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인스 칼럼
AI 에이전트 시대,
인간의 역할은 무엇이어야 할까?
실행의 시대에서 미션 엔지니어링의 시대로
AI는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이제 AI는 단순히 질문에 답하는 도구를 넘어 스스로 계획을 세우고 실행하는 AI 에이전트(AI Agent)의 형태로 발전하고 있다. 목표를 주면 작업을 분해하고, 코드를 작성하고, 실행하며 결과를 만들어낸다. 많은 업무에서 사람의 개입 없이도 상당한 수준의 결과를 만들어내는 단계에 이르렀다.
이 변화는 단순한 기술 발전이 아니다. 일의 구조 자체가 바뀌고 있다. 사람이 직접 수행하던 실행 업무의 상당 부분이 AI에게 넘어가고 있다. 속도와 비용의 측면에서 인간이 경쟁하기 어려운 영역도 점점 늘어나고 있다.
사람이 만든 도구가 더 잘하는 일을 굳이 사람이 할 필요는 없다. 취미가 아니라면 말이다. 계산기가 계산을 대신했고, 엑셀이 장부를 대신했듯이 AI 에이전트는 점점 더 많은 실행 업무를 대신하게 될 것이다.
그래서 지금 우리가 던져야 할 질문은 이것이다. AI 에이전트 시대, 인간의 역할은 무엇이어야 할까?
“왜요?”라는 질문의 의미
한때 ‘MZ세대의 3요’라는 말이 있었다.
“이걸요? 제가요? 왜요?”
조직에서는 종종 이 질문을 문제적인 태도로 보기도 했다. 과거에는 “까라면 까”는 문화가 있었고, 왜 하는지 묻지 않고 실행하는 것이 미덕처럼 여겨지기도 했다. 왜 하는지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 채 일을 추진하거나, 때로는 친구 따라 강남 가듯 방향을 깊이 고민하지 않고 움직이는 경우도 있었다.
그러나 AI 에이전트 시대에는 상황이 달라진다.
AI는 실행을 매우 잘한다. 목표가 주어지면 계획을 세우고 작업을 수행하며 결과를 만들어낸다. 실행 자체는 점점 인간의 영역이 아니라 AI의 영역으로 이동하고 있다.
그래서 이제 더 중요해지는 질문이 있다.
“왜 하는가?”
실행이 아니라 미션의 문제
AI 에이전트는 실행을 잘하지만 한 가지 전제가 있다. 목표가 주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AI는 주어진 목표를 바탕으로 계획을 세우고 작업을 분해하며 실행할 수 있다. 그러나 무엇을 목표로 해야 하는지,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하는지는 스스로 결정하지 못한다.
이 구조는 군사 분야에서 이야기하는 미션 자율(Mission Autonomy)과도 닮아 있다. 미션 자율에서도 미션(Mission)은 사람이 정한다. 지휘관은 임무와 의도를 제시하고 제약을 설정한다. 그 다음 자율 시스템은 그 범위 안에서 경로를 선택하고 행동을 수행한다.
즉 구조는 분명하다. 미션은 사람이 정하고, 자율은 그 미션을 수행하는 방식이다. AI 에이전트도 마찬가지다. AI는 목표를 향해 스스로 실행할 수 있지만 목표 자체를 설정하는 역할은 여전히 인간에게 남아 있다.
실현 가능한 이상을 그리는 능력
문제 정의의 출발점은 이상(理想)이다. 그러나 이상은 공상이나 망상이 아니다. 이상은 실현 가능성을 내포한 가장 완전한 상태다.
현재의 현실과 우리가 원하는 상태 사이에는 항상 간격이 존재한다. 문제 해결이란 결국 그 간격을 줄여가는 과정이다.
AI 에이전트는 이 과정에서 강력한 실행 도구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어디로 가야 하는지, 무엇을 목표로 해야 하는지, 어떤 상태를 이상으로 설정해야 하는지는 AI가 아니라 사람이 결정해야 한다.
그래서 앞으로 더 중요해지는 능력은 실현 가능한 이상을 그리고 그것을 명확한 목표로 표현하는 능력이다.
