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인스 칼럼
AI Winter
인공지능(AI)은 오랜 시간 동안 인류의 상상력을 자극해왔다. 인간처럼 사고하고, 말하고, 판단하는 기계를 만들겠다는 꿈은 이미 1950년대부터 과학자들과 철학자들의 화두였다. 하지만 AI의 역사는 단지 꿈과 진보로만 이루어져 있지 않다. 그 중심엔 두 번의 깊은 ‘겨울’, 곧 AI Winter가 있었다. 이 겨울은 기술이 실패했다기보다, 기술에 대한 기대가 현실을 앞질렀을 때 나타난 냉정한 조정의 시간이었다.
첫 번째 AI Winter는 1970년대 초반에 찾아왔다. 당시 과학자들은 곧 기계가 인간처럼 언어를 이해하고 논리적으로 사고할 수 있을 것이라 믿었다. 그러나 현실은 달랐다. 당시의 컴퓨터는 너무 느렸고, 데이터도 부족했으며, 알고리즘은 복잡한 사고를 따라가기엔 너무 단순했다. 미국 국방부 등 주요 투자 기관들은 실망을 감추지 않았고, AI는 긴 침묵기에 들어갔다.
두 번째 겨울은 1980년대 후반에 시작되었다. 이때는 ‘전문가 시스템’이라 불리는 기술이 산업 현장에서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이 시스템은 모든 지식을 사람이 일일이 규칙으로 입력해야 했고, 그 유지와 보수가 지나치게 어렵고 비효율적이었다. 지식을 컴퓨터가 이해할 수 있는 구조로 표현하고 관리하는 데 실패한 것이 두 번째 겨울의 본질이었다.
이제 우리는 세 번째 겨울이 올 수도 있다는 신호 속에 살고 있다. 생성형 AI의 급속한 확산, 자율주행과 음성 인식 등에서의 눈부신 발전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다시금 묻고 있다. 이 기술은 정말 ‘지능’인가? 이대로 가면, 또 한 번의 기대 붕괴를 맞이하는 건 아닐까?
이번에 닥칠 수 있는 AI Winter는 앞선 두 번과는 결이 조금 다르다. 현재 AI는 데이터 기반의 기계학습, 특히 대규모 언어 모델에 기반하고 있다. 문제는 이 AI가 새로운 상황에 대한 추론(Extrapolation)에는 매우 약하다는 점이다. 이미 본 적 있는 데이터 안에서는 그럴듯한 대답을 내놓지만, 학습되지 않은 낯선 상황에선 쉽게 오류를 범한다. 인간처럼 아는 것에서 모르는 것을 추론하는 능력, 그 능력의 부재가 AI의 결정적 한계다.
또한 AI는 인과관계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 통계적으로 상관관계를 찾는 데는 탁월하지만, “왜 그런 결과가 나왔는가?”라는 질문에는 답하지 못한다. 설명 가능한 판단이 중요한 의료, 정책, 법률, 국방 등의 분야에서는 이런 AI의 한계가 곧 신뢰성의 위기로 이어진다. 결국 설명하지 못하는 AI는 책임질 수도 없고, 사회적으로 받아들여지기 어렵다.
더 나아가 현실은 정적인 문제가 아니라 동적으로 상호작용하는 복잡한 시스템이다. 지금의 AI는 주어진 입력에 대해 고정된 출력을 내놓는 방식으로 설계되어 있어, 변화하는 환경 속에서 시간에 따른 결과를 예측하거나 조절하는 데 취약하다. 스마트시티, 에너지, 국방, 생태계, 경제 같은 영역에서는 이런 비선형적이고 피드백이 존재하는 시스템을 다룰 수 있는 능력이 필수적이다. 여기에 대한 준비가 부족하다면, AI는 단지 고급 자동화 도구에 머물 수밖에 없다.
이처럼 다가올 수 있는 세 번째 AI Winter는 단순한 기술적 실패가 아니라, 지능의 본질을 구현하지 못한 데서 오는 환멸의 결과일 수 있다. 지금처럼 AGI 도래에 대한 과도한 기대가 퍼져 있는 상황에선, 기술이 그 기대를 뒷받침하지 못하는 순간, 투자와 관심이 빠르게 식어버릴 위험이 크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 세 번째 겨울을 피할 수 있을까? 가능성은 있다. 단, 조건이 있다. AI를 단지 자동화 기술이 아닌, 문제를 슬기롭게 해결하는 지혜의 도구로 재정의해야 한다. 이를 위해 필요한 것은 BAS(Big data + AI + Simulation) 기반의 접근이다. 데이터와 AI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그 위에 시뮬레이션, 즉 가상의 실험 환경을 더해 실제로 실험하고, 반복하며, 그 안에서 인과를 파악하고 복잡한 시스템을 이해하려는 접근이 필요하다.
특히 디지털트윈 기반의 가상 실험은 이 문제를 푸는 열쇠가 될 수 있다. 현실 세계의 시스템을 가상공간에서 재현하고, 그 위에서 AI와 함께 수많은 가능성을 실험해보는 방식은 지금까지 AI가 보여주지 못한 설명력과 일반화, 그리고 시스템적 사고를 가능하게 한다. 이것이야말로 AI가 다시 한 번 신뢰를 회복하고, 진짜 지능으로 발전해나가는 실마리가 될 것이다.
결국 AI Winter는 반복되는 자연스러운 현상일 수 있다. 그것은 기술이 환상에서 현실로 내려오는 과정이고, 그 속에서 우리는 다시금 본질을 돌아보게 된다. 중요한 것은, 이번에는 과거처럼 겨울을 맞는 것이 아니라, 겨울이 오기 전에 방향을 바꾸는 것이다. 더 많은 연산이 아니라, 더 깊은 통찰. 더 빠른 알고리즘이 아니라, 더 정확한 질문. 이것이 지금 AI에게 필요한 변화다.
지금이야말로 ‘기술에서 지혜로’ 나아가야 할 시간이다. 그래야만 우리는 세 번째 겨울을 ‘침체’가 아니라 ‘전환’의 시간으로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
출처 : 브랜드뉴스(BRAND NEWS)(https://www.ibrand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