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인스 칼럼
AI 중독(中毒)
인간은 목적이고, AI는 수단이다
마찰 없는 편안함의 유혹
우리는 지금 전례 없는 편안함의 시대를 살고 있다. AI는 언제나 준비되어 있고, 피곤하지 않으며, 감정 기복도 없다. 질문하면 즉시 답을 주고, 고민을 정리해 주며, 상황에 맞는 공감의 언어를 건넨다. 사람을 상대하는 것보다 낫다고 느끼는 순간이 생기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그래서 이런 말까지 나온다. AI가 인간을 초월한 것 아니냐는 것이다.
AI는 마약처럼 뇌를 화학적으로 자극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심리적 의존은 충분히 가능하다. 즉각적 반응과 맞춤형 공감, 방대한 지식은 인간의 뇌가 선호하는 보상 구조를 만든다. 우리는 점점 더 AI를 찾는다. 하지만 여기서 반드시 구분해야 할 것이 있다.
기능의 우월과 존재의 우월은 다르다
AI가 특정 영역에서 인간보다 뛰어난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다. 오히려 그래야 도구로서 가치가 있다. 계산기보다 계산을 못 하는 도구는 필요 없다. 자동차보다 느린 기계는 의미가 없다. 도구는 기능에서 인간을 능가해야 존재 이유가 생긴다.
AI 역시 정보 처리 속도, 기억 용량, 패턴 분석 능력에서 인간보다 뛰어날 수 있다. 그렇지 않다면 굳이 사용할 이유가 줄어든다. 이 점에서 “인간보다 낫다”는 말은 기능의 영역에서는 성립할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이 곧 인간을 초월했다는 뜻은 아니다.
초월이라는 말에는 기능적 우월을 넘어 존재적 우위, 가치적 상위가 포함된다. 인간은 단순한 기능 묶음이 아니다. 책임을 지고, 도덕적 결단을 하며, 의미를 만들고, 실패를 감당하는 존재다. AI가 아무리 빠르고 정교해도 삶의 무게를 대신 짊어지지는 않는다. 기능의 우월은 존재의 우월이 아니다. 이 둘을 혼동하는 순간 범주가 뒤섞인다.
인간과 도구는 비교 대상이 아니다
사람과 AI를 성능 기준으로 비교하기 시작하면 인간은 점점 부족해 보인다. 느리고, 감정적이고, 비효율적이라는 이유로 말이다. 그러나 인간은 기능으로 평가될 존재가 아니다. 인간은 존재 자체가 목적이다. 도구는 인간을 위해 존재하는 수단이다.
AI는 아무리 발전해도 기능으로 평가되는 대상이다. 인간은 성능이 아니라 존엄으로 존중받는다. 쓸모가 없어도 인간이고, 실패해도 인간이다.
이 구분이 흐려질 때 인간은 도구처럼 취급되기 시작한다. 그리고 사회는 점점 성능 중심으로 변한다. 그때 인간의 가치는 효율과 생산성으로 환산된다. 그것이야말로 진짜 위험이다.
쉬운 결정과 어려운 결정의 역설
AI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일은 종종 쉬운 결정이다. 갈등을 피하고, 불편함을 줄이며, 즉각적 만족을 얻을 수 있다. 사람과 부딪히는 대신 AI와 대화하면 지금은 편하다. 스스로 끝까지 고민하는 대신 AI의 정리를 받으면 효율적이다.
그러나 삶에는 역설이 있다. 쉬운 결정은 삶을 어렵게 만들고, 어려운 결정은 삶을 쉽게 만든다. 관계를 피하면 관계 능력은 약해지고, 판단을 위탁하면 사고의 근육은 약해진다. 편안함을 반복할수록 구조는 느슨해진다.
반대로 불편함을 감수하고 스스로 선택하는 삶은 당장은 힘들지만 구조를 단단하게 만든다. 책임을 지고, 설득하고, 오해를 풀어가는 과정 속에서 인간은 성장한다. 어려운 결정을 반복할수록 이후의 삶은 오히려 단순해진다.
행복은 외부에서 소비하는 것이 아니다
AI는 위로를 줄 수 있고 지식을 제공할 수 있다. 그러나 행복의 근원이 되지는 않는다. 행복을 외부에서 받는 상태로만 이해하면 삶은 의존적으로 흐른다. 인정과 위로, 성과와 안정에 따라 흔들린다.
진정한 행복은 내가 선택한 방향 위에서 살아가는 태도에서 나온다. 꿈과 뜻을 향해 주체적으로 나아가는 과정 속에서 생기는 만족은 외부 보상과 다르다. 그것은 조건이 아니라 방향에서 오는 행복이다. AI는 그 길을 돕는 도구일 수 있다. 그러나 길을 대신 걸어주지는 않는다.
그래도 인간이다
AI가 특정 기능에서 인간보다 뛰어난 것은 당연하다. 그렇지 않으면 도구로서 의미가 없다. 그러나 그것이 인간을 초월했다는 말은 성립하지 않는다. 기능은 뛰어날 수 있지만, 존재는 비교 대상이 아니다.
AI는 빠르고 정교하다. 그러나 사랑하지 않고, 책임을 지지 않으며, 도덕적 주체가 아니다. 삶의 의미를 부여하고 결정을 감당하는 존재는 인간이다.
인간은 목적이고, AI는 수단이다. 쉬운 길을 택할 것인가, 단단해지는 길을 택할 것인가는 기술이 아니라 우리의 선택에 달려 있다. 행복을 외부에서 소비할 것인가, 아니면 스스로 만들어 갈 것인가도 마찬가지다.
결국 선택하는 존재는 인간이다.
그래도 인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