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인스 칼럼
Physical AI의 출현과 우리의 대응방안
AI, 더 이상 화면 속에 머무르지 않는다
인공지능(AI)이 단지 말하고, 그리는 존재였던 시대는 지나가고 있다. 이제 AI는 현실을 인식하고 판단하며, 직접 움직이고 반응하는 단계로 진입하고 있다. 이 새로운 흐름을 가리키는 개념이 바로 Physical AI, 즉 ‘물리 인공지능’이다.
이 용어 자체는 비교적 최근, 2024년 NVIDIA의 젠슨 황 CEO가 “AI that understands the physical world”라는 표현과 함께 처음 소개했지만, 실제 그 기술과 철학은 이전부터 축적되어 왔다. 로봇, 자율주행, 드론, 스마트 팩토리 등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축적된 연구와 현장 경험이 이제 하나의 흐름으로 수렴하고 있는 것이다.
Physical AI는 무엇인가
Physical AI는 흔히 Vision–Language–Action(VLA)의 통합, 즉 시각 인식, 언어 이해, 행동 제어의 결합으로 설명된다. 그러나 핵심은 이 기능들이 단절된 채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환경을 관찰하고 맥락을 이해하며, 스스로 판단하고 물리적으로 행동하는 전 과정을 자율적으로 수행하는 능력에 있다. 요컨대 OODA 루프(Observe–Orient–Decide–Act)를 물리 세계에서 스스로 완성할 수 있는 지능이다.
이는 단순한 기능 조합이 아니라, 물리 환경과 지속적으로 상호작용하며 목표 지향적으로 적응하는 실체화된 지능의 출현을 의미한다.
기존 제어 시스템, CPS와의 차이
Physical AI는 전통적인 제어 시스템이나 사이버-물리 시스템(CPS)과 명확히 구분된다.
기존 제어 시스템은 입력된 센서 정보에 따라 사전 정의된 규칙대로 출력하는 구조다. 예측 가능한 환경에서는 효과적이지만, 변화와 불확실성이 많은 현실에서는 한계가 명확하다. CPS는 여기에 디지털 네트워크를 덧붙여 물리와 사이버 간 실시간 피드백을 가능하게 하지만, 여전히 판단과 계획은 외부에 의존한다.
반면 Physical AI는 판단과 계획, 실행까지 스스로 수행하며, 학습을 통해 지속적으로 능력을 개선한다. 비정형 환경에서의 복잡한 작업도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다. 즉, 기존 제어 시스템이 ‘반응하는 자동화’라면, Physical AI는 ‘판단하고 행동하는 자율 시스템’이다.
디지털 트윈, 현실에 앞선 실험실
Physical AI가 현실에서 안전하게 작동하려면 수많은 시행착오가 필요하다. 그러나 현실에서의 반복 실험은 시간과 비용, 안전 문제 때문에 제한적이다. 이를 해결하는 핵심 도구가 디지털 트윈 기반 가상 실험이다.
디지털 트윈은 현실 환경을 정밀하게 복제한 살아있는 가상 시뮬레이션 모델이다. Physical AI는 이 환경에서 수천 번의 시행착오를 거쳐 학습한 뒤, 현실로 전이된다. 예컨대 로봇이 무수한 낙하물 회피 시나리오를 시뮬레이션으로 학습한 후, 실제 창고에 투입되는 식이다.
이처럼 디지털 트윈은 Physical AI의 학습, 검증, 전개를 가능케 하는 핵심 인프라이며, AI의 사회적 수용성과 신뢰성을 높이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로봇, 자율주행 시스템과의 관계
Physical AI는 로봇이나 자율주행 시스템과 많은 기술 요소를 공유한다. 하지만 그것들과 동일한 개념은 아니다. 로봇은 기계적 구조와 동작 기술을 중심으로 발달해왔고, 자율주행은 도로라는 특정 도메인에 특화된 기술이다.
Physical AI는 이러한 시스템들을 포괄하면서도 한 단계 확장된 개념이다. 특정 작업이나 환경에 제한되지 않고, 보다 범용적인 현실 인식과 판단 능력, 그리고 학습 기반의 행동 적응성을 갖춘 자율 시스템이 바로 Physical AI다.
AI 기술 흐름에서의 위치
AI 기술은 다음과 같은 단계적 흐름으로 진화해왔습니다.
• Generative AI: 언어·이미지·음성을 생성하는 콘텐츠 중심 AI
• Agentic AI: 도구를 활용하고 복잡한 작업을 수행하는 능동적 AI
• Physical AI: 위 기능을 현실 세계에 구현하며, 물리적 환경과 상호작용하는 실체화된 지능
한편, AGI(범용 인공지능)나 ASI(초지능)는 인공지능의 지능 범위와 수준을 의미합니다. 이들은 인간과 동등하거나 초월하는 지능을 추구하지만, Physical AI는 ‘현실에서 작동 가능한 실용적 지능’에 집중한다는 점에서 방향성이 다릅니다.
기술 주권의 핵심, Physical AI
AI 기술 주권(Sovereign AI)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지고 있다. 주권 AI는 단지 모델을 갖추는 것만이 아니라, 학습 데이터, 하드웨어 인프라, 활용 환경까지 자체적으로 확보하고 통제할 수 있는 능력을 의미한다.
Physical AI는 이 주권의 현실적 접점에 놓여 있다. 자율주행, 국방, 제조, 물류 등 현실 공간에서 작동하는 AI 시스템은 외부 플랫폼이나 데이터에 의존할 경우, 물리적 통제권까지 외부에 넘길 위험이 있다. 따라서 Physical AI는 단지 기술 발전의 문제가 아니라, 경제·안보·산업 전반에서 주권을 지키기 위한 전략적 기술이다.
기술, 과학, 철학이 함께 가야 한다
Physical AI는 기술의 문제이면서 동시에 과학, 공학, 철학, 사회 정책이 모두 엮이는 복합적 과제다. 인간과 기계가 실제로 공간을 공유하게 될 때, 무엇을 할 수 있는가 이전에 무엇을 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이 중요해진다.
탐구로서의 과학이 이론과 원리를 세우고, 적용으로서의 기술이 문제를 해결하며, 책임으로서의 공학이 안전성과 신뢰성을 확보해야 한다. Physical AI는 이 세 요소가 가장 정밀하게 융합되는 분야다. 국가 전략 차원에서도 이 분야에 대한 명확한 철학과 방향성이 필요하다.
마무리하며
AI는 이제 현실 속으로 들어왔다. Physical AI는 단지 더 정교한 기계가 아니라, 세상을 이해하고 작동하는 ‘살아 있는’ 기술이다. 이 전환은 산업적 기회이자 기술 주권의 시험대이며, 나아가 인간과 기술의 관계에 대한 새로운 성찰을 요구한다.
Physical AI를 단지 하나의 트렌드로 보지 말고, 미래 사회와 산업의 핵심 기반 인프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 기술의 주도권을 넘어서, 철학적 기준과 사회적 책임까지 수립하는 것이 지금 우리가 해야 할 대응이다.
출처 : 브랜드뉴스(BRAND NEWS)(https://www.ibrandnews.com)