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인스 칼럼
AI시대, 모델링 능력이 없다면?
AI 시대, 정보와 지식은 쉽게 얻을 수 있지만 세상은 더 복잡해졌다. 직관이나 경험만으로는 더 이상 문제를 감당할 수 없다. 철학자, 과학자, 기술자, 공학자, 경영자, 행정가, 판사, 정치인, 언론인…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모델링’ 능력을 갖추지 못한다면, 그들의 통찰과 판단은 감각적인 직관 수준에 머물고 만다.
문제를 구조화하고, 인과를 설명하며, 결과를 예측할 수 있는 능력. 이것이 바로 오늘날 진짜 전문가를 정의하는 기준이다.
모델링은 특정 분야의 기술이 아니라, 복잡한 현실을 다루는 공통의 사고 도구다.
철학자 — 개념이 관계를 잃고 흩어진다
철학은 개념을 다루지만, 철학자의 임무는 단순한 개념 나열이 아니라 개념 간의 관계를 구조화하는 일이다. 모델링 능력이 없다면 철학은 논리의 흐름을 잃고, 사상은 단편적인 해석으로 흩어진다. 구조 없는 철학은 깊이를 잃고, 다른 학문과의 연결점도 사라진다.
과학자 — 이론은 있지만 예측이 없다
과학은 자연을 설명하고 예측하는 학문이다. 가설을 구조화하고 실험을 설계하고 데이터를 해석하는 과정은 전부 모델링의 산물이다. 모델링이 부족하면 이론은 존재해도 결과를 예측하지 못하고, 실험은 무작위 데이터 수집으로 전락한다.
기술자 & 공학자 — 설계는 있지만 원리가 없다
기술자는 만들고 공학자는 설계한다. 하지만 복잡한 시스템의 원리와 상호작용을 모델링하지 못하면 설계는 고장이 잦고, 원인 분석도 어렵다. 설명할 수 없는 기술은 반복 불가능하고, 확장도 불가능하다. 모델링 없는 기술은 신뢰받기 어렵다.
경영자 — 판단은 있지만 구조가 없다
경영은 끊임없는 선택의 연속이다. 시장, 인력, 시간, 자본이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를 구조화하지 못하면 전략은 반복되지 않고, 결정은 설명되지 않으며, 실패는 쌓이지 않는다. 데이터가 넘치는 시대, 모델링 없는 경영은 과거로 돌아간 경영이다.
행정가 — 정책은 있지만 실행은 없다
행정은 제도를 운영하고 정책을 실현하는 일이다. 다양한 이해관계자와 자원의 흐름, 법적 조건을 모델링하지 못하면 정책은 문서에 머무르고, 실행 현장에서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작동한다. 시스템 사고 없는 행정은 실효성을 잃는다.
판사 — 판결은 있지만 기준이 없다
복잡한 사건, 특히 기술·환경·디지털 분야는 단순한 법조문 해석만으로는 다룰 수 없다. 인과를 파악하고 구조를 분석하는 능력, 즉 모델링이 필요하다. 이를 갖추지 못하면 판결은 주관적 판단에 머무르고, 일관성과 정당성도 흔들린다.
정치인 — 정치는 있고 정책은 없다
정치는 방향을 정하고, 정책은 실행의 구조다. 복지, 경제, 교육, 안보 등 수많은 정책 영역은 복잡한 시스템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를 모델링하지 못하면 정책은 구호에 그치고, 현실과는 단절된다. 특히 정치인의 선택은 되는 것도 안 되게, 안 되는 것도 되게 만들 수 있다. 왜냐하면 정치인은 법이라는 방정식 자체를 바꿀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더욱 구조를 이해하는 정치가 필요하다.
언론인 — 정보는 있지만 구조가 없다
언론은 사실을 보도하는 것을 넘어, 현실의 복잡한 구조를 설명하는 역할을 맡는다. 단순한 사건 나열이나 자극적인 제목에 머무르면 독자는 판단의 실마리를 얻지 못한다. 모델링 능력이 없는 언론인은 ‘팩트’는 말할 수 있어도, 그 팩트가 왜, 어떻게, 무엇과 얽혀 있는지를 보여주지 못한다.
정보의 연결성과 맥락을 그려내는 것이 바로 탐사보도와 해설 저널리즘의 핵심이며, 그것은 바로 모델링의 능력이다.
결론 — 전문가의 권위는 ‘모델링 능력’에서 나온다
모델링은 단순한 계산이 아니다. 현실을 이해하고 설명하며, 설계하고 예측할 수 있게 하는 사고의 프레임이다.
모델링이 없으면 판단은 재현되지 않고, 검증되지 않으며, 전파되지 않는다. 설명할 수 없는 전문가는 설득할 수 없고, 설계할 수 없는 지식은 지속될 수 없다.
AI 시대, 모델링은 단지 한 분야의 기술이 아니다. 모든 전문가가 갖춰야 할 보이지 않는 핵심역량, 그리고 AI를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사고의 언어다. AI가 할 수 없는 질문을 할 수 있는 사람, AI의 답을 구조적으로 해석할 수 있는 사람, 그가 진짜 전문가다.
출처 : 브랜드뉴스(BRAND NEWS)(https://www.ibrand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