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인스 칼럼
AI 풀 스택(Full Stack)
속도는 필요하지만 방향은 더 중요하다
LLM을 넘어 에이전트·피지컬 AI까지, 지금 필요한 것은 기반이다
정부가 전 부처 인공지능 전환(AX)에 본격 시동을 걸었다. 클라우드–AI 모델–AI 반도체를 아우르는 전주기(풀 스택) 기업들이 한자리에 모였고, 범정부 협업체계와 예산 연계를 논의했다. 기술 생태계를 하나의 체인으로 묶겠다는 시도라는 점에서 의미 있는 출발이다.
AI 풀 스택은 오늘날 국가 경쟁력의 중요한 기반이다. 반도체가 없으면 연산이 멈추고, 클라우드가 없으면 확장이 어렵고, 모델이 없으면 서비스가 구현되지 않는다. 이 전주기 역량은 분명 필요조건이다. 그러나 필요조건이 곧 목적 달성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성능을 넘어 효과로
AI 분야에서는 벤치마크 순위와 모델 성능이 자주 언급된다. 독파모와 같은 커뮤니티는 모델의 능력을 빠르게 비교하고 공유하며 기술 발전을 촉진하는 역할을 한다. 이는 건강한 경쟁의 장이며, 중요한 기술적 자산이다.
하지만 국가 전략의 최상위 목적은 모델 점수가 아니다. 대통령이 제시한 국정 목표는 국민 행복과 국가 발전이다. 그렇다면 AX의 성공 기준도 여기에 맞춰져야 한다.
AI 도입 이후 행정 오류는 얼마나 줄었는가.
재난 대응은 얼마나 개선되었는가.
산업 생산성은 얼마나 향상되었는가.
국방 판단의 강인성과 안정성은 얼마나 높아졌는가.
국민이 체감하는 삶의 질은 얼마나 나아졌는가.
이 질문에 답하는 지표가 MOE(Measure of Effectiveness)다. 성능(MOP)이 아니라 효과(MOE)가 기준이 될 때, 기술은 비로소 국가 성과로 연결된다.
겉으로는 성공처럼 보이지만 실제 변화는 미미한 정책, 이른바 ‘성공한 실패’를 막으려면 이 기준 전환이 필수적이다.
순서를 바꾸면 방향이 선다
AX의 성공 가능성을 높이려면 출발점을 조금만 바꾸면 된다.
먼저 목적을 정의하고, 그 목적을 측정할 MOE를 설정하고, 그에 맞는 시스템 구조를 설계한 뒤, 적합한 기술을 선택하는 것이다.
기술이 먼저 정해지고 목적이 뒤따르는 구조에서는 성능은 향상되지만 효과는 불명확해질 수 있다. 반대로 목적이 방향을 제시하면 기술은 정렬된다. 풀 스택은 엔진이 되고, 시스템 설계는 항해 계획이 된다.
빠르게 가되, 방향은 고정하라
AI 기술의 발전 속도는 매우 빠르다. 모델은 몇 달 만에 진화하고, 인프라는 지속적으로 고도화된다. 이런 환경에서 애자일한(Agile) 접근은 필수다.
그러나 애자일의 본질은 ‘속도’가 아니라 ‘학습’이다. 작은 단위로 실행하고, 빠르게 피드백을 받고, 수정하고, 다시 시도하는 구조다.
여기서 중요한 조건이 있다. 상위 목적과 MOE는 안정적으로 유지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목적이 흔들리면 반복은 방향을 잃는다. 반대로 목적이 분명하면 애자일은 강력한 실행 도구가 된다.
결국 필요한 것은 목적 중심 애자일이다. 목표는 흔들림 없이 유지하고, 방법은 유연하게 조정하는 이중 구조다. 목적은 느리게 진화하고, 기술은 빠르게 교체되는 구조가 이상적이다.
LLM을 넘어 에이전트·피지컬 AI로
현재 많은 성능 평가와 경쟁은 LLM 기반 생성형 AI에 집중되어 있다. 그러나 AI의 다음 단계는 이미 보이기 시작했다. 에이전트 AI는 목표를 설정하고, 계획을 세우고, 도구를 활용하며 반복적으로 의사결정을 수행한다. 피지컬 AI는 그 의사결정이 물리적 세계에 직접 영향을 미친다.
이 단계에서는 텍스트 생성 정확도보다 강인성, 안전성, 책임 구조, 실시간 검증 체계가 훨씬 중요해진다. 단순 벤치마크 점수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독파모와 같은 평가 생태계도 진화할 필요가 있다. 장기 목표 달성 능력, 환경 적응력, 실패 복구 능력, 시뮬레이션 기반 안전성 검증 등까지 포함하는 방향으로 확장되어야 한다. LLM 점수 경쟁을 넘어, 에이전트와 피지컬 AI로 확장될 수 있는 기반이 되어야 한다.
국가 차원에서의 진짜 파운데이션(Foundation)은 하나의 모델이 아니라 구조다. 데이터 축적 체계, 검증 시스템, 가상실험 환경, 디지털 자산 관리, 인간–AI 역할 설계가 함께 쌓여야 다음 단계로 자연스럽게 나아갈 수 있다.
엔진과 나침반
AI 풀 스택은 강력한 엔진이다. 애자일은 효율적인 기어다. MOE는 나침반이다. 엔진이 강하고 기어가 유연하더라도 나침반이 없다면 항해는 불안정하다. 방향이 분명할 때 속도는 힘이 된다.
전 부처 AX는 기술 확산 사업이 아니라 국가 시스템의 진화 과정이다. 벤치마크 순위와 인프라 규모도 중요하지만, 궁극적으로는 국민 삶의 변화로 평가받게 될 것이다.
속도는 필요하다. 그러나 방향은 더 중요하다.
LLM을 넘어 에이전트와 피지컬 AI로 나아가는 지금, 우리가 준비해야 할 것은 더 큰 모델이 아니라 더 단단한 기반(Foundation)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