
노조의 반발과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의 함정
휴머노이드 도입을 둘러싸고 현대차 노조의 반발과 대통령의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라는 발언은 서로 반대처럼 보인다. 그러나 시스템 관점에서 보면, 이 둘은 사실 같은 문제를 공유한다. 구조에 대한 질문이 빠져 있다는 점이다.
노조의 반발은 휴머노이드를 곧바로 일자리 대체로 연결한다. 반면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라는 표현은 자동화를 하나의 운명처럼 받아들인다. 그러나 거스를 수 없는 것은 자동화 압력이지, 휴머노이드라는 특정한 형태는 아니다. 휴머노이드는 필연이 아니라 선택이다. 구조를 바꿀 수 있으면 필요 없고, 구조를 못 바꾸는 구간에서만 등장하는 차선책이다.
중국의 휴머노이드는 무엇이 다른가
이 지점에서 중국의 접근은 결정적으로 다르다. 중국은 휴머노이드를 “완성도 높은 한 대”로 보지 않는다. 중국에게 중요한 것은 사람 한 명을 완전히 대체하느냐가 아니라, 30~50%라도 되는 성능을 가진 로봇을 얼마나 빨리, 얼마나 많이 투입하느냐다.
중국은 휴머노이드에 맞게 공장과 물류, 운영 방식을 함께 바꾼다. 규제와 책임의 문턱도 낮고, 실패를 빠르게 감내하며 운용 데이터를 쌓는다. 그래서 중국의 휴머노이드는 서커스처럼 보일 수 있지만, 그 이면에서는 실제 시스템을 바꾸는 실험이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이 점에서 중국은 휴머노이드를 기술이 아니라 구조 전환의 도구로 쓰고 있다.
한국의 현실: 자동화는 강하지만 선택이 불분명하다
한국은 산업용 로봇 밀도 세계 최고 수준의 나라다. 이는 이미 전용 자동화를 극단까지 밀어붙였다는 뜻이다. 용접과 도장, 반송 같은 영역에서는 휴머노이드가 들어설 이유가 거의 없다. 이 때문에 한국에서 휴머노이드는 쉽게 쇼처럼 보이고, 사회적 반발도 커진다.
문제는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지 못한다는 점이다. 중국처럼 구조를 함께 바꾸지도 못하고, 미국처럼 장기적인 실증을 감내할 합의도 부족하다. 그러다 보니 휴머노이드는 “거스를 수 없는 흐름”으로 포장되거나, 반대로 “막아야 할 위협”으로만 인식된다. 둘 다 시스템 관점에서는 위험한 단순화다.
우리의 대응방안: 따라갈 것인가, 구분할 것인가
한국의 대응은 중국을 그대로 따라가는 것도, 휴머노이드를 부정하는 것도 아니다. 핵심은 구분이다.
전용 자동화가 가능한 영역은 더 고도화하고, 휴머노이드는 구조를 바꿀 수 없는 틈새에만 제한적으로 투입해야 한다. 그리고 그 전제는 명확하다. 휴머노이드에는 반드시 피지컬 AI가 탑재돼야 하고, 그 피지컬 AI는 소버린 AI여야 한다.
판단이 곧 행동으로 이어지는 피지컬 AI에서, 판단 논리가 외부에 있고 책임만 내부에 있는 구조는 감당할 수 없다. 중국은 중앙 통제라는 방식으로 소버린을 확보하고 있고, 우리는 판단 논리와 책임 구조를 명확히 설계하는 방식으로 소버린을 확보해야 한다. 이것이 우리의 길이다.
결론: 중국을 보되, 같은 게임을 할 필요는 없다
휴머노이드는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 아니다. 거스를 수 없는 것은 구조 전환의 압력이다. 중국은 그 압력을 속도로 풀고 있고, 우리는 정밀한 설계와 책임 구조로 풀어야 한다. 노조의 반발과 정치적 선언을 넘어서, 이제는 질문을 바꿔야 한다.
우리는 휴머노이드를 왜 쓰려 하는가. 어떤 구조를 유지하고, 어떤 구조를 바꿀 것인가. 그리고 그 판단의 책임은 누가 질 것인가. 이 질문에 답할 수 있을 때, 휴머노이드는 쇼도 위협도 아닌, 의미 있는 시스템 선택지가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