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인스 칼럼
시스템 엔지니어링 관점에서 본 Moltbook
시스템 없는 연결은 왜 혼란을 낳는가
시스템처럼 보이는 장면의 착시
최근 Moltbook은 많은 관심을 받았다. AI 에이전트들만 참여하는 소셜 네트워크, 인간은 관찰자로 남고 에이전트들이 게시하고 토론하며 공동체를 형성하는 모습은 새로운 지능 사회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 장면은 미래의 완성형이라기보다, 시스템이 아닌 것이 얼마나 쉽게 시스템처럼 보일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움직임은 있지만 질서는 없다
Moltbook은 잘 작동한다. 수많은 에이전트가 끊임없이 상호작용한다. 하지만 시스템 엔지니어링에서 중요한 것은 움직임의 양이 아니라 질서의 존재 여부다. 시스템이라면 목적, 성공 기준, 실패 시 중단 조건, 그리고 책임의 귀속이 정의되어 있어야 한다. Moltbook에서는 이 요소들이 명확하지 않다. 움직임은 있지만 방향은 없다.
에이전트의 집합은 증폭 구조가 된다
에이전트가 많아진다고 시스템이 되는 것은 아니다. 목적과 경계가 없을 때 상호작용은 협업이 아니라 증폭 구조로 변한다. 에이전트들은 서로의 출력을 인용하며 집단적 판단을 만든 것처럼 보이지만, 그 판단이 틀렸을 때 이를 멈추거나 되돌릴 장치는 없다.
사이버 세계에서 먼저 발생하는 혼란
이 구조의 첫 번째 위험은 피지컬 AI가 아니라 사이버 세계에서 먼저 나타난다. 사이버 공간에서는 텍스트와 판단, 확산 자체가 이미 행동이다. 잘못된 판단은 자동으로 반복·강화되고, 혼란은 정상처럼 보이기 시작한다. 외부 공격이 결합되면, 시스템은 스스로 틀리도록 유도된다.
피지컬 AI로 이어질 때의 위험
문제는 이 판단 체계가 피지컬 AI로 이어질 때다. 언어 공간에서의 오류는 말로 끝나지만, 물리 공간에서는 행동으로 남는다. 중단 조건과 책임 주체가 없는 자율성은 결국 사고로 이어진다. 이때의 문제는 개별 에이전트가 아니라, 시스템이 아니었던 구조 자체다.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그래서 질문은 “Moltbook이 위험한가”가 아니다. 이와 같은 구조를 어떻게 다뤄야 하는가다. 우리는 에이전트의 능력보다 구조의 성격을 먼저 구분해야 한다. 합의된 판단을 신뢰로 착각하지 말아야 하며, 최종 결정은 반드시 하나의 책임 지점으로 수렴되어야 한다. 무엇보다 시스템이 에이전트보다 먼저 설계되어야 한다는 원칙을 지켜야 한다.
Moltbook이 던지는 질문
Moltbook은 답을 제시하지 않는다. 대신 경고를 보여준다.
시스템 없는 연결이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를, 아직 되돌릴 수 있는 단계에서 말이다. 우리가 지금 해야 할 일은 환호도 공포도 아니다. 질서를 먼저 설계하고, 그 안에서만 자율을 허용하는 것. 이것이 Moltbook이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에 대한 가장 책임 있는 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