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인스 칼럼
AI 시대, 일과 일자리
AI는 일을 없애지 않는다. 일자리를 변화시킬 뿐이다
AI가 일자리를 없앤다는 말과, AI가 일자리를 만든다는 말이 동시에 나온다. 그러나 이 두 주장은 모두 현상의 일부만을 본다. AI는 파괴자도, 조력자도 아니다. AI는 도구다. 그리고 도구는 인간의 욕구가 사라지지 않는 한, 결코 일을 없앨 수 없다.
살아 있는 한 욕구는 사라지지 않는다. 욕구가 있는 한 일은 사라지지 않는다. 이 단순한 사실에서 AI 시대의 일과 삶을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욕구가 일의 시작이고, 행복의 기준이다
매슬로우가 밝혔듯 인간은 생존, 안전, 관계, 존중, 자아실현의 욕구를 가진 존재다. 이 욕구들은 기술이 아무리 발전해도 사라지지 않는다. 달라지는 것은 욕구를 충족하는 방법과 경로다.
일은 결국 욕구를 실현하는 활동이다.
행복이란 욕구가 좌절되지 않고, 왜곡되지 않으며, 스스로 납득 가능한 방식으로 충족되는 상태다. AI 시대의 불안은 일이 사라져서가 아니다. 욕구를 실현하던 기존의 방식이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다.
도구는 욕구를 더 잘 실현하기 위해 만들어진다
도구는 이렇게 정의할 수 있다. 도구란, 인간의 욕구를 더 효과적이고 더 효율적으로 실현하기 위해 만들어지고 쓰이는 수단이다.
칼과 방패는 생존 욕구를, 농기계와 공장은 생산 욕구를, 자동차와 비행기는 이동 욕구를, 계산기와 컴퓨터는 판단 욕구를 확장해왔다. AI 역시 마찬가지다. AI는 욕구를 대체하지 않는다. 욕구를 실현하는 수단의 수준을 끌어올릴 뿐이다.
도구의 진화는 일의 위치를 바꾼다
생존도구는 살아남기 위한 최소 조건이었다. 노동도구는 인간의 힘을 확장했고, 이동도구는 시간과 공간을 재편했으며, 로봇은 반복 노동을 인간에게서 떼어냈다.
계산도구와 기억도구는 인간의 지능을 외부로 확장했고, 그 결과 인간은 암기와 계산에서 벗어나 추론과 판단에 집중할 수 있게 되었다. 이 흐름의 연장선에 AI가 있다.
생각도구의 진화: 모델링, 시뮬레이션, 그리고 디지털트윈
모델링과 시뮬레이션은 전형적인 생각도구다. 모델링은 생각을 구조화하는 행위이고, 시뮬레이션은 그 생각을 미리 시험해보는 행위다.
여기에 디지털트윈이 더해지면 단계가 달라진다.
디지털트윈은 현실 시스템을 가상공간에 그대로 옮겨 여러 선택지를 실험하고, 결과를 비교하고, 가장 나은 선택을 사전에 검증할 수 있게 하는 도구다.
AI가 ‘답을 만들어주는 도구’라면, 디지털트윈은 그 답이 현실에서 어떤 결과를 낳을지 검증하게 해주는 도구다. 그래서 디지털트윈은 예측 도구가 아니라, 최적의 선택을 가능하게 하는 판단 도구다.
감성도구와 일의 의미
음악, 미술, 문학, 오락은 감성도구다. 이 도구들은 효율을 높이지 않는다. 대신 삶의 의미를 만든다.
AI가 예술을 만들어낼 수 있느냐는 논쟁은 본질이 아니다. 중요한 질문은 이것이다.
“나는 일을 통해 무엇을 느끼고, 무엇을 확인하고 싶은가?”
감성도구는 인간이 왜 효율만으로 살 수 없는 존재인지를 끊임없이 상기시킨다.
학문과 시스템 엔지니어링의 역할
철학은 목적과 가치를 묻고, 수학은 추상화의 언어를 제공하며, 과학은 세계를 설명하고, 공학은 설명을 구현으로 바꾼다. 경영학은 자원을 배분하고, 정치학은 책임과 권력을 조정한다.
그리고 시스템 엔지니어링은 이 모든 것을 연결한다. 특히 디지털트윈은 시스템 엔지니어링의 핵심 도구로, 기술을 인간의 목적·가치·책임과 연결하는 인문과 공학의 인터페이스다.
기술은 도구를 ‘선택’으로 바꾸는 힘이다
기술은 도구 그 자체가 아니다. 도구를 목적에 맞게 쓰고, 선택하게 만드는 방법의 체계다. 기술이 있어야 도구는 일이 되고, 일은 역할이 되며, 역할은 직업이 된다.
AI와 디지털트윈은 무작정 빠르게 가는 것을 돕는 도구가 아니라, 어디로 가야 할지를 판단하게 만드는 도구일 때 가치가 커진다.
그래서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AI 시대에 행복하게 살기 위한 질문은 단순하다.
“나는 어떤 욕구를 충족하며 살고 싶은가?”
“그 욕구를 실현하는 데, AI와 디지털트윈 같은 도구를 어떻게 쓸 것인가?”
도구가 잘하는 일은 도구에게 맡기고, 사람은 목적을 정하고, 선택하고, 책임지는 일을 해야 한다. 디지털트윈은 그 선택을 미리 해보고, 후회 없는 결정을 내릴 수 있게 돕는 도구다.
결론: 행복은 도구가 아니라, 선택에서 온다
AI는 일을 없애지 않는다. 일자리를 변화시킬 뿐이다. 그리고 그 변화의 핵심에는 선택의 질이 있다. 욕구를 더 잘 실현할 수 있는 선택, 사람이 더 사람다워질 수 있는 선택. 행복은 AI가 주지 않는다. AI와 디지털트윈을 포함한 도구들을 어떤 욕구, 어떤 가치, 어떤 선택의 기준 위에 올려놓느냐가 행복을 결정한다.
AI 시대에 필요한 것은 두려움이 아니라, 최적의 선택을 할 수 있는 지혜와 도구다. 그 지점에서, 디지털트윈은 선택의 질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가장 인간적인 기술이다.
AI는 답을 만들고, 디지털트윈은 선택을 검증하며, 인간은 그 선택에 책임을 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