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INS S&C

아인스 칼럼

AI시대, 규제와 진흥

기술보다 빠른 제도, 사후약방문에서 선제적 거버넌스로

AI는 이미 인간의 손을 벗어나 자율적으로 판단하고 행동하기 시작했다. 에이전트 AI는 스스로 의사결정을 내리고, 피지컬 AI는 현실 세계에서 물리적으로 움직인다.

 

하지만 이들에게 책임을 물을 수는 없다. AI는 판단할 수는 있어도, 도덕적 주체가 아니며 법적 책임 능력도 없다.

 

결국 책임은 인간에게 돌아온다. 따라서 AI 시대의 핵심 과제는 기술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기술을 지혜롭게 다스리는 법과 제도를 어떻게 설계하느냐이다.

 

규제 – 자유를 위한 울타리

 

규제는 기술을 가두는 족쇄가 아니라 자유를 지속시키는 안전장치다. AI가 인간의 의도와 책임 범위를 벗어나 오작동하거나 오판할 때, 그 피해는 사회 전체로 확산된다.

 

그렇기에 규제는 ‘사후 통제’가 아니라 ‘사전 예방’이어야 한다. 문제가 터진 뒤에 대책을 세우는 건 규제가 아니라 수습이다. AI의 속도가 법과 제도의 속도를 추월하는 지금, 법은 현실을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현실을 예측하고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진흥 – 위험을 감수할 수 있는 용기

 

진흥은 단순한 지원이나 보조금이 아니다.

 

새로운 기술이 사회적으로 안전하게 실험되고 확산될 수 있도록 ‘위험을 감수할 수 있는 제도적 공간’을 만드는 일이다.

 

규제샌드박스, 데이터 공유 인프라, 윤리검증 시뮬레이션 등은 모두 안전한 진흥의 토양이다. 기술 혁신은 자유 속에서만 피어나지만, 그 자유가 무책임으로 변하지 않으려면 제도적 품이 필요하다.

 

규제와 진흥의 동시 설계 – 제도적 공진화

 

지금까지의 정책은 “규제를 완화하자” 혹은 “규제를 강화하자”처럼 하나를 선택하는 방식이었다. 하지만 AI 시대에는 둘 다 필요하다. 규제와 진흥은 서로 맞서는 것이 아니라, 함께 설계되어야 하는 두 축이다.

 

AI 의료, 자율주행, 국방,재난안전, 금융 등 모든 분야에서 위험은 통제하되 혁신은 멈추지 않게 하는 설계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선 디지털트윈 기반의 가상실험체계, 즉 정책 시뮬레이션 시스템을 제도화할 필요가 있다.

 

현실에 적용하기 전에, 가상공간에서 정책의 효과와 부작용을 시험해보는 것이다. 그렇게 함으로써 법은 현실을 뒤따라가지 않고, 앞서 준비할 수 있다.

 

 

입법과 정책의 혁신 – 가상실험의 법제화

 

AI가 자율적으로 사고하고 행동하는 시대에는 법과 제도의 설계 방식 또한 진화해야 한다. 이제 입법과 정책 수립 과정에서 디지털트윈 기반 가상실험을 법제화해야 한다.

 

이는 단순한 기술 도입이 아니라 정책결정의 패러다임 전환이다. 정책이나 법률이 시행되기 전에, 그 사회적 영향, 경제적 파급효과, 윤리적 리스크를 가상공간에서 시뮬레이션하고 최적화할 수 있다면, 그 자체가 ‘선제적 규제이자 현명한 진흥’이 된다.

 

“모든 중요 정책은 시행 전 디지털트윈 기반 효과분석과 최적화를 의무화한다.”

 

이 한 줄의 법이 만들어낼 변화는 상상 이상이다. 법이 기술보다 느리게 움직이는 현실을 넘어, 법이 기술보다 먼저 생각하고, 먼저 대비하는 시대가 열리는 것이다.

 

선제적 거버넌스 – 기술보다 앞선 법의 상상력

 

AI는 빠르게 진화하지만, 법은 느리게 움직인다. 이 속도 차를 극복하려면 사고의 전환, 즉 선제적 거버넌스가 필요하다.

 

법은 더 이상 ‘문제 발생 후의 심판자’가 아니라, ‘문제 발생 전에 방향을 제시하는 설계자’가 되어야 한다. 기술의 방향을 사회적 가치와 윤리적 원칙 안으로 끌어들이는 적극적 제도 설계자(active designer)로서의 법이 필요한 시점이다.

 

결론 – 지혜로운 제도가 문명을 지킨다

 

AI의 자율성은 기술의 문제지만, 그 자율의 결과에 대한 책임은 인간의 문제다. 따라서 기술보다 앞선 제도, 속도보다 깊은 지혜가 필요하다.

 

규제는 질서를 세우고, 진흥은 미래를 연다. 둘 중 하나를 선택할 문제가 아니라, 둘을 함께 설계해 기술과 인간이 공존하는 길을 만드는 것, 그것이 이 시대의 진짜 법치(法治)다.

 

 

특히 APEC을 통해 확보한 26만 장의 GPU 인프라는 단순한 연산 자원이 아니라 AI 국가 역량의 초석이다. 이제는 그 위에 선제적 거버넌스와 제도적 지혜를 더해야 한다.

 

디지털트윈 기반의 가상실험을 통해 법과 정책, 그리고 AI의 사회적 작동 원리를 사전에 검증하고 최적화할 수 있다면, 우리는 기술이 사회를 흔들기 전에 사회가 기술을 이끌어갈 수 있다. 그럴 때 한국은 하드웨어 중심의 경쟁을 넘어, ‘제도와 지혜’로 AI를 다스리는 나라, AI 3강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

 

사후약방문이 아니라, 예측하고 실험하고 대비하는 지혜 – 그게 바로 APEC 이후 대한민국이 걸어야 할 AI 리더십의 길이다.

 

위로 스크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