피지컬 AI 시대가 오면
AI가 현실 세계에서 행동하는 피지컬 AI(Physical AI) 시대로 갈수록 이 문제는 더욱 중요해진다. 로봇, 드론, 자율차, 산업 설비, 무기체계처럼 AI가 물리적 세계에서 직접 행동하는 시스템에서는 AI의 판단이 곧 물리적 결과로 이어진다.
디지털 공간에서는 오류가 발생해도 다시 실행하면 된다. 그러나 물리적 세계에서는 잘못된 판단이 사고나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
그래서 피지컬 AI 시대에는 다음과 같은 구조가 필요하다. 미션은 사람이 설정하고 AI는 자율적으로 행동하며, 런타임 보증(RTA: Run-Time Assurance)이 그 과정의 안전을 보장하는 구조다. 자율이 확대될수록 RTA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 조건이 된다.
그래서 필요한 미션 엔지니어링
AI가 실행을 담당하는 시대에는 미션 자체를 설계하는 능력이 더욱 중요해진다. 미션 엔지니어링(Mission Engineering)은 단순히 임무를 정하는 것이 아니다. 달성하고자 하는 미션을 중심으로 운영개념(CONOPS: Concept of Operations)을 정의하고, 그 운영개념을 실현할 수 있는 시스템을 설계하며, 실행 결과를 평가하고 개선해 나가는 통합적인 접근이다.
즉 미션을 출발점으로 운영개념을 설정하고, 그 운영개념을 구현할 수 있는 시스템을 설계하며, 실행 결과를 평가하고 다시 개선하는 과정을 반복하는 것이다.
실행이 자동화될수록 더 중요한 것은 어떻게 실행할 것인가가 아니라 무엇을 실행할 것인가를 설계하는 능력이다. 결국 핵심 역량은 미션 설계 능력으로 이동하게 된다.
가설 미션 엔지니어링과 가상실험
하지만 현실에서는 미션이 처음부터 명확하게 주어지는 경우가 많지 않다. 신기술이 등장하고 환경이 빠르게 변하는 VUCA(변동성·불확실성·복잡성·모호성) 시대에는 무엇이 최적의 미션인지 처음부터 알기 어렵다.
그래서 필요한 접근이 가설 미션 엔지니어링(Hypothesis Mission Engineering)이다. 가설 미션 엔지니어링은 미션을 하나의 가설로 설정하고 이를 검증하면서 발전시키는 방식이다. 먼저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에 대해 가설적인 미션을 설정하고 이를 디지털트윈 모델로 구현한다. 그 다음 다양한 상황과 조건을 반영한 시뮬레이션과 가상실험을 수행하고, 그 결과를 MOE/MOP(효과 및 성능 지표)로 평가한다.
이 평가 결과를 바탕으로 미션과 운영개념을 수정하고 다시 실험을 반복한다. 이러한 반복적인 검증 과정을 통해 미션은 점차 현실에 맞게 정교해지고 실행 가능한 형태로 발전하게 된다.
이 과정은 디지털트윈 기반 시스템 엔지니어링(DBSE: Digital Twin Based Systems Engineering)으로 이어진다. DBSE는 가상공간에서 다양한 가설을 실험하고 그 결과를 분석하며 최적의 대안을 찾아가는 검증·분석·최적화의 반복 루프를 통해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는 접근이다.
인간에게 남는 가장 중요한 역할
AI 에이전트 시대는 인간의 역할이 사라지는 시대가 아니다. 역할의 위치가 이동하는 시대다. 과거에는 사람이 실행을 담당했다. 앞으로는 많은 실행이 AI에게 넘어갈 가능성이 크다.
그러면 인간은 무엇을 해야 할까. 미션을 설정하고, 원하는 것을 정확히 표현하고, 실현 가능한 이상을 그리고, 가설로 설계하고, 가상실험으로 검증하며, 결과를 판단하고 책임지는 일이다.
AI는 실행한다. 사람은 방향을 정한다. 그래서 AI 에이전트 시대, 그리고 피지컬 AI 시대에 인간에게 남는 가장 중요한 질문은 결국 하나다.
“왜 이 일을 하는가?”
그리고 그 질문에 답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 바로 디지털트윈 기반 가상실